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사로잡은 치과기공학계의 ‘일타강사’

치과기공사를 위한 교육플랫폼…덴탈보다 박연경 대표 

 

“치과기공학 관련 세마나를 듣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야 합니다. 적게는 100만~200만원, 많게는 200만~3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강의도 많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개발도상국처럼 어려운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덴탈보다(DENTALBODA) 트레이닝 센터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박연경 대표는 10여년 전, 자신이 힘들게 공부한 각종 노하우와 꿀팁을 유튜브로 공개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당시만 하더라도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치과업계에서 이런 사례는 없었기에 그의 행보는 가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박연경 대표는 “학생 시절 세미나 비용으로만 1억~2억원을 썼다. 그렇다고 내가 돈이 많아서 비싼 강의를 들으러 다녔던 건 아니다. 대학 생활 내내 학원강사를 하며 돈을 벌고, 번 돈을 다 공부하는데 투자했다”며,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다 보니 ‘교육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누구에게나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의 소신을 밝혔다.

가르치던 학생 위해 올렸는데…전 세계가 ‘환호’

치기공학과를 졸업해 재료공학 석박사를 취득한 박연경 대표는 대학에서 전임교수로 재직하며, 치과기공사를 양성하는데 10년을 바쳤다. 교수 시절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누구나 공평하게 공부할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키가 작으면 세미나에서 핸즈온 코스를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가 떠올린 방법은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업로드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학생들이 선행학습도 할 수 있고, 복습도 본인들이 원하는 공간에서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10여년 전, 가르치던 학생을 위해 무료로 강의를 공개한 박 대표는 뜻하지 않게도 전 세계의 치과기공사 혹은 치과기공사 코스를 밟고 있는 학생으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박연경 대표는 “특히 미국, 유럽, 호주처럼 여전히 몇백만원짜리 오프라인 세미나가 주를 이루고 있는 국가에서는 교육시설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강의를 푸는 일은 전무하다”며, “사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국비지원코스가 많이 생겨났지만, 여전히 고액의 비용을 내고 세미나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박 대표의 영상에는 귀한 자료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특히 그의 저서 중 하나인 ‘라이브 왁스 업(Live Wax Up)’ 중, 풀마우스(전체치아) 형태에 대한 교육 영상이 100개 정도 되는데, 이런 영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무료로 고가의 강의를 보기 위해 전 세계의 사람들이 찾아오다 보니 구독자 수만 5만명을 육박하고, 대다수의 강의 영상은 10만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인기 있는 강의는 40만뷰 이상 기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만 보는 유튜브 채널로서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치과전문종사자를 위한 교육채널로서 가능성을 본 박 대표는, ‘내가 필요한 곳이 학교만은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에 2018년 대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19년 6월 덴탈보다를 창업해 본격적으로 교육 플랫폼 사업가로 나섰다.

치과종사자·업계가 주목…술자의 각도, 컬러링

덴탈보다는 치과전문종사자뿐만 아니라 굵직굵직한 글로벌 회사들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신제품이 출시되면, 덴탈보다에 연락해 협업하기를 원하는 회사들이 많다고 한다. 이처럼 덴탈보다의 유튜브가 치과전문종사자부터 업계에 이르기까지 두루 주목받는 이유는 강의의 퀄리티 때문이다. 특히 영상을 ‘술자의 각도’에 따라 촬영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술자는 작업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즉 작업자의 각도를 따라가며 영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영상만 보더라도 실제로 작업을 하는듯한 느낌을 준다. 

박 대표는 “디지털로 작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보니 관련 유튜브 채널은 많아졌다. 하지만, 아날로그적인 부분들은 카메라로 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핸즈온으로 하는 작업을 보여주는 영상은 드물다”며, “아무리 디지털이 발전한다고 해도 결국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을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많은 임상가들이 찾을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양극화 현상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라미네이트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박 대표는 “라미네이트처럼 사람의 손기술이 중요한 분야는 부르는 게 값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처럼 인건비가 높은 나라들은 세라믹 크라운 하나당 100만~200만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술자의 기술에 따라 기계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10만원으로 확 떨어질수도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디지털과 손기술의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덴탈보다 영상은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도록 해준다. 최근 학생과 임상가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인 ‘심미보철’ 관련 교육만 봐도 알 수 있다. 심미보철을 잘하기 위해서는 치아 교합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야 하지만, 교합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치아 형태에 대한 지식이 전제돼야 한다. 덴탈보다에서는 이런 기본기를 다질 수 있도록 세밀하게 가르치기 때문에 덴탈보다에서 국비지원코스를 모집하면 단 몇 시간 만에 모집인원이 마감될 정도다. 

최근 들어 치과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인 ‘생체친화 소재’ 관련 교육도 덴탈보다에서 하면 다르다. 자연 친화가 트렌드다 보니, 치아 색 역시 환자의 치아 색에 맞춰 지르코니아 위에 색칠을 해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우선 색깔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래서 덴탈보다에서 진행하는 수업이 ‘컬러링 수업’이다. 

박 대표는 “쉐이드 가이드(Shade Guide, 치아의 색상을 보는 도구)에 맞춰 치아 색을 유사하게 재현하기는 쉽다. 하지만, 모든 경우의 수가 이 가이드 안에 들어 있지는 않다”며, “덴탈보다에서는 색을 보는 방법과 그 색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알려주기 때문에 색의 기본에 대해 완전히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한다”고 했다. 

가령, 지르코니아 색을 커버하면서 쉐이드 가이드 색을 재현하기 위해 보색을 쓰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데, 치아의 투명층과 유사하게 재현하기 위해 미묘하게 그레이, 바이올렛, 블루, 핑크 색상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는 ‘스테인 A와 스테인 B를 1:1로 섞으세요’처럼 단편적인 정답만 알려주는 강의와는 차원이 다르다. 

박 대표는 이런 그의 노하우와 그동안 차곡차곡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컬러링 수업 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치과종사자의 페인 포인트 해결 트레이닝 키트

박연경 대표가 형태, 교합 등 심미적인 부분을 공부할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스스로 트레이닝 할 수 있는 키트가 다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나만의 트레이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바람에서 개발한 것이 ‘트레이닝 키트’다.

이 키트는 왁스업(Wax-up) 단계별 영상과 학습 단계를 스스로 진단해 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혼자서도 학습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또한, 테스트를 통과할 때마다 애플리케이션 자체 시스템에서 리워드를 주기도 하고, 전문가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박 대표는 “공부하면서 가장 궁금한 것이 현재 자신의 수준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치과전문종사자들은 ‘이 정도 연차, 직급이 됐는데 혹시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떡하지?’와 같은 불안감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이런 모든 페인 포인트를 해결해 줄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바로 이 키트다. 얼굴과 이름을 노출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2021년에 개발을 시작해 지난 3월 독일에서 열린 IDS(세계 치과기자재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인 이 키트는 미주,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지난 7월에는 대구보건대와 교육부가 ODA(국제협력 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인도네시아 치과기공과 교육에도 이 키트가 사용됐다. 

박 대표는 “치과기공학 이론의 시작이 독일에서 출발했는데, 우리의 트레이닝 키트를 보고 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와 감회가 새로웠다”며, “미국 등 여러 해외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저작권 등 보안장치를 좀 더 강화한 후 글로벌 시장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이의 가치’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

박연경 대표는 덴탈보다를 통해 ‘같이의 가치’를 실천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2019년 이후 매해 150~200%씩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지만, 그의 목표는 단순히 ‘외적인 성장’이 아니다. 

박 대표는 “덴탈보다의 네임밸류가 더 올라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궁극적인 목표는 나의 가치관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뿌리가 튼튼한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그중 하나가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그의 철학을 고수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비즈니스와 그 외의 것은 철저히 구분한다. 2018년부터 유튜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표는 “몇 년 전에 카자흐스탄에서 치과기공을 가르치며 선교활동을 하는 선교사에게 연락받은 적이 있다. 강의 내용은 너무 좋은데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아 학생들에게 강의를 보여줄 수 없다고 하더라. 바로 사비로 내 책을 구입해 영상과 같이 링크로 보내줬다”며, “만약 독일이나 미국 같은 큰 업체에서 그런 연락을 받았다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글로벌 기업에는 1년치 개런티를 받고 빌려줄 뿐이다. 비즈니스와 봉사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철학은 그가 꾸준히 치과기공학 관련 저서를 출판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8권의 책을 출판했다. 지난 4월에는 치아형태학 분야의 권위자인 ‘시게오 카타오카’ 밑에서 사사(일대일 맞춤형 지도)를 받은 인연으로 ‘자연치 형태학’을 번역해 내놓기도 했다. 이 책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해 한국어책을 구하기 어려웠던 한국인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줬다. 

박연경 대표는 “지금보다 회사가 더 커지고 잘되면 좋겠지만, 회사의 가치를 함께 표방하면서 성장하고 싶다”며, “이를 통해 덴탈보다가 치과 관련 교육에 대해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업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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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트레이닝 키트에서는 개별 치아를 하나씩 공부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단계별로 나뉘어져 있는데, ▲모델 ▲작업 시 필요한 자료들과 영상 ▲소책자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해 33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내년 초에는 풀마우스 모델을 론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