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_ 우린 중기인
스웨이 베드…하루 50분 더 깊게 잠들고 싶다면
수면의 프레임을 바꾸다 ‘개인맞춤 수면솔루션’…㈜몽가타 정태현 대표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씨는 40살이 넘어가면서, 인생의 다음 스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짐을 싸고 나가야 하는 분위기”라며, “직장 수명이 짧은 만큼, 주변 동료 중에 굴삭기나 지게차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사람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요즘 직장인들은 우스갯말로 꿈이 ‘창업’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직장의 과도한 경쟁 구도와 불안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지쳤다는 뜻이다.
창업 아이템중에서도 쇼핑몰은 직장인들이 ‘투잡’으로 가장 많이 생각하는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미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쇼핑몰 업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유통 관련 쇼핑몰을 연 방사선사 출신의 임경선 대표는 쇼핑몰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이윤을 따지지 말고, 정공법으로 작게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2년 만에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엑셀 초보자가 ‘가격 비교’ 경쟁에서 살아남기까지
으쓱몰 임경선 대표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에서 20년간 근무한 방사선사다. 그런 그가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남편의 사업을 도와주려는 순수한 의도에서였다.
“남편도 유통 쪽 쇼핑몰을 하고 있는데 회사 규모가 커지고, 판매하는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인력이 부족해 특정 물건들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어차피 처리해야 할 물건이라면, 내가 따로 맡아서 해보면 어떨까 싶어 별도로 사업자를 내고 시작하게 됐죠. 매출이 나면 좋은 거고, 못돼도 리스크는 없었기 때문에 쉽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 직장인보다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던 임 대표는 투잡을 시작하기가 자유로웠다.
“오후 4시30분이면 병원 업무가 끝나거든요. 게다가 연차가 오래됐기 때문에 법정 휴무일을 많이 사용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쇼핑몰 초창기에는 투잡 업무가 그리 버겁지는 않았죠.”
그가 사업자로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일반 사무직에 필요한 업무의 기본기를 터득하는 거였다.
“병원에서만 근무하다 보니 사무직에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엑셀 작업 등을 할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에 관련 학원에 다니고, 부족한 것은 책을 사서 독학하다시피 하며 차근차근 배워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기대감 없이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점차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본인이 올린 물건이 누군가에게 팔린다는 것은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짜릿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직장인으로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상황들에도 부딪혀야만 했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산은 가격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압박감이었다. 네이버나 쿠팡 같은 대형 플랫폼은 판매자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새우깡이라는 제품을 키워드로 치면, 새우깡을 판매하는 수많은 업체가 줄지어 보이고, 가격이 저렴할수록 상위에 랭크되는 것이다. 만약 다른 업체가 더 저렴하면, 알람이 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경쟁 구도를 따라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임 대표는 이런 경쟁 구도에서는 판매자가 지속해서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팁이라면, 연계 상품을 함께 파는 것이다.
“휴대폰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보니 마치 주식계좌 보듯이 계속 볼 수밖에 없어요. 관심을 가진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상품이 뭔지 알게 되고, 그 상품과 연계되는 상품을 올려놓으면 함께 팔리는 도미노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CPC(키워드 광고의 한 종류) 광고라 해서, 소비자가 물건을 클릭하면 200~300원의 광고비가 빠져나가는 마케팅을 했었지만, 마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요즘에는 가격경쟁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임 대표는 말한다.
혼돈의 시장…적응과 실패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
임 대표가 바라본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수많은 업체와 경쟁해야 하고, 오프라인 시장과도 가격에서 우위를 점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가격정책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대기업들이 온라인 마켓에 물건을 저렴하게 대줬지만, 온라인 마켓의 파워가 세지면서 지금은 오히려 오프라인 마켓에 더 저렴하게 주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일부 대형마트는 개별 온라인몰을 만들어 저렴하게 받은 물건을 다시 온라인에 푸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들은 쌀 때 물건을 잘 받아놨다가 파는 노하우를 스스로 익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률적이지 않은 대기업의 가격정책이 오히려 시장을 더 어렵게 만들지는 않는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일부 대형 플랫폼의 불평등한 정책도 받아들여야 한다.
“모 플랫폼의 경우 고객에게 배송한 후에 반품이 되더라도 판매자가 그 반품비를 다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물건을 팔려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죠.”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은 손해에 대해 대범함을 지니는 것이다. 임 대표는 직장생활만 오래 하다 보니 사업을 하면서 당연히 생기는 손해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어떤 물건을 대량으로 가져왔는데, 안 팔리면 그대로 버려야 하거든요. 그러면 몇백만원 손해는 일도 아니죠.”
진상 고객을 상대하는 일도 오롯이 임 대표의 몫이다.
“농심의 신상품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어 물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적이 있었어요. 모든 고객에게 문자를 보내 양해를 구했지만, 일부 고객들이 ‘개나 소나 장사한다’, ‘그래, 너도 힘드니까 내가 봐준다’라는 식으로 자극적인 단어를 써 가며 항의 글을 남긴 걸 보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이러한 문의 글에도 답글을 달지 않으면 판매자 점수가 내려가거든요. 이러한 고충도 간혹 있긴 합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오면, 대표가 손을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족하더라도 직원에게 업무를 양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 관련 문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세무, 사장 혼자 할 수 있다’ 같은 책을 사서 보고, 블로그를 찾아서 공부해 지금까지 저 혼자 해왔거든요. 그런데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더라고요.”
처음 시작은 ‘중고 마켓’ 거래하듯 가볍게 부담 없이
으쓱몰은 2020년 하반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시작해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다. 스마트스토어 방문자 수가 점점 늘어나고, 물건 판매 수가 올라가면 자연스레 다른 플랫폼의 매니저에게 연락이 오게 되는데, 으쓱몰 역시 그런 식으로 다른 오픈마켓에 진출하게 된 케이스다. 그렇게 꾸준히 매출을 올리게 되면, 해외로 물건을 수출하는 무역업 종사자들에게도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는 처음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할 때는 거창하게 하지 말고, 아주 작게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윤을 많이 남기려고 하기보다는 우선 시장 상황을 살펴보며, 본인에게 잘 맞는 제품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일례로, 코스트코가 입점해 있지 않은 지역에 코스트코 인기 제품들을 소소하게 판매해 보는 것이다. 마치 중고 마켓 거래하듯이 말이다.
기존 업무와의 중심도 잘 잡아야 한다. 임 대표가 투잡 생활을 이어올 수 있던 것도 그만의 탄탄한 기존 커리어와 이를 인정해준 병원의 배려 덕분이다.
“그동안 쌓아온 제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그만두기 싫었는데, 일이 많아지면서 작년 12월에 병원을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인력을 구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요즘 청년취업 어렵다고들 하는데, 막상 사람을 구하려고 하면 잘 구해지지 않아요. 다행히도 병원에서 협조를 잘해준 덕분에 오전에는 병원 근무, 오후에는 쇼핑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임 대표는 비록 온라인 쇼핑몰이 레드오션이지만, 그래도 투잡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한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뛰어드는 업종의 대다수는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경쟁하는 건 똑같죠.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은 초기 투자비용이 없고, 리스크에 대한 위험도가 적어 창업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워킹맘에게도 현실에서 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제 아들이 9살이거든요. 시간을 많이 내서 놀아줘야 하는 시기인데, 투잡하다 보니 포기해야 할 일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시간 분배를 균형 있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이가 10살이 넘어가면 또래 친구와의 시간을 더 즐기기 때문에 그때는 일을 좀 더 자유롭게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으쓱몰은 지금보다 품목을 다각화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도,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올라가는 제품을 파는 식품 종합쇼핑몰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아기들이 주로 먹는 뻥 과자는 중소기업에서 제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런 제품을 받아서 팔거나, 밀키트처럼 시대 흐름에 좀 더 부합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