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가득한 ‘다꾸’ 감성, 디지털에서도 느껴요”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디지털 다꾸앱’…자꾸다꾸 주지은 대표 

 

몇 년 전 ‘데꾸(데스크 꾸미기)’, ‘방꾸(방 꾸미기)’, ‘마꾸(마스크 꾸미기)’를 일컫는 ‘3꾸’가 MZ와 직장인 사이에서 유행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이 꾸미기의 원조인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가 다시 탄력을 받고 MZ 사이에서 열풍이 일고 있다. 이런 ‘꾸미기’가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불어넣어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자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꾸다꾸(ZACCU DACCU) 주지은 대표 역시 원조 다꾸 덕후였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다꾸를 좋아하고, 열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았고, 그 감성 그대로 앱에 반영했다. 손맛을 중시하는 다꾸 문화는 그대로 가져오면서, 디지털의 편리함은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앱에 구현한 것이다. 

주지은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부터 다이어리를 쓰고, 꾸미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되면서 다이어리 앱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당시 출시됐던 모든 다이어리 앱을 써봤는데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다이어리 앱을 만들어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창업 배경을 밝혔다.

내가 쓰기 편한 앱 없나?…기존 다이어리앱 단점 보완

주지은 대표는 원래 창업에 뜻이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글로벌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국제무역학을 전공한 주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후 수출무역 마케팅 관련 회사에 곧바로 취직했다. 

주 대표는 “요즘에는 창업동아리나 각종 대회가 많아졌지만, 내가 대학에 다니던 때만 하더라도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서 창업에 대한 꿈을 꿔볼 생각조차 못 했다”며, “고등학교 때 1년간 교환학생을 다녀와 졸업을 4년 만에 할 정도로 글로벌 마케터로 활동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중학교 때부터 습관처럼 써왔던 일기가 그의 인생에 터닝포인트로 작용했다. 

그는 “종이 다이어리를 13년간 썼었다. 안 좋은 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기억나는데, 행복하고 좋았던 일은 자연스레 잊히더라. 그래서 나의 행복을 평생토록 기억하고 싶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 때 종이 다이어리를 꺼내 약속 일자를 기록하는 나를 보고 친구들이 놀라워하더라. 옛날 사람이냐는 말도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던 대학 시절, 주지은 대표 역시 자연스럽게 디지털 시류에 편승했고, 아이패드를 사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다이어리 앱을 다운로드하는 거였다고 한다. 하지만, 다이어리 앱 대다수가 유료 서비스였던 데다 아날로그에 비해 자율성이 떨어져 불편했다고 한다.

주지은 대표는 “나와 맞는 앱을 알기 위해서는 시중에 나와 있는 다이어리 앱을 다 써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앱을 유료 결제해서 써봤는데 결국 내 맘에 드는 앱을 못 찾았다”며, “가장 인기 있던 앱조차 브러시 기능이 한정돼 있었고, 다이어리를 쓰기 위해서는 외부 플랫폼에서 구매한 전자 다이어리를 불러오는 형식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몇 년을 쓰다 보니 주지은 대표의 마음속에는 ‘왜 이게 안 되지?’라는 의구심이 점점 커졌다고 한다. ‘다이어리 앱 내에 디지털 다이어리나 스티커들을 판매하면 간단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한다.

이런 간단한 논리만으로 곧바로 개발학원을 알아봤고, 알고리즘을 타고 노출된 ‘공짜로 앱 개발하기’, ‘정부지원금 받고 개발하기’, ‘창업하기’와 같은 키워드를 발견하면서 처음으로 예비창업패키지라는 정부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당시 나의 목표는 내가 편안하게 쓸 수 있는 다이어리 앱을 하나 만드는 거였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로 생각했다”며, “이런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에게 좀 더 편리한 앱을 선사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사업계획서를 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주지은 대표는 당시를 떠올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회사원으로, 저녁 7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예비 창업을 꿈꾸며 사업계획서를 써 내려갔다. 이 생활을 3개월 동안 지속했다. 

주지은 대표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던 날 ‘이것보다 더 잘 쓸 수는 없겠다, 이게 내 최선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합격의 기쁨도 잠시 직장은 어떡하나 고민이 생겼다”며, “당시 직장생활 3년 차로 모아놓은 돈이 있었다. 계산해 보니까 2~3년은 돈을 안 벌고 버틸 수 있겠더라. 과감하게 회사에 사표를 내고 디자이너 한 명을 고용해 창업의 세계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아날로그의 감성은 ‘듬뿍, 디지털의 편리함은 그대로

주지은 대표가 앱 개발에 열중할 때만 하더라도 ‘내가 쓰기 편리한 앱’을 출시해야겠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앱 출시=성공’이라는 공식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앱을 출시하고 나니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렇게 2021년 11월 회사를 설립한 주지은 대표는 막상 앱을 출시한 뒤에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한다. 다이어리 앱인데 다음날 다이어리가 다 날아가는 등 기본적인 기능에 오류를 보이며 앱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작은 계기가 생겼다. 

주지은 대표는 “홍보도 제대로 안 하고, 앱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다꾸 박람회로 유명한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나가게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두 명씩 자꾸다꾸를 알고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있는 게 아닌가. 광고를 하나도 안 했는데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용기를 얻었던 기억을 전했다. 

자꾸다꾸앱이 알게 모르게 입소문을 탄 이유는 바로 다른 앱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편리성과 손맛의 감성을 그대로 얹은 기능 때문이다.

먼저, 자꾸다꾸는 이름처럼 다꾸 기능에 특화돼 있다. 필기 기능은 기본이고, 브러시를 연구하고 개발해 아날로그적인 연필과 크레용 등의 필기 기능과 질감을 앱에 그대로 구현했다. 스티커를 자르고, 붙이고 하는 꾸미기 기능도 손맛의 느낌을 살렸다. 

주지은 대표는 “실제로 문구점에서 스티커를 사면, 한 장에 여러 개의 스티커가 있고,

또 다른 차별점은 스티커를 앱 내 전용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다른 앱에서는 별도의 외부 플랫폼에서 스티커를 구매해 다이어리 앱으로 가져와야만 쓸 수 있어 불편함을 느꼈던 유저가 많았다. 하지만, 자꾸다꾸에는 350명의 작가가 스토어에 입점해 본인의 디지털 다이어리나 템플릿 등을 판매하고 있다. 

주지은 대표는 “초기 목표가, 누구나 입점이 가능하고 작가가 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다른 플랫폼에서는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혹은 포토샵 전문가들이 작가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지만, 자꾸다꾸에서는 누구나 작가가 돼 판매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즉, 숨어있는 고수에게도 기회를 제공해 부수입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작가가 되는 방법도 간단하다. PNG 파일로 등록해 놓으면 심사를 거친 후 바로 스토어에 노출된다. 작가 입점비, 연회비 등을 전혀 받지 않기 때문에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누구나 작가에 도전할 수 있다.

기존 아날로그 일기와 디지털 앱의 단점을 보완한 ‘잠금 기능’도 있다. 아날로그의 가장 큰 단점은 스티커를 한 번 붙이면 뗄 수 없고, 글씨를 지울 수도 없다는 점이다. 기존 디지털 앱에서도 간과한 문제는 있었다. 사진을 먼저 불러오고 그 위에 글씨를 쓰면 사진의 위치가 애매해지고, 사진을 이동하면 글씨 위로 덮어져 버리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자꾸다꾸에서는 잠금 기능을 따로 개발해 이미지가 고정되도록 했다. 또한, 자주 사용하는 스티커는 ‘내 상자 기능’을 통해 보관할 수도 있다. 

자랑하던 다꾸에서 공유하는 다꾸로…굿즈 반응도 ‘굿’

다이어리 꾸미기 쪽에 특화된 앱 특성으로 인해 별다른 홍보 없이도 다꾸 커뮤니티에 입소문이 나면서 3만명에 육박하는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놀라운 점은 SNS 홍보 링크도 아닌, 사용자가 주체적으로 찾아 들어온 케이스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주 대표는 “사용자 데이터를 보면 검색창에 자꾸다꾸를 검색한 후 들어와 앱을 다운받았다는 사용자가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뿌듯해했다. 

자꾸다꾸 사용 연령대를 살펴보면 20대가 60%로 가장 많고, 10대가 20%를 차지한다. 나머지가 3040 세대다. 이 중 30대는 작가들이 많고, 40대는 육아일기로 다꾸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주지은 대표는 자꾸다꾸를 누구나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 앱으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주지은 대표는 “자꾸다꾸에 친구를 초대해 함께 실시간으로 꾸밀 수 있도록 특허를 등록해 놓은 상태”라며, “예를 들어, 여행계획을 짤 때 한 친구가 맛집을 올려놓으면, 다른 친구는 쇼핑할 곳, 사진 맛집 등을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더불어 커플 다꾸도 할 수 있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 다꾸를 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참고로, 이 기능은 올해 개발을 완료해 내년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자꾸다꾸는 사용자와의 소통을 위해 캐릭터도 개발해 굿즈로 만들었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오픈마켓 등 온라인숍을 비롯해 서울 망원동과 인천, 제주도의 소품숍과 롯데백화점 일산점, 현대백화점 천호점 등에 입정해 있다. 현재 오프라인에서 창출한 수익이 자꾸다꾸 수익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한다. 매출도 재작년 대비 작년에 200% 정도 뛰어 올랐다. 

주지은 대표는 올해는 앱 활성화에 더 주력할 예정이고, SNS를 비롯해 유튜브 활동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구 분야 회사 등 다른 기업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다. 

주 대표는 “나는 원래 무모하게 도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처음 자꾸다꾸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내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앱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팬들이 생기고, 사용자도 점점 증가하는 게 눈으로 보였다”며, “하다 보니 재밌고, 더 좋은 앱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이젠 시스템도 안정화됐으니 회사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 해외에도 K-다꾸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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