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변호사의 변신, 건강한 간편식 창업으로

웰빙푸드 트렌드 선도…모던구루 임지영 대표 

 

국내에도 웰빙 문화가 확산되면서 고기 대신 생선과 유기농산물을 즐기는 등 건강한 식단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식품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웰빙 푸드로 그래놀라가 주목받았다. 그래놀라는 아침 식사용으로 곡류·말린 과일·견과류 등을 설탕이나 꿀, 오일과 함께 섞어 만든 시리얼이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통곡물 시리얼 그래놀라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식품 업체들도 시장 수요에 맞춰 관련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모던구루는 수제 그래놀라와 유기농 오트밀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임지영 대표가 2018년에 설립했다. 전 세계적인 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선점 경쟁에 뛰어든 회사 중 하나인데, 임 대표의 이력이 이색적이다.  

연세대학교 법학과 재학 중 사법시험을 패스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대형로펌을 들어가 성공가도를 달렸다. 소위 국내 6대 대형로펌으로 꼽히는 곳의 기업소송팀 소속 8년차 변호사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돌연 그래놀라를 창업아이템으로 내세워 사업가로 변신했다. 

임 대표는 “대학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내로라하는 대형로펌에서 일을 시작했을 땐 겉으로 보기에 성공한 삶이었다”면서도, “그러나 삶은 회사의 중심으로 돌아갔고,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던 중 2016년 회사의 지원으로 가게 된 런던 연수에서 “오래도록 꿈꾸던 일상을 누리며 여유로운 삶을 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한다. 

1년 3개월의 런던 유학생활을 마친 임 대표는 서울로 복귀한 직후 창업과 성공에 관한 이야기들을 찾아보며 사업에 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후부터 생각을 구체화 시켜 나갔다”며 “내가 좋아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야이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아끼지 않는 분야에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난 것이 바로 건강식”이었다고 한다.

변호사 시절 건강에 관심은 많았지만 바빠서 요리할 시간이 없던 경험을 되돌아보며, 시간도 에너지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을 고민했다. ‘건강한 간편식’을 만드는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한 이후 떠오른 건 그래놀라였다. 임 대표는 “그래놀라는 바쁜 사람들이 가장 취약한 아침에 좋은 아이템이었다. 주말 동안 한 통 만들어 두면 허겁지겁 나가기 바쁜 주중 아침에 참 좋았다”며 “그런데 시장을 둘러보니 수제 그래놀라는 종류가 많지 않았다. 공장에서 나오는 이름만 그래놀라가 아닌, 집에서 만드는 것처럼 좋은 재료로 제대로 만든 그래놀라는 없어 이 때 더욱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8년 말 로펌에 사직서를 내고 3개월 뒤 서울 연희동 소재 5평짜리 사무실을 얻어 성공의 꿈을 안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주문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으면서 초기부터 시련이 찾아왔다. 임 대표는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어 마케팅, 홍보, 영업에 관련된 책부터 찾아 읽었다. 읽을수록 지식은 쌓여갔지만 이걸 내 사업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는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2020년 6월 기회가 찾아왔다.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모던구루 창업 스토리를 실은 기사가 실리면서 주문이 물밀 듯이 밀려온 것이다. 임 대표는 “3일 만에 1억원어치 주문이 들어왔고, 이로 인해 처음으로 직원 채용과 함께 부랴부랴 사무실도 40평짜리로 이사했다”며 “고되게 일했지만 즐거운 기분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에 감사했고 이 행운을 꽉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임 대표는 “꾸준히 제품군을 늘려갈 예정”이라며 “다만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업을 꿈꾸는 예비 사업주들을 위해 조언을 요청하자 임 대표는 “사업에 경험이 없다면 무조건 작게 시작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고정비가 많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 초기를 버티기가 힘들다. 또한 한 번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실패하더라도 수습하고, 다시 도전할 돈과 체력과 멘탈을 남겨 둬야한다”고 제언했다. 

임 대표는 “앞이 안 보여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겠지만, 내가 차린 이 사업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다만 이 시간 동안 내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졌지만 고객들에게 사랑을 못 받는 것인지는 예민하게 관찰해야 한다”며 “후자라면 고객들의 피드백을 금쪽 같이 듣고 재빨리 고쳐나가야 한다. 우리는 사업을 하는 거지 예술을 하는 게 아니니까”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중기이코노미 신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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