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사출원으로 디자인등록증 받아도 무효 될수 있어

디자이너에서 변호사로…법률사무소 아티스 서유경 대표변호사 

 

디자인 분야에서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권리 자체가 적극적으로 보호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내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범위를 정확히 모르면서권리 침해 주장을 하는 경우가 상당하죠.”

 

법률사무소 아티스 서유경 대표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디자인을 카피했다고 사회적 이슈가 된 기업들도 실제로 사건을 검토해 보면 권리 자체가 모호하거나 권리 범위를 살짝 빗겨나가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건들이 많다고 말했다윤리적으로 문제가 될지언정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모방과 변형이 쉬운 디자인 제품은 국내외에서 디자인 모방 피해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고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으로 확대되고 있어디자인 지적 활동의 가치를 사전에 보호하고 침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디자인 전문법률가 되고자디자이너에서 변호사·변리사로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를 졸업한 서유경 변호사는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서 변호사는 디자인 전문가로서 디자인을 잘 이해하는 법률가가 되고자 로스쿨에 들어가 변호사 겸 변리사가 됐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 무렵에 스마트폰이 막 나오기 시작할 즈음이었어요전공을 살려 당시 떠오르는 분야였던 UI나 UX디자인 또는 기획 쪽으로 진로를 정할 수도 있었지만스마트폰 등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10년 후에는 관련 분야에서 법률 분쟁이슈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법률가로 진로를 생각했죠.”

 

현재 서 변호사는 문화예술과 디자인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스타트업에 특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사무소 아티스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디자인분쟁조정위원으로 일하고서울문화재단 예술청에서 문화예술인을 위한 법률상담도 제공하고 있다서울대학교 정보문화학과 디자인학부에서 콘텐츠 라이선싱과 디자인보호 법제 및 리걸 디자인 분야를 강의하고 있다.

 

서 변호사는 소송 중심의 변호사 보다는 디자인 산업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획자디자이너의 마인드로 법률 분쟁을 예방하는 변호사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무심사등록출원으로 디자인 등록증 받아도 무효 될수 있어

 

대기업의 경우 대형로펌이라든가기업의 인하우스 변호사를 통해 자문을 충분히 받으면 법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그러나 개인사업을 하거나 영세한 기업의 경우 권리 확보를 충분히 못하는 경우가 많고권리를 확보하지 못한 디자인은 누군가에게 카피를 당하더라도 침해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주얼리 디자인 제품을 유행에 맞춰 시장에 빠르게 내놓고 싶은 경우디자인무심사등록출원을 하면 10일에서 아무리 늦어도 한 달 안에 디자인 등록증을 얻을 수 있어요출원자 입장에서는 디자인 권리를 확보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질 심사에 들어갔을 때 무효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도 발생하고신규성의 상실로 디자인 등록을 받을 수 없거나 등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무효가 될 수 있는 여러가지 위험요소들이 있죠.”

 

서 변호사는 무심사제도 자체가 무효성 판단이 될 수 있어 권리를 취득했다고 생각해도 나중에 무효가 될 수 있는 법적 불안전성이 있지만일반 디자이너들이 이를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활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디자인이 공지되면 신규성이 상실돼 등록요건을 갖출 수 없고공지일로부터 1년 동안 신규성 상실의 예외를 주장해서 출원 절차를 밟아야만 등록을 받을 수 있는데이런 골든타임을 놓치고 디자인 제품을 시장에 출시부터 먼저하고 시간이 지났다가 디자인권을 받을 수 없게 된다상품형태가 갖춰진 날로부터 3년이 지나버리면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하기도 어려워서 낭패를 볼 수 있어 포트폴리오 관리를 사전에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 공지 증명’ 활용하면디자인 침해 사전예방 가능

 

서 변호사는 권리 확보에 대한 교육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하고작은 권리부터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작물이 완성되면 저작권과 산업재산권 확보가 우선이다저작권은 창작이 완료된 날로부터 권리가 발생하고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간단한 절차를 통해 저작권 등록증을 받을 수 있다산업재산권의 경우 필요에 따라 상표권디자인등록특허권 등을 확보할 수 있고 공익변리사의 도움을 받으면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디자인 공지 증명을 활용하면 디자인 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있다디자인 공지 증명제도는 디자인 등록출원 전 창작물에 대한 디자인 공지 사실을 증명하는 제도다디자인 등록출원 전 디자인 창작 사실을 대외에 공지해 디자인 모방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간단한 절차를 통해 일주일 이내 공지 증명이 완료되고공지일로부터 1년 동안 디자인을 출원해 등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과제전시회를 하는 경우도 자신의 창작물을 공개하는 것에 해당합니다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오픈한다는 것이 법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명확히 알 필요가 있죠작품의 공개와 동시에 권리 확보를 하지 않을 경우 향후 디자인 침해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건강검진 받듯예방적 차원에서 권리 확보하는데 힘써야

 

서 변호사는 1인 창작자들이 늘어나고 많은 디자이너들이 활동하고 있지만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컨설팅 등을 위해 법률가를 찾는 디자이너는 아직 흔치 않다고 말한다대부분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변호사 등을 찾게 되는데 그때는 이미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경우가 많다며조기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예방적인 차원에서 자신의 권리를 미리 확보하는데 힘쓸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며 대학 강의 등 다양한 강연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서 변호사는 향후 디자인과 관련된 형사범죄 및 세법 관련 분야에 대해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 목표다.

 

디자인 법률 부분은 특허나 상표 등의 지식재산분야에 비해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어요현행 디자인 보호법만으로는 디자인 권리를 보호받는데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죠특허법상표법저작권법부정경쟁방지법 등 각 법률들과 디자인보호법 간의 교차지점이 발생하고권리와 권리 사이에 저촉관계가 발생하기 때문에 권리간 역할분담과 조정에 관한 법리를 연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그 경계와 기본을 바로 잡는 작업이 지금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입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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