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 필수적으로 병행해야 하는 것은 ‘식단관리’다. 그리고 식단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기록’이다. 오늘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 식단관리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식단관리 앱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며칠 만에 식단관리 앱 사용을 포기한다. 이유는 불편하고, 귀찮아서다. 유저들은 ‘고구마튀김을 간식으로 먹었는데, 목록에 없어 감자튀김으로 대체한다’ 혹은 ‘먹은 음식을 일일이 조회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복잡하다’면서, 불평을 호소하곤 한다. 꾸준함이 생명인 식단관리 앱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다. 이에 기존에 불편했던 식단기록을 혁신적으로 바꿔 ‘찐’ 입소문으로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스프린트(SPRINT Inc.) 김종인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스프린트 앱을 쓰는 이유는 편리함이다. 이는 리뷰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이 스프린트처럼 건강관리 앱을 사용하고, 그 결과물을 이해하는 데 진입장벽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IT기술을 통해 이런 제품과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앱에 사용자가 생겼네
UI·UX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김종인 대표는 각 기업에서 일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어 학창시절부터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인턴십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전공은 경영학인데, 대학 2학년이던 2011년도부터 IT 붐이 일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IT 관련한 커리어를 꿈꾸게 됐다”며, “빙글(Vingle) 인턴십을 시작으로 삼성SDS, 독일의 ERP 회사인 SAP, 컨설팅 회사인 PWC 등을 거쳐 카카오에서 인공지능 스피커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평소 ‘좋은 산출물은 좋은 과정에서 나온다’고 믿었던 그는 여러 기업에서 인턴십을 거치며 독일·남아공 등 다양한 국가와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훌륭한 멘토와 교류하면서 디자이너로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이 당시에 IT업계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인 ‘사이드 프로젝트’에 여러 기업의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제품을 만들고, 출시하는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스프린트 역시 친구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창업까지 이어진 케이스다.
김 대표는 “PT를 받던 친구로부터 식단관리를 입력하는 일이 너무 귀찮고 번거롭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결국 식사라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일이고, 식단기록은 온라인에서 하는 일이다. 이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좀 더 편하게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를 말했다. 이어 “명함관리 서비스인 리멤버처럼 자신이 먹은 음식을 찍거나, 카톡 하듯이 간단하게 치기만 해도 식단관리가 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에 IT기술을 접목했다”며, “이후 여느 사이드 프로젝트가 그렇듯이 앱을 출시했다. 원래는 앱을 출시하면 그것만으로 목적 달성이 되는 건데, 사용자가 생겨 버렸다”며, 사이드 프로젝트가 창업까지 연결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동안 인턴십을 하면서 ‘큰 조직일수록 개인이 끼칠 수 있는 임팩트의 양이 적어 아쉬웠다’는 그는 창업을 결심하고, 2020년 10월 법인을 설립했다. 앱을 출시한 지 5개월 만이다.
‘입소문’으로만 성장…지자체와 대기업에서도 주목
여러 가닥으로 폭넓게 유입되던 고객이 최종 결제에 이르면 깔때기처럼 좁혀진다는 ‘깔때기 이론’이 있다. 이런 고전적인 고객행동 유형은 앱에서도 나타난다. 처음에는 100명이 사용했지만, 결국엔 50%만이 남아있고 결제하는 고객은 그중에 한 명이라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스프린트의 성장은 유의미하다. 2022년 8월부터 유료화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다운로드 수 8만명이 넘었고, 미국, 유럽, 아프리카 등 해외의 유저들도 지속해서 유입되고 있다. 지난 5월과 7월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올해의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지자체와 대기업에서도 손잡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8900원이라는 이용료가 절대 저렴한 게 아니다. 넷플릭스도 ‘N빵’으로 결제하는 이들이 많을 만큼 사람들은 돈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며, “돈을 내면서라도 스프린트 앱을 쓰는 이유는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놀라운 점은 스프린트의 마케팅 집행금액은 0원이라는 점이다. 모두 입소문만으로 이룬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을까. 스프린트 앱은 ‘편리한 식단기록’에 집중한다. 먼저, 뭘 먹었는지 입력하기 전에 앱 자체 내에서 추천을 해준다. 먹었을 만한 것들을 앱 화면 에디터가 보여주면 체크만 하면 된다. 2단계는 유저들이 텍스트나 사진을 입력하기만 하면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결과물을 찾아낸다. 음식 사진이나 제품 사진, 영수증 등을 아무렇게나 올리거나, 줄임말 같은 텍스트로 써도 인공지능이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3단계는 식단계획까지 짤 수 있어서 계획표에 맞게 체크만 하면 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그동안 음식 데이터와 사람들의 섭취 데이터가 쌓인 덕분이다. 스프린트의 음식 데이터양은 식약처보다도 더 많을 정도라고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패턴까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유저들은 이 데이터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식성과 체형을 가진 사람들이 먹는 음식 등을 알 수 있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스프린트는 올 중순 B2B 사업에도 진출했다. 지자체에서 만든 건강 앱에 데이터를 공급할 예정이고, 대기업의 건강 관련 팀과도 협업할 계획이다. 트레이너 사이에서도 스프린트 앱은 추천 앱으로 선정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트레이너는 식단관리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개인 맞춤화가 힘들고, 회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관리하는 회원도 너무 많아 세세하게 다 기억하기도 힘들다”며, “우리 앱은 트레이너용이 따로 있어서 고객의 것과 연동된다. 그래서 앱을 통해 회원이 작성한 내역을 볼 수 있다. 또, 회원에게 어떤 어드바이스와 코멘트를 해줄지도 데이터에 맞춰 알려준다. 즉, 트레이너는 운동 코치만 잘할 수 있도록 우리 앱이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앱 서비스로 ‘식문화’ 책임진다
스프린트 앱은 내년에 더욱 발전된 형태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초에 식단을 설계해 주는 프로그램을 더 고도화해 출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김종인 대표는 “식단을 기록한 후, 다음 질문은 ‘뭘 먹어야 하지?’다. 우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저들에게 추천하고, 설계해 줄 수 있다. 지금도 관련 카테고리가 있지만, 좀 더 고도화해 본격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라며, “유저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설계가 가능하다. 식사시간이 불규칙 하고, 사 먹는 사람에게 뭘 만들어 먹으라고 추천해봤자 소용없다. 개인별로 맞춰 음식을 추천하고, 설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프로그램에도 선정된 스프린트는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스프린트가 비록 B2C 앱이지만, 데이터가 많이 쌓였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 건강과 관련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IT팀들이 일하는 방식중에 스프린트라는 방식이 있다.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팅하고, 짧은 기간 전력 질주한다는 개념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며, “다이어트에도 이런 철학적 개념을 넣고 싶었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동하고 싶다”고 전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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