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_ 우린 중기인

우리를 위한 이야기 ‘나디오’…공감과 위로 전하다
“모두의 삶은 멋진 콘텐츠”…이어가다㈜ 최자인·박현아 공동대표 


“지니야! 공감에세이 틀어줘”, “지니야! 비 오는데 파전과 관련된 이야기 없을까?”

외치자마자, KT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가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일상, 위로, 지혜, 여행, 직업 등 다양한 주제 속 공감 가는 이야기들을 추천해준다.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에세이를 선택하기만 하면 3분간의 짧지만, 편안한 음악과 잔잔한 목소리로 전하는 따뜻한 삶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때로는 소소하고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특별한 것도 없는 이야기가 마음속에 닿으면 위로와 공감이라는 큰 파도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사람’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무리수가 따른다. ‘나디오’라는 오디오 에세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어가다㈜가 탄생한 이유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최자인·박현아 공동대표는 과학기술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치유와 힐링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나디오’에서만 듣는 이야기의 힘… “삶은 모두 멋진 콘텐츠”

“우리의 평범한 삶은 모두 멋진 콘텐츠가 될 수 있어요.”

최자인 대표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의 언어로 말하는 힘의 크기와 무게가 얼마나 대단한지 말했다. 이는 ‘나디오’를 청취한 사람들의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2020년 11월에 이어가다㈜를 법인 설립한 뒤, 2021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앱 총 사용자가 2만3000명, KT 기가지니 출시 2개월만에 14만명의 청취자를 확보해 나디오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의 수는 약 16~20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재방문율도 30% 이상이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순전히 입소문만으로 이룬 결과물이다. 짧은 시간 안에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개인의 삶’에서 오는 평범함을 ‘공감’이라는 정서로 콘텐츠 안에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초기 나디오의 서비스를 들은 청취자의 피드백을 보고, 이 콘텐츠가 비즈니스적으로 잘 어우러질 수 있겠다고 자신했다고 한다.

“오디오 작가 중에 성우 시험에 여러 번 떨어졌던 분이 있습니다. 좋은 목소리를 지녔음에도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지 못하다가 나디오의 오디오 작가로 활동하게 된 거죠. 그 작가가 쓴 ‘약함의 미학’이라는 이야기에 많은 청취자가 위로받았다며 피드백을 줬습니다. 발로 살짝 짓이기기만 해도 부스러져 버리는 아름다운 꽃잎을 보며 ‘살아있기 때문에 약하고, 살아있는 것은 다 약하다’라는 진리를 깨우쳤다는 이야기인데, ‘나는 왜 이리 약할까’라는 마음에 힘들었던 사람들이 정말 공감을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즉, 나디오의 성공 요인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기존의 오디오북은 이미 출간된 작품을 오디오로 만든 것이지만, 나디오의 오디오북은 출간되지 않은 ‘개인의 이야기’가 초점이다. 인스타그램에 끄적거렸던 글들, 일기장 한구석에 갈기듯 써 놓은 글들이 오디오북의 형태로 출간되는 식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다’라는 영화감독 마틴스콜세이지의 말이 들어맞는 지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나디오만의 특성은 명상 콘텐츠와의 차별화를 이룬다고 박현아 대표는 말한다.

“명상은 듣기만 하는 수동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나디오는 남의 ‘찐 경험’을 들으면서 간접경험을 해볼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날 것의 지혜와 인사이트가 우리네 평범함 속에서 드러나는 거죠.”

나디오를 이끄는 플레이어는 ‘오디오 작가’ 그리고 ‘나다움’

최자인·박현아 공동대표가 ‘나디오’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나디오’를 끌고 가는 플레이어는 ‘오디오 작가’들이다. ‘작가’라는 타이틀은 굉장한 숙련이 필요한 전문 직업인이라는 인식이 있어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직업군 중 하나다. 섬세하지만, 파워 넘치는 필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디오’의 오디오 작가의 생명은 ‘나다움’에 있다.

오디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3가지의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웹사이트 ‘오디오 작가 지원하기’ 메뉴를 클릭해 지원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작가 공모전을 통해 지원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오디오 작가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다. 4주간의 코칭, 3주간의 보이스 코칭을 받으면, 8주 차에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수 있다. 사운드 엔지니어가 콘텐츠를 믹싱하고, 소리를 예쁘게 입혀 앱에 업로드까지 마치면 오디오 작가로 데뷔한 것이다. 마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소속된 ‘연습생’을 훈련과 교육을 통해 ‘아이돌’로 성공리에 데뷔무대에 올리는 과정과 같다고 보면 된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잖아요? 하지만, 책 한 권 낸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죠. 하지만, 우리는 나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빠르고 쉽게 오디오 작가가 될 수 있도록 그 허들을 낮췄어요. 지금도 한 달에 20명 정도의 작가 지원자가 있습니다.”

최자인 대표는 오디오 작가 육성 프로그램 수업과정에서 삶에 지친 이야기, 과거의 상처로 인한 트라우마, 고민으로 짓눌렸던 마음 등을 서로 주고받으며, 사람들이 점점 치유하는 것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약 50만원이라는 수업료를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업을 들었던 작가 지망생들이 우리에게 감사하다며 충성고객이 되더라고요. 수업에서 본인의 상처를 배출하고, 치유하고, 힐링하는 과정을 겪은 후에는 활기에 찬 모습을 많이 봅니다.”

‘나를 위한 오디오’ 나디오…마음을 주고 함께 하는 서비스

최자인·박현아 공동대표는 한국인들은 각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나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즘 사람들이 많이 하는 고민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 결과값이다.

20대는 취업과 퇴사로 인한 고민, 30~40대에는 아기 엄마로서 느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 50~60대는 나이 듦에 대한 고민 등이 그것이다. 이를 두고 최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생이 사춘기인 것 같다”며, “우리나라 교육의 폐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사람들이 나를 찾는 것에 미숙한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두 공동대표 역시 삶의 고민을 많이 했던 흔적이 역력하다. 박현아 대표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문화, 과학, 기술의 융합을 공부했던 재원이다. 이후 한국콘텐츠지능원 연구부서에서 근무하다, 다시 박사과정을 밟았다. 당시 그의 관심사는 인공지능 스피커였다.


“말로 사물에 명령을 내리고, 소통을 하는 게 너무 편한 거예요. 그래서 청각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관심을 가졌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디오 쪽으로 넘어오게 됐습니다.”

최자인 대표는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활약했다. 그러다 PR(Public Relations) 공부를 하며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자본주의의 첨병이라는 광고계에 있다가 PR을 공부하며 ‘관계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가 깨달은 점은 ‘좋은 회사가 결국 세일즈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브랜드에 힘이 실리려면, 돈 이전에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마음을 얻으면 돈이 쌓여도 흔들리지 않지만, 돈이 쌓이고 마음을 나중에 얻으면 금방 그 토대가 흔들린다는 것. 즉, 좋은 회사의 명성은 그만큼 신임이 쌓여야 한다는 얘기다.

나디오는 두 공동대표의 이 같은 마인드와 기술력이 합쳐져 ‘마음을 주는 서비스’의 형태로 시작했다. 최자인·박현아 공동대표는 별개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던 경쟁사였지만, 서로의 뜻이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협력자로 손을 맞잡은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작동이 가능한 최소한의 핵심기능만을 탑재한 채 운영하는 MVP(Minimum Viable Product) 형태로 작게 서비스하고 있었는데, 최자인 대표는 나디오라는 감상 플랫폼을, 박현아 대표는 웹소설을 보이스로 들을 수 있는 보블(보이스 노블, Voice Novel)이라는 오디오 콘텐츠 저작 툴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두 대표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합쳐져 새로운 버전의 ‘나디오’가 만들어진 것이다.

두 대표의 힘이 합쳐진 덕분인지, 작년 6월부터 시작한 오디오 작가 육성 프로그램 클래스는 1억3000만원이라는 연매출을 달성했다. 이어가다㈜는 현재 50플러스, 강원도콘텐츠지원 등 B2G(Business to Government) 사업을 통해 오디오 출판 클래스 서비스를 확장 중이며, B2B(Business to Business)로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와의 협업을 통해 나디오 오디오북을 전자책으로 출판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9월 중순부터는 가상의 후원 캐쉬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오디오북을 듣다가 위로와 감명을 받았다면, 해당 작가에게 ‘목캔디’라는 별칭의 후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다.

최자인·박현아 공동대표는 나디오는 더욱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거라 말한다. 일례로 청취자들이 본인이 원하는 주제와 장소, 시간, 목소리까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 중에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자물쇠로 잠겨 있는 콘텐츠도 곧 출시한다.


최자인·박현아 공동대표는 모든 사람이 인생의 저자권(authorship)을 갖는 것이 오너십(ownership)을 갖는 길이라며,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이어가다㈜는 스타트업의 ‘시’와 같은 모습으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희망했다.

“글이라는 것은 나를 보여주는 도구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됩니다. 나를 위로하면 결국 다른 사람에게 위로의 힘을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나를 위한 오디오’ 나디오가 가진 힘이죠. 그런 측면에서 작가와 청취자, 회사가 같이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나디오를 들으면서 지혜도 얻고, 위로도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 그것이 곧 저희의 성장으로 연결된다고 믿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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