라운지_ 우린 중기인
“탄소저감 시대 맞아 ‘조경’이 주목받게 될 것”
“저감효과 자동 계산하고 시뮬레이션까지”…브이알마노 남정환 대표
“친환경 주택이나 녹색 건축같은 인증제도가 있잖아요. 그런데 탄소저감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인증이 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언젠가는 아파트 단지도 탄소저감 1등급, 2등급, 이런 걸 평가해야 될 날이 올 수도 있어요.”
탄소저감은 여러 산업분야에서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브이알마노의 남정환 대표는 ‘주거’ 역시 탄소저감의 영향으로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탄소를 흡수하는 것도 중요한데, 탄소흡수는 나무가 하는 일이다. 과거에는 미관이 주된 목적이었던 조경이, 탄소저감 시대를 맞아 새로운 가치로 주목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탄소저감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나무를 심으면 탄소저감이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도대체 얼마에 탄소저감이 되느냐?”, 바로 조경수의 탄소저감 가치평가를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라고 남 대표는 지적했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조경수 각각의 탄소저감 효과에 대한 수식이나 수치를 도출한 연구결과가 나와 있긴 하지만, 복잡한 수식과 표를 조경설계에 바로 적용하기는 힘든게 현실이다. 연구결과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남 대표는 직접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조경을 설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조경수의 탄소저감 가치평가를 직접 하면, 설계과정에서 조경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통해 설계하는 BIM설계는 건축의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조경분야는 예외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ling) 설계는 건설재료 등의 정보를 3차원으로 입력해, 자동으로 자재물량과 공사비를 산출하는 첨단 설계시스템이다. 게임과 영화산업의 발전 등의 영향으로 복잡하면서 자연스러운 3차원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지는 단계에 진입했다.
그러나 조경 분야의 경우 “손으로 그리는 것을 아직 좋아하기 때문”에, 콘셉트스케치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일하는 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남 대표는 설명했다. 조경설계의 특수성도 한 몫 하고 있다. 수목 등 자연재료가 주가 되는 조경 디자인은 평면의 건축도면과 다른 특성이 많아, BIM설계를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20년째 조경설계 업계에서 일한 남 대표 역시 과거 아날로그 방식으로 오랜 기간 일해왔다.
하지만 남 대표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설계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고,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도 갖췄다. BIM설계를 조경분야에 도입하는 개척자로 나섰다. 정부 관련부처에서도 가장 IT기술 도입이 늦은 분야라고 알려진 조경설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조경…탄소저감 가치평가부터 3차원 시뮬레이션까지
설계에 그치지 않고 남 대표는 조경 BIM설계를 탄소저감 가치평가로 연결시켰다. 이를 통해 브이알마노는 기후변화 환경컨설팅, 탄소저감 가치평가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개발 서비스, 3차원 공간 시뮬레이션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다.
탄소저감 가치평가는 우선 BIM설계 프로그램에 조경수 관련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요소별 상관관계를 코딩하면, 프로그램이 가치평가를 자동으로 계산해낸다. 여기에 공간분석과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하다.
시뮬레이션은 조경설계의 경제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의 설계방식 대로 도면을 그리고 자재 물량을 뽑아서 공사비를 산출하는 방식과 달리, 시뮬레이션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 중 좋은 대안을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되면 경제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조경수는 시간에 따라 성장하는데, 이 점도 의사결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년이 지나면 나무가 단순히 두 배로 큰다고 생각하는데, 표면적도 달라지고 변화가 다양해서 단순히 계산기 두드려 가지고는 예상이 힘들다”는 것이다. 또 나무 별로 자라는 속도도 다 다르다. 브이알마노는 이런 나무의 성장까지 반영해 탄소저감 효과의 변화까지 자동계산할 수 있다.
“우리 아파트 탄소저감 얼마나…앱으로 확인 가능할 것”
남 대표가 이렇게 변화를 추구하게 된 큰 계기 중 하나는 위기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여러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조경설계는 IT 등 다른 분야와 동떨어져 있었다. “뭔가 다른 기술로 점프하지 않으면, 이러다가 수년 내로 아마 산업이 이쪽 분야가 없어지지 않을까 또는 축소되지 않을까, 뭔가 새로운게 필요하다고 늘 생각했다”고 한다.
또, 조경의 새로운 가치를 찾는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조경해서 정원을 예쁘게 만드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이게 실제로 얼마나 더 사람들한테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숫자로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한 것”이란 생각을 밝혔다.
탄소저감 가치평가는 건축이나 조경 등 관련업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관심사항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 정원은 탄소저감이 얼마나 될까, 우리 아파트 단지는 얼마나 될까, 이런 관심이 있을 것”이라며, 조경의 탄소저감 가치평가가 활성화되면 “소비자들이 앱으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 대표는 탄소저감 가치평가가 아직 개척 단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다 확산된다면 탄소저감 인증 등 미래의 법제화에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기술을 많이 오픈해서 다양한 분야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상현실, 디지털트윈, 메타버스와 연계해 다양한 영역을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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