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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 인구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역소멸’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구상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지역소멸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뚜렷한 방도가 없다면, 해당 지역으로 외지인의 왕래를 끌어내 지역이 유지·보존되도록 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낭만농객 김수완 대표는 ‘여행’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을 ‘공간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라는 특수성에 자연스럽게 녹아냄으로써 지역소멸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낭만, 농촌, 손님…공간을 통한 ‘지역 활성화’
여행을 워낙 좋아했던 김수완 대표는 대학시절 창업동아리 활동을 경험 삼아 ‘허클베리핀’이라는 여행사를 6개월간 운영했다고 한다. 일손 부족을 겪는 농가에서 8시간 동안 노동하는 대신, 2박3일간 숙식을 제공받는 구조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법상 노동의 대가는 반드시 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노동’이라는 단어 대신 ‘8시간의 값진 경험’과 ‘일손을 돕는 행위’로 말을 바꿔 운영하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농가 일이 워낙 힘든 탓에 여행객들의 재방문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농장주에게도 초보 일꾼인 여행객들의 도움의 손길이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 번 실패를 경험한 김 대표는 허클베리핀에서 재미있는 소스는 그대로 가져가되 사업의 방향은 바꿔 2020년 7월 낭만농객을 설립했다. 현지인 집에서 자고, 먹고, 현지인과 별을 보러 갔던 체험 등 여행객들이 좋아했던 토속적인 아이템만 선정해 상품 모듈로 만들었고, 여행객이 자신의 일정에 따라 각각의 모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초창기 모델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지역에서 방치된 빈집들이 공간 업사이클링 장소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여행객의 발길을 되살려 지역을 알리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이후 공간 업사이클링의 범위를 넓혀 ‘관계 인구’를 창출해 지역소멸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래서 회사명도 여행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피하고자 낭만·농촌·손님을 조합해 낭만농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농촌여행 클러스터 조성해 지역 재생 이룰 것”
현재 낭만농객의 주력 아이템은 강원도 철원군 양지리 지명을 딴 ‘프라이빗 영화관 양지리 창고’다. 마을의 곡식창고로 쓰였던 이곳은 얼마 전까지 지역이나 주민을 소재로 창작활동을 했던 예술가들의 전시공간이기도 했다.
양지리 창고는 간단히 말해서 개인 영화관이다. 빔프로젝터, 스피커, 턴테이블 등의 장비와 소파, 캠핑용 의자 등이 구비돼 있고, 10~17시와 18~24시 중 하나의 시간대를 선택해 예약하면 최대 15인까지 이 공간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론칭할 당시, 4만5000원이라는 저렴한 테스트가와 한적한 시골의 공간을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된 MZ세대들이 몰려 첫 달에만 98명이 예약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재방문율도 10~15%에 이른다.
현재 양지리 창고는 공간 리뉴얼 후, 9월부터 재오픈한다. 새로운 양지리 창고는 오감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하이엔드 영화관으로써 좀 더 몽환적인 공간이 될 예정이라고 김대표는 설명한다. 예를 들면, ‘중경삼림’ 영화가 콘셉트라면, 공간 자체를 중경삼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꾸미고, 홍콩 특유의 냄새까지 가미해 여행객들이 영화 안으로 완전히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줄 계획이다.
“처음에는 여행객들에게 공간의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모든 OTT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창고 문을 연 순간에는 마치 새로운 세계로 들어온 것 같아 너무 좋았는데, 아이패드로 넷플릭스를 켜는 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그래서 여행객들에게 일상에서 탈출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공간을 리뉴얼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낭만농객은 여행객과 지역민을 연결해줄 허브 역할의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곳을 기반으로 농촌 여행 클러스터를 조성할 거라 밝혔다.
“지역에 공간이 더 생기면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 더 많은 여행객이 방문할 겁니다. 철원에 양촌약방이라고 유명한 약방이 있거든요. 이곳은 버스터미널에서 차로 2분, 양지리 창고에서 15분 거리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이곳을 허브로 해서 각각 10분 거리에 숙박시설을 조성할 겁니다. 내년 초에 공사가 들어가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운영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이곳이 낭만농객의 문화 콘텐츠가 뻗어나가는 창구가 될 거라 자신했다. 독립서점 겸 코워킹이 가능한 공간이 될 이곳은, 낮에는 낭만농객이 발굴한 작가의 책이나 도시재생과 관련된 책들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밤에는 위스키 바로 만들어 농촌이지만 트렌디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내년에는 양지리 창고와 같은 공간을 25군데 더 만들 계획이다.
“공간을 통해 사람을 모으고, 마을 펜션의 매출 증대에도 영향을 끼치니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갖더라고요. 철원군청에서 국비와 도비를 합쳐서 자금을 조성하기로 했고, 내년에는 양지리 창고 같은 문화공간을 더 만들 예정입니다.”
‘공유별장’으로 지역과 사람 간 연결고리 만든다
낭만농객은 지역 여행 활성화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확장하며 ‘관계 인구’를 데려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좀 더 직접적으로 지역과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을 창출해내고 싶은 욕심에서다. 김 대표는 이 부분을 공유별장이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 근거는 낭만농객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있다. 양지리 창고 방문객을 대상으로 ‘철원까지 와서 영화를 보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프라이빗한 공간을 온전히 소유했다는 경험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5~39세 남녀 690명에게 무작위로 물어본 결과, 대다수가 수도권 외 지역에 개인 소유의 별장에 대한 잠재욕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낭만농객은 사업모델을 좀 더 개발해 하이엔드 공유별장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김 대표는 부동산 관련 규제 문제만 해결되면, 10월 중에 공사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공유별장은 LLC(유한책임회사)를 통해 8명에게 1/n로 소유권을 판매하는 방식이 될 것이고, 우리는 플랫폼으로서 매매에 대한 중개책임을 질 것입니다. 만약, 일정 기간 내 인수자의 매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가 지분을 부담하고 금액을 환불해주는 구조를 띨 것입니다.”
김 대표는 낭만농객을 통해 사업적인 목표와 개인적인 목표 모두를 달성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인들의 고립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군더더기 없는 공간을 통해 충족시켜주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또한, 사업적으로는 낭만농객 플랫폼이 지역 재생을 만드는 수단이 되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공간이 지역과 함께 진화함으로써 지역의 소중한 공간으로 계속 쓰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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