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님께서 직접 써준 손 편지를 읽는 순간 눈물이 흘렀어요. 진실로 위로받는 느낌이었거든요. 모모님이 삶의 경험에서 쌓은 연륜으로 평소에 생각해보지도 못한 해결책들을 제시해 주셔서 너무 놀라웠습니다. 힘이 나네요.”
모락모락(Morak Morak) 멘탈 케어서비스를 받은 청년이 남긴 후기다. 봄의 시작과 함께 캠퍼스에는 활기가 넘쳐흐르지만, 정작 그 테두리 안에 있는 청년들에게는 무겁디무거운 책임감과 불안감이 어깨를 짓눌러 두렵게만 느껴진다. 진로와 학업, 가족 간의 문제, 연애로 인한 상처 등 저마다의 고민을 안은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모락모락의 김고운 대표·강계숙 모모는 “고민이 있어도 부모에게조차 털어놓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엄마 같은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하고, 진실한 모습으로 소통하다 보면 어느새 청년들이 힘을 얻고 자기 확신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엄마가 왜 경단녀죠?”…엄연한 ‘소프트 스킬’ 전문가
‘모락모락’은 50대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의 육아와 양육 경험을 살려 청년에게 멘탈 케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명 역시 母(어미 모)와 樂(즐길 락)을 써서 ‘엄마와 함께 즐거움과 마음의 안정을 느끼게 하자’라는 기업이념을 넣었다. 더불어 ‘엄마가 갓 지은 따뜻한 밥’을 연상케 해 엄마의 온기와 따뜻함을 이름 안에 넣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모모’라는 직책은 모락모락에서 가장 중요한 구심점이다. 모모로서 멘탈 케어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고민이 많았다는 강계숙 씨는, 처음 사회로 나왔을 때 자격증 하나 없는 경단녀라는 사실에 의기소침해진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모락모락 팀에서 자녀와 20년 가까이 대화하고 고민을 나눠주고 케어하면서 생긴 능력도 엄연한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라고 인정해줬다”면서, 그 얘기를 들은 후 용기가 불끈 솟아났다고 말했다.
1기부터 활동 중인 강계숙 씨가 모락모락 팀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50플러스재단을 찾으면서다. 연년생인 자녀들의 수험생활을 뒷바라지하다 그만 번아웃이 왔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낮만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자 2021년 봄, 성북구 50플러스센터를 찾았다고 한다. 그때 마침 ‘모모’로 활동할 적임자를 찾던 모락모락 팀과 만나게 된 것이다.
강계숙 씨는 “처음에는 2~3명의 학생과 청년의 고민을 보고, 손 편지로 답장을 쓰는 것으로 시작했다”며, “오랜만에 쓰는 손 글씨 자체가 도전이었지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대학에 다녔던 시기는 전체적으로 취업 고민을 하지 않았을 때”라며, “하지만, 지금 대학생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영문과를 나온 강 씨는 결혼 이전에 과외 및 학원 강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로 돌아섰고, 딸과 아들을 뒷바라지하면서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의 여유조차 가질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50살이 되던 2017년, 40년간 거주했던 관악구에서 성북구의 시댁으로 들어오면서 바깥 활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강 씨는 “우연히 따라간 부녀회에서 동대표를 하라 해서 2년간 활동했고, 이후에는 통장까지 맡게 됐다”며, “사람과 지역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치회의 복지관, 50플러스재단까지 이어졌고, 그곳에서 강사양성 교육까지 받게 됐다. 그러면서 복지관, 어린이집, 키움 센터 등에서 환경 관련 강의를 했고, 이후에는 환경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모아 커뮤니티의 대표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한 그는 모모로 활동하면서 사회복지 쪽이 적성에 잘 맞더라며 계속 관련 일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상담은 받고 싶을 때 해야 효과가 있죠”…타이밍, 라포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타이밍’이다. 지금 당장 해결하고 싶은 묵직한 것이 짓누르고 있는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고 싶지만, 방법을 모를 때 상담이라는 방법을 생각한다. 하지만, 상담이라는 것이 내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딱 맞게 매칭되는 것이 아니다.
김고운 대표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한다. 건국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 대표는 학업에 대한 고민으로 상담을 신청했다가 실망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김 대표는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지 않아 상심이 컸고, 내가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가득했다”며, “학생 상담센터에 신청했는데, 마침 시험기간이어서 대기 중인 사람들이 많아 2개월 뒤에나 매칭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을 제때 못 받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그때쯤이면 해결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된다”며, “무엇보다도 기본 8~16회로 구성된 상담기간도 너무 길어 할 말도 없어서 중간에 4번만 하고 끝났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상담에서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내담자와 상담자 간의 신뢰와 친근감이다. 이를 ‘라포(Rapport)라고 하는데,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호 간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모락모락’은 이런 타이밍과 라포 형성이라는 점에서 내담자의 높은 점수를 샀다. 모락모락의 멘탈 케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9점이고, 콘텐츠 만족도는 5점 만점에 5점을 기록했다.
작년 6월에는 약 20일간 텀블벅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목표금액의 496%를 달성했고, 성수동 팝업스토어와 잡 페스티벌에도 참여해 1:1 상담과 그룹 상담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간혹 기관에서 진행하는 정식상담에서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받고 상처를 받은 후, 모락모락의 서비스를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내담자도 있을 정도다.
김 대표는 “나만 하더라도 엄마에게 위로받고 싶더라도 괜히 걱정할 것 같아 속 얘기를 잘 안 하는 편”이라며, “편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살아있는 삶의 연륜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모락모락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내 ‘맘 지킴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길”
모락모락의 매칭 과정 중 내담자가 감동하는 포인트는 공감레터(손편지)다. 아날로그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모모’의 공감레터를 본 내담자는 ‘아! 이분이 나를 잘 알고 있구나’라는 안도와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후 게슈탈트 심리학 이론과 만다라트 기법을 활용한 자기 이해 학습지인 ‘내마블(내 마음속의 블루찾기)’을 통해 자신의 모든 마음과 고민을 순서대로 하나씩 꺼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고민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어떤 고민이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며, 실타래처럼 하나둘 해소하는 과정을 거친다.
김 대표는 ‘내마블’의 경우 모락모락 팀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건국대 심리대학원 교수에게 자문해 제작했으며, 디자인 특허출원을 진행해 등록까지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모락모락은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진행한 ‘2021년 여성가족친화 (예비)사회적기업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그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모락모락은 공공기관 이관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에 재학 중인 김정욱 대표와 6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 대표는 좀 더 안정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서비스가 진행되길 바랐다. 그는 “신뢰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공공기관과 함께 운영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모락모락의 서비스가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스태프는 모락모락의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며,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공공기관으로 이관된 후 나도 모모님의 공감레터를 받고 싶다”고 고백했다.
모모로 활동 중인 강계숙 씨는 “20대 청년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어떤 면에서는 50대로서 내가 고민하는 지점과 비슷한 정서를 느낄 때가 있다”며, “‘모모’로 활동하는 동안 나 역시 정신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을 때가 많아 서로 윈-윈의 관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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