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도자기가 재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

손끝에서 탄생한 지속가능성…아누 안용우 대표, 나원호 COO

 

‘도자기’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은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낀다. 화분, 화병, 그릇, 타일, 각종 장식품 등 도자기에 포함된 수많은 제품이 ‘집’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도자기의 아름다움에만 심취한 나머지 그 이면까지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누(a nu) 안용우 대표와 나원호 COO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1000℃가 넘는 높은 온도에서 성질이 변한 도자기는 절대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도자기가 되고 나면 분해가 되거나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고 마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껏 낭비됐던 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물로 되돌려 놓기 위한 고민으로부터 우리의 프로젝트는 시작됐다”고 밝혔다.

청년의 눈에 비친 도자기…유한성을 무한함으로

“신혼 때부터 쓰던 그릇인데 깨졌어요. 어디에 버리면 되나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결같다. “마대자루 하나 사서 갖다 버리세요” 혹은 “테이프로 꽁꽁 싸매서 종량제 봉투에 버리세요” 등이다. 

이처럼 포털사이트나 맘카페에 ‘도자기 쓰레기 배출’이라고만 쳤는데도 수많은 사람의 질문과 답변이 쏟아져 내렸다. 그만큼 도자기가 일반 쓰레기인지, 재활용이 가능한지 모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유행이 지났거나, 오래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무심결에 도자기를 갖다 버리지만, 이렇게 버려진 도자기는 영원히 썩지 않는 쓰레기로 전락한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이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한 3명의 청년이 있다.

안용우 대표는 “같은 시기에 졸업했는데 모두 뚜렷한 계획이 없는 상태였다. 도예과라는 전공을 살려서 갈 수 있는 직장이 거의 없었다”며, “취직은 어렵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평소 생각하던 문제를 생각에서 그치지 말고 사업 아이템으로 해봐야겠다는 마음에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전공인 산업디자인과인 나원호 COO 역시 마찬가지였다. 취업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서울대 도예과와 산업디자인과 졸업생이 모여 2021년 8월에 설립한 아누는 ‘도자기 업사이클링’을 메인 키워드로 수거부터 가공, 생산, 판매까지 아우르고 있다.

도자기가 ‘재활용’ 될 수 있다는 인식 심어주고파

사실 아누의 창업자들은 이전에 창업한 경험이 없다. 나원호 COO만 유일하게 학부 시절 1년간 예술 리뷰 플랫폼을 운영한 경험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잘 몰라서 시작할 수 있었다고 배짱 있게 말했다.  

안용우 대표는 “자본 없이 무일푼으로 시작했다. 대신에 정부지원사업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일반 플라스틱으로 나오는 제품이나 전자기기 같은 경우 전문 공장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빠르게 시제품을 내보고 판매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다.

이런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창업한 지 4~5개월 만에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대박이 날 정도로 아누의 디자인적인 감성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3만원 초반대의 제품을 100만원어치 파는 게 목표였는데, 당시 1000%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사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누는 ‘친환경’ 브랜드라고 소비자에게 내세우지 않았다. 친환경은 너무도 당연한 가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친환경 마케팅 없이도 디자인과 기술력만으로 제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러다 자원 순환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는 소재의 변화를 준 시점부터다. 아누는 창업 초기, 생산시설에서 나오는 흙 슬러지(Sludge)를 재활용해 도자기를 만들던 방식에서 소재의 변화를 줘 작년부터는 폐도자기를 직접 수거하고, 가공해 생산 및 제품화까지 하고 있다. 

폐도자기를 모으는 경로는 여러 가지다. 우선, 알맹상점과 협약을 맺어 각 가정으로부터 수거한 재활용이 가능한 폐도자기를 받고 있다. 또한, 건국대, 국민대, 서울대, 서울과학기술대, 성신여대 도예과와 협약을 맺고 학기 말마다 수거해오고 있다. 학교에서만 받아오는 폐도자기만 한 학기에 몇십 포대에 이른다고 한다. 

나원호 COO는 “소재를 폐도자기로 전환하면서 소비자에게 도자기가 재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도자기는 유용한데 그냥 버려지고 있는 폐기물이었습니다’라고 간단하게 SNS에 포스팅을 올렸는데 바이럴이 잘 됐다”며, “이후 알맹상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연락이 왔다. 또, 우리에게 외주를 맡기고 싶다며 업체들로부터도 연락을 받았다. 이후 이 사실을 전면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겠다 싶어 캠페인 형식으로 풀고 있다”고 말했다. 

본적이 없는 디자인…버려졌던 ‘폐기물’의 대변신

아누의 사무실 한편에는 수저 받침대처럼 생긴 도자기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바로 흙의 배합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테스트를 한 결과물이다. 

안용우 대표는 “발색이나 흡수력을 바꿔가면서 나온 결과물을 토대로 제품에 어울리는 화분을 만든다. 우리가 직접 재료의 색상을 배합하면서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강조하고 싶어 제품 색상도 컬러풀하게 제작하고 있다”며, “재료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료와 관련한 데이터들이 많이 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아누의 디자인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단어 하나로 콕 집어 설명할 수 없는 패턴들의 선율은 단지 예술성만을 뜻하진 않는다. 예술성을 넘어 아누만이 가진 기술력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가령, 화분 윗부분에 우글우글하게 표현된 부분은 프레스 공법을 사용할 때 몰드 내부보다 흙을 적게 넣으면 우두둑~ 하고 터진 형태가 된다. 즉, 재료가 가진 순수한 물성을 살려서 표현하는 게 아누의 1차 미션이라면, 이 미션 아래 수분이나 흙의 양을 정확히 계량해 넣어 오차 범위 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합쳐져 나올 수 있는 제품의 형태다. 

아누는 서울 남대문의 사무실 옆에 별도로 마련한 작은 공장을 통해 쉴 새 없이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 달에 2000개 이상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중에서도 플랜트 세트가 선물용으로 가장 많이 나간다고 한다. 사이즈가 지름 80mm, 높이 65mm로 작다 보니 부담감이 없어 사무실 책상위에 두거나 집들이용으로 인기가 좋다. 농장에서 받아 식재부터 굽고, 포장까지 모두 아누의 손길이 깃든 이 제품은 아누의 공장 시스템 덕분에 1~2주면 뚝딱 완성된다. 

이외에 콜라보레이션한 제품들도 다양하다. 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아로마티카와 협업한 오일 디퓨저는 오일 디퓨저 같지 않은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돌절구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텍스처와 재료들을 아누만의 레시피대로 만들어 차별성 있는 디자인을 구현했고, 제품 전체가 흙으로 차 있기 때문에 들면 묵직함을 부여한다. 

이외에도 전통주 전용잔 등 폐도자기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의 영역은 다양하다. 현재도 코스메틱, 외식업·푸드스타일링 업체, 가드닝 브랜드 등 협업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플랜트숍의 경우 전국 20여군데에서 판매하고 있어 웬만큼 규모가 있는 숍에 가면 아누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자사몰과 29CM 등 온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다. 아누 제품의 가능성이 커진 만큼 매출도 2배 이상 성장하는 등 점점 오름세를 보인다. 

현재 아누는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있다. 폐도자기가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식기, 캔들 용기 등 도자기로 만들어볼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후 좀 더 규모를 키워 타일이나 벽돌 등 건축 내외장재도 시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원호 COO는 “친환경 자재에 대한 니즈가 많다고 해서 현재 두 곳의 자재 라이브러리에 들어가 있다”며, “우리가 먼저 생각한 형태는 짧은 기간 동안 만들었다가 없애는 팝업스토어다. 요즘 팝업스토어 때문에 건자재 폐기물이 늘었다고 하더라. 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투입된다면, 테이블 상판이나 기둥을 아트 오브제처럼 벽돌 형식으로 쌓아 연출하거나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기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또, 그곳에서 나온 폐도자기를 다시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용우 대표 역시 폐도자기로 자원순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몰랐겠지만, 도자기 자체가 일회용이다. 지금까지 도자기와 관련해서는 법 규정도, 분리배출 규제안도 없다”며, “도자기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리가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면서 순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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