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을 이유로, 혹은 친환경 및 동물권 등 가치소비의 일환으로 ‘비건’을 선택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처음부터 비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단계별로 채식주의를 실천하면서 최종적으로 비건을 실행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비건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마트에서 두유를 사 먹고 싶어도 어떤 제품이 비건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비건 정보 앱 ‘비니티’를 운영 중인 아무(AMOO)의 박혜린·조해민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비건에 관심 있는 분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궁금증이 이 앱 안에서 검색 한 번으로 다 해결이 되는 정보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검색만 하면 ‘비건’ 체크…“라이프 전반으로 확대할 것”
“이 제품이 비건인지, 아닌지 쉽게 알려주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올린 이 트윗(tweet)이 사업의 확신을 가져다주던 순간이었다고 박혜린·조해민 대표는 말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두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면 꼭 창업하겠다는 꿈을 서로 나눴다고 한다.
경영학을 전공한 조해민 대표는 캠퍼스에서 꽃이나 옷을 만들어 팔았다. 특히 20살 때부터 활동한 대학생 동물보호 연합동아리를 통해 비건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됐다고 한다. 독일어와 영어를 전공한 박혜린 대표는 독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비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당시 채식하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마트의 비건 코너나 어떤 식당에 가더라도 비건 옵션이 잘 돼 있는 것을 보면서 당시 느꼈던 놀라움을 조해민 대표와 나눴다고 한다.
의기투합한 두 대표는 사업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SNS에 올라온 글을 보고 자신감을 갖고 아무(AMOO)의 사업계획서를 썼다. 그게 2021년 1월쯤이었다.
박혜린 대표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만든 PPT를 게임 동아리에서 만난 지인에게 보여줬더니 흔쾌히 함께하자고 했다. 그분이 지금 아무의 개발이사다. 그렇게 셋이 ‘도원결의’해 아이템을 발전시켜나갔다. 처음에는 지원사업 위주로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빨리 진행돼 같은 해 5월에 창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됐다”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창조적이고, 재미있는 건 다 해보자’라는 뜻에서 ‘아무크리에이티브’라 회사명을 지었다. 이후 기업 미션인 ‘사람도, 동물도, 우리가 사는 지구환경 아무도 정서적·신체적으로 아프지 않도록 돕자’라는 의미를 더욱 부각할 수 있도록 ‘아무’로 이름을 변경했다.
앱은 작년 1~2월에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처음에는 앱 이름을 이더블(eatable)이라 했지만, 앱 출시 후 5개월이 지났을 무렵 비건 앱이라는 정체성이 덜 드러나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은 후 ‘비니티’로 바꿨다. 비건에 대한 정보를 서로 나누는 커뮤니티 쪽으로 앱의 방향을 전환하면서, ‘비건 커뮤니티’라는 앱의 정체성을 좀 더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1년이 채 안 된 기간에 비건 정보 앱인 비니티는 빠르게 성장했다. 앱 다운로드 기준으로 회원 수는 7600명이 넘었고, 이중 매일 앱에 들어오는 회원만 200명이 넘는다. 월간으로 치면 1300~2000명의 회원이 비니티 앱을 매일 드나든다. 검색이나 글을 쓴 유저는 10만건이 넘는다.
성장의 이면에는 철저한 비건 정보 검증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식약처의 공공데이터(오픈 API)를 활용해 식품 원재료를 기반으로 어떤 제품이 비건인지, 비건일 수 있는지, 비건이 아닐 수 있는지를 1차로 분류한다. 이후 제조사를 통해 일일이 확인을 거친다. 특히 수입 설탕 중 일부는 하얗게 정제하기 위해 동물 뼛가루를 사용하기도 하므로 하나하나 분석해야 한다. 약학박사에게 자문받아 성분명을 분석해 2~3차 원재료까지 제조사에 확인을 거친다. 여기에 비건이라고 안내받은 제품, 공식 인증을 받은 제품, 비니티 회원이 제보한 제품도 자체적인 체크 시스템을 거친다. 이렇게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만 84만건이다. 현재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마트나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라면, 만두, 삼각김밥, 아이스크림 등의 이름만 비니티 앱에서 검색하면 비건인지, 아닌지를 쉽고 간편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비니티는 크게 네 가지 단계별로 보여준다. ▲100% 확실한 비건이면 ‘비건 확인’ ▲인증을 받진 않았지만, 원재료명 분석 결과 비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보이는 제품은 ‘비건 추정’ ▲비타민D3처럼 논비건 혼용의 여지가 있는 성분이 일부 포함되면 ‘논비건 여지 있음’ ▲확실하게 비건이 아니면 ‘논비건’으로 분류한다.
현재는 식품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올 상반기 안에는 화장품, 잡화, 패션 뷰티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이다. 그래서 비니티 앱에서 비건과 관련된 정보를 검색만 하면 다 얻어갈 수 있는 허브가 되도록 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라고 두 대표는 강조했다.
국내 유일의 비건 정보 커뮤니티로서의 역할도 ‘톡톡’
현재 비니티는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고, 비건이거나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도 도모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SNS 위주로 홍보활동을 꾸준히 진행했고, 작년엔 비건페스타·비건페어 등 박람회에 참가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갔다. 고 비건 포럼(Go Vegan Forum)에는 연사로도 참여해, 업계 관계자와 비건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자리도 가졌다. 체험단도 운영한다. 닭가슴살, 돈가스 등 여러 푸드테크 기업의 제품을 무료로 받아본 후, 후기를 앱에 남겨 자연스럽게 정보 공유가 되도록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입소문이 퍼져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오픈채팅방에 비니티를 추천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되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비건 관련 앱이 여럿 있지만, 대부분 식당 정보를 알려주거나 가치소비 쇼핑몰인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정보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는 곳은 비니티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니티 회원 중 대다수는 2030 여성이다. 그 이유로 두 대표는 앱 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수평어’다 보니 톤앤매너가 귀엽고 아기자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앱의 캐릭터인 요정 ‘비니’에게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요청하면, 비니는 ‘별명을 바꾸고 싶어? 이제부터 뭐라고 부르면 될까?’라고 친구처럼 대답해준다.
고객의 작은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부여하는 점도 강력한 회원 공략법이다. 단순히 의견을 귀담아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들의 의견을 즉각 수용해 앱상에서 신속하게 반영한다.
박혜린·조해민 대표는 소비자들이 정서적·신체적으로 더 건강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주변에 한 사람이라도 비건을 시도한 사람이 있으면 비건으로 입문하기가 쉬워지거든요. 이 서비스를 처음 고안할 때 비니티가 그런 다정한 친구가 되길 바랐습니다. 그럼으로써 앞으로는 가치소비나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전반으로 토픽을 확장해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하기가 쉬워지고, 더 많은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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