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우리 애가 열이 나요~. 어떻게 해야 하죠?”
“육아는 ‘장비빨’이라던데…. 요즘 어떤 걸 사야 하나?”
초보 엄마·아빠들은 매일 궁금증에 휩싸인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부모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육아를 공부하듯이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렇기에 몇십 년 전에 인기를 얻었던 서적이 오늘날까지도 초보 부모의 선택을 받는다.
이처럼 ‘혁신’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육아 시장에서 입소문만으로 엄마·아빠의 선택을 받은 앱이 있다. 임신·육아 정보플랫폼 ‘베이비빌리’는 임신 때부터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초보 부모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담았다.
㈜빌리지베이비 이정윤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육아에 필요한 정보부터 아이를 키우면서 생긴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커머스가 잘 돼 있어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있다”면서, “더 나아가서는 우리 서비스가 출산과 육아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매개체가 돼 출산율 증가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직도 이걸 본다고?”…임신·출산 과정 겪은 선배들을 보니
행정학을 전공한 이정윤 대표는 컨설팅 회사에서 기업 매각을 위한 실사와 성장전략 구축을 하던 컨설턴트였다. 당시 그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 국민이 다 아는 프랜차이즈인데, 시작은 네이버 카페라니’처럼 흥미진진한 기업의 성공 사례와 창업 스토리에 사로잡혔고, 자신도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정윤 대표는 “창업 아이템을 찾던 시기에 회사 선배들이 임신과 출산 과정을 겪었다. 그런데, 그들이 쓰던 앱을 보니 디자인이 너무 안 예뻤다”며, “UX를 전공한 동료가 ‘내 졸업작품이 이것보다 예쁘겠다’고 하더라. 그때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대표는 2018년 9월에 회사를 나와 같은 해 10월에 예비창업패키지에 합격하면서 창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엄마, 아빠에게 도움이 되는 플랫폼이 되자’는 마음으로 법인을 세웠지만, 앱을 개발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2019년에 임신 시기부터 출산 후 4개월까지 필요한 물품을 패키지로 보내주는 ‘월간임신’을 서비스했다. 예를 들면, 임신 2개월과 3개월 땐 입덧 박스와 튼살 박스, 출산 후 3개월에는 100일 파티 키트 박스가 나가는 식이다. 반응은 꽤 좋아서 월 3000만원의 매출을 정기적으로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이 커지면서 물류 이슈가 발생했고, 월 매출액도 3000만원으로 정체기를 겪었다. 확장성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이에 2020년 7월에 앱 ‘베이비빌리’를 정식 출시하면서 플랫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앱 유저의 90% 이상이 오가닉 유저(Organic User, 자연 유입 유저)이기 때문이다. 앱 체류시간도 타사보다 월등했다. 육아 앱의 평균 한달 체류시간은 13~16분 정도이지만, 베이비빌리의 평균 한달 체류시간은 60분에 달했다. 그 비결은 바로 ‘콘텐츠’에 있다.
신생아실 ‘셀프 수유’가 한창 문제가 되던 시절에 법 조항을 캡처해 유저들에게 보냈는데, 이 내용들이 맘카페 등 여기저기에 퍼지면서 앱이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외에도 임산부를 위한 코로나 백신 정보와 해외 사례, 아데노바이러스 대처법 등 그때그때 엄마, 아빠들이 궁금해하는 이슈와 최신 정보를 알려줬다.
이정윤 대표는 “콘텐츠들이 쌓이면서 믿고 볼 수 있는 앱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우리보다 엄마, 아빠의 관심사를 잘 아는 회사는 없습니다’라고 자신할 수 있다”며 뿌듯해했다.
“다른 엄마, 아빠들은 무엇을 할까?”…자꾸 머무르고 싶은 앱
앱 베이비빌리는 먼저, 앱 유저의 40%를 차지하는 임신 시기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시범 운영했던 ‘태담’ 기능을 올 1분기에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이전에는 성우가 책의 일부를 읽어줬다면, AI를 통한 서비스로 업데이트된다.
하지만, 육아 콘텐츠라는 한계의 벽을 뛰어넘을 묘수도 반드시 필요했다. 이 대표가 막상 아이를 낳아보니 3~4년차만 되더라도 옛날처럼 노심초사하며 정보를 찾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월에는 엄마, 아빠를 위한 보험 상담서비스를 론칭했고, 나라에서 하는 영유아 검진을 베이비빌리와 자동연동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자체 PB상품도 제작해 판매한다. 수익화 모델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에 앱 커머스를 시작했는데, 빠르게 성장해 현재 2000개의 파트너사가 입점해 있다. 거래액 기준과 개수 기준으로 각각 유모차와 카시트 같은 발육기 종류와 임부용품, 도서, 사무용품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빌리지베이비가 처음 낸 PB상품은 손목 보호대였다. 한 달에 3000개 이상씩 팔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상품성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외에도 아기 발달 제품, 아기 화장품, 아기 침대, 기저귀갈이대, 방수 패드 등을 ODM, OEM 방식으로 출시했다.
거래도 활발하다. 2022년 커머스 거래액이 140억원이었는데, 작년에 2배 이상 올라 300억원을 기록했다. 앱 안에서만 이뤄지는 ‘폐쇄몰’인점을 감안하면 활발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올해 목표액은 500억원이고, 앞으로 고가 라인을 들여오는 게 숙제라고 했다.
이 대표는 “육아 시장은 얼리어답터가 없다. 남들 다 쓰는 걸 사는 게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다른 엄마, 아빠가 뭐를 쓰는지 굉장히 궁금해한다. 우리가 그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고, 잘 안다”고 자신했다. 즉, ‘다른 엄마, 아빠들이 뭐 하는지 빠짐없이 알려줘! 너네만 믿고 검색 안 한다’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작년 4분기 기준 앱 유저는 100만명이고, 평균 MAU(Monthly Active Users)는 40만명이다. 지금도 MAU와 DAU(Daily Active Users)는 계속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육아시장 위협하는 ‘저출산’…글로벌 시장에 도전장 내밀다
빌리지베이비는 2022년 5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에 진출했고, 작년 8월에는 일본에도 앱을 론칭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고, 태국에서는 앱스토어 의료 카테고리에서 8위에 랭크될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1~5위가 정부 앱인 것을 보면 독보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정기적으로 미혼모 단체에 펀딩도 시작했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출산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에 하나는 아이를 낳은 사람의 삶이 너무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라며, “엄마, 아빠의 다양한 삶, 기업이 이들을 위해 어떤 제도를 꾸려가고 있는지 등을 매거진으로 만들어 앱 내에서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년 4~5명의 팀원에서 60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덩치가 커진 빌리지베이비는 직원 채용 시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엄마, 아빠를 우대한다. 그만큼 경험적으로 아는 살아있는 정보와 아이디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택근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많은 경력단절 여성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의 비전은 엄마, 아빠의 삶을 더욱 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강력한 것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려 한다”며,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광고비를 따로 들이지 않아도 임신한 사람의 80% 이상이 들어오는 앱을 만드는 게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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