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격차 없는 학교…방과 후 수업에도 혁신 필요

콘텐츠로 ‘교육 불평등’ 해소…마루한사회적협동조합 이상헌 대표 

 

“경제적, 지역적 차이로 인한 교육 격차는 없어져야 합니다.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경험과 체험을 통해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비즈니스센터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마루한사회적협동조합 이상헌 대표가 강조한 말이다. 이상헌 대표는 “교육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호응해야 한다”며,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참고하고 연구해 신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외부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하고 흥미로운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순간에 부도를 맞고 마주한 현실은 “학원비 걱정 

이상헌 대표는 원래 교육사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건축을 전공한 이 대표는 경기도 일산에서 건축회사를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그러던 그가 교육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건축회사가 부도를 맞게 되고, 한순간에 넉넉했던 가정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부터다.  

이 대표는 “주거래처였던 건설회사에서 부도가 나면서 내가 운영했던 회사까지 타격을 입어 연쇄부도를 맞았다”며, “유치원, 초등학생,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큰아들까지 3형제에 남부럽지 않게 사교육을 시켰는데, 도저히 교육비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하다못해 아이들 학원조차 보낼 돈도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이들이 좋아했던 예·체능 학원은 물론이고, 학업 필수과목이었던 국·영·수 학원까지 모두 끊을 수밖에 없던 상황에 이르면서, 이 대표는 ‘교육의 불평등’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예전에 학원 원장으로 활동했던 아내가 ‘사교육비는 과다 책정돼 있다’, ‘사교육비의 수혜자는 일타 강사들’이라고 토로했던 말도 하나하나 생각났다고 한다. 

그는 “내가 돈을 잘 벌 때는 몰랐다. 그런데 돈이 없으니까 가정형편 때문에 아이들의 재능을 그냥 썩혀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교육에 접근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음을 알게 됐고, 똑같은 사회인데 교육이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지 의구심을 갖게 됐다”며, 교육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이상헌 대표는 2016년 1월에 마루한사회적협동조합을 세웠다. 순수 한국말로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 ‘마루한’을 넣어, ‘교육의 중심이 돼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그가 협동조합 형태로 회사를 차린 이유도 있다. 이 대표는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식회사보다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사회적 목적과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취지에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한국 방과 후 교육연합회에 가입돼 있다가 사회적 기업이 되면서 지금의 형태로 분리됐다.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직원, 강사, 관계기관 등의 출자를 받았고, 이들은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잡상인 취급에서 고퀄리티 수업하는 회사로 ‘입소문’

방과 후 수업을 목표로 회사는 세웠지만, 기존의 공교육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상헌 대표는 제안서조차 학교에 전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학교에서 교장에게 제안서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행정실을 거쳐야 하는데, 대부분의 행정실무사로부터 ‘거기 던져 놓고 가세요’ 혹은 ‘교장 선생님 안 계세요’라며, 중간에서 잘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심지어 ‘왜 장사를 이런데 와서 하지?’라는 비아냥 섞인 말을 들을 때도 많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영업’이 빛을 발할 수 있던 것은 반복적인 방문에 있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세 번째 방문까지는 그냥 흘려보내기 일쑤지만, 네다섯 번 이상 찾아가면 귀를 기울이는 시늉은 해준다”며, “한번, 두번, 세번 제안서만 놓고 가다 네다섯 번 찾아가니 교장선생님과 대면하게 해줬다. 그때 우리 회사 얘기를 하기보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성과가 없다’, ‘효과가 없다’는 교장의 현실적인 문제 지적을 조용히 경청하고 공감을 표했던 이 대표는 1월마다 진행하는 제안설명회에서 PT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인천의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순간이다. 이 대표는 이미 일반화된 영어, 수학 과목보다는 ‘틈새시장’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역사 과목을 필두로 예체능 과목을 중심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이어 “우리의 강점은 계속된 피드백이다. 수업 참관을 하면서 강사의 언어, 행동 하나하나 다 피드백을 줬다”며, “우리와 결을 함께하는 강사와 계속 같이 하게 되면서 수업의 질은 더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이게 소문이 나서 다른 학교의 방과 후 수업을 담당하는 부장님의 귀에도 들어가는 등 입소문이 나서 옆 학교, 또 그 옆 학교까지 진출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마루한사회적협동조합은 인천의 38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인천지역에서 가장 많은 학교 수를 자랑한다. 현재 인력풀에 등록된 강사만 600명이고, 디지털과 인공지능, 로봇, 드론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는 양성 중인 강사를 포함해 3000명이 넘는다. 

학생·학교가 만족하는 콘텐츠로 ‘교육 불평등’ 해소

이상헌 대표는 마루한사회적협동조합의 가장 큰 강점은 콘텐츠에 있다고 자신했다. 수업 콘텐츠는 회사와 강사 간에 계속 상호발전하는데, 그 이유는 모든 콘텐츠가 ‘오픈’돼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누구나 강사로서 기회를 주기 위해 모든 자료를 무료로 배포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콘텐츠에 목말라 있는 강사들이 소문을 듣고 우리 플랫폼에 찾아온다”며, “처음에는 우리가 올린 자료를 응용해 사용하다가 강사 스스로 디벨롭한 자료를 또 우리 플랫폼에 올린다. 그런 식으로 계속 개선해 나간다”고 소개했다. 

강사로 진출하는 길도 ‘오픈’돼 있다. 인재풀에 등록한 강사 중,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수업 내용을 제대로 숙지했는지 테스트 후, 통과되면 이력서를 받고 학교에 배정한다. 열린 채용과 열린 교육을 지향하고, 체계적으로 강사를 양성하기 때문에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지만, 그만큼 회사에서 요구하는 평균 기준 이상을 상회해야 강사로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방과 후 강사 중에 수입이 월 700만원이 넘는 강사들도 많다”며, “지자체나 지방교육지원청에서 청소년 직업 체험을 비롯해 2박3일 과정에 해당하는 여러 특별수업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당 강사가 받는 페이가 보통 4~5만원인데,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진행하는 방과 후 수업까지 다 하면 수입도 꽤 좋은 편”이라고 했다.

현재 마루한사회적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국·영·수와 같은 전통 과목부터 역사, 피아노·바이올린·리듬체조 등 예체능 수업, 4차 산업혁명 관련 수업 등 30가지가 넘는다. 특히 사회현상과 부합하는 과목들에 호응이 좋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파이썬(Python), 인공지능, ESG 관련 수업이 인기다. 더불어 아이들의 욕구를 반영해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K-보컬 작곡 콘텐츠 등 K-POP 관련 수업이 대표적이다.  

이상헌 대표는 “우리는 ESG가 보편화되기 전인 2018년도부터 리사이클링 제품 제작 등 ESG 관련 수업을 했다”며, “요즘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양한 진로 체험활동에 대한 수요가 많다. 디지털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자라온 이들의 수요를 반영해 유튜브 크리에이터, 웹툰 작가, 프로게이머 등 다양한 현장형 교육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많은 학교를 대상으로 다양한 수업을 하다 보니 백데이터도 그만큼 쌓였다”며, “아쉬운 점은 여전히 교육에 있어 지역적인 편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런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맞춤형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에 경제·사회적 가치 제공하기 위해 역량 강화

마루한사회적협동조합의 체험형 교육이 인기를 얻은 만큼 회사의 매출도 날개를 달고 수직 상승하고 있다. 2016년도에 1억8000만원이었던 매출은 2017년도에 5억원으로 늘었고, 2018년도에는 12억원, 2019년도에는 25억원, 2022년도에는 70억원을 달성했다. 이 대표는 올해 매출은 80억원 이상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마루한사회적협동조합에도 위기는 있었다. 바로 코로나19였다. 특히 2020년도 1학기는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2학기 때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서서히 전환되면서 매출도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마루한사회적협동조합이 온라인 수업으로 빨리 전환할 수 있던 이유는 2018년도부터 온라인 수업을 해본 경험이 주효했다. 마루한사회적협동조합이 일찍이 온라인 교육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이상헌 대표가 세계적 흐름에 민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세계 여러 나라의 대학에 관심이 많다. 하버드, MIT, 스탠포드,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 경영대학원 등 세계 유수의 대학들에 오픈 수업이 많다. 무료로 들은 후 학점을 인정받고 싶으면 시험응시료만 내면 된다”며, “나 역시 실제로 체험해 보기 위해 MIT에서 인공지능 관련 수업을 6개월간 받고 시험응시료 240만원을 내고 시험을 봤다”고 했다. 

이어 “여기서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봤다”며, “2018년도에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소양과 관련한 온라인 수업을 했다. 이 경험이 코로나19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루한사회적협동조합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경제적·사회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ESG 경영실무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중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17개 단계 중 ▲형평성 있는 교육 보장 및 평생교육(Goal 4) ▲성평등 달성 및 여성·여아의 역량 강화(Goal 5) ▲지속적·포괄적·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생산적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Goal 8) 등 3개 단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이후 회사에서 내몰린 사람들, 취약계층 여성과 경력단절 여성 교육도 지자체에서 많이 위탁해 오고 있다고 한다. 

이상헌 대표는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지속가능한 경영주체로서 지역사회에 새로운 기업관을 심어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며, “이를 통해 지역과 국가에 이바지하는 착한 기업으로 영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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