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제도 피해갈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 상품

피상속인이 1년 후 사망하면, 신탁재산은 유류분 산정재산 아니다

 

기업의 일생 중에서 큰 전환점을 가질 때가 창업주의 퇴진과 경영권의 승계다. 적절하게 경영권과 소유권의 이전이 이뤄질 때, 그 기업은 새로운 심장을 얻는다. 중소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M&A를 하는 경우가 아닌 한 대부분은 가업상속으로 귀결된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기가 몇 년 전부터 계속됐다. 적절하게 상속절차를 준비해 원만하게 기업의 경영권이 이전된 경우도 있지만, 상속 분쟁이 발생한 예도 꽤 있다. 필자도 여러 사례를 봐 왔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리 당사자라도 예측하기 어렵다.

 아버지인 창업주가 볼 때 문제없이 경영권이 이전될 것으로 생각했던 회사에서는 분쟁이 발생하고,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생각했던 회사였는데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부모는 자식을 잘 모른다.

 부모가 원하는 자식에게 경영권을 쉽게 못 물려주고 분쟁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민국의 상속법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1960년대 민법에 들어온 유류분이라는 제도 때문이다.

 

유류분 제도는 쉽게 말하면, 상속에서 소외되는 자식(상속인)을 없애는 제도다. 아무리 미운 자식이라도 최소한은 물려주라는 말이다. 사실, 이 유류분 제도 때문에 마음대로 상속 계획을 짜기가 어려웠다.

 생전에 지분을 나누고 싶어도, 유류분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한 재산에 대해서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전 재산을 종교단체에 기부했다면, 상속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유류분권을 행사해서 자신의 몫을 찾아올 수 있다. 다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년 전에 증여한 재산에 대해서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만약 피상속인(아버지)이 공동상속인 중 1인에게 증여를 했다면 좀 달라진다. 이 경우에 기간 제한이 없다. 아버지가 첫째 아들에게 10년 전에 증여했든 20년 전에 증여했든 상관없이, 나머지 자식들은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다. 즉, 가업승계의 경우 아버지가 회사의 지분을 큰 아들에게 모두 증여했다면, 시간이 오래 지났어도 큰 아들은 다른 자식들의 유류분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미리 증여했다고 해서 모두 유류분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회사가 성장해서 지분에 대한 평가액이 크게 오른 경우다.

 

 그런데 최근 1심 판결이기는 한데, 특정 금융상품을 통해 이 유류분 제도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 바로 유언대용신탁이라는 상품이다.

 판결의 사실관계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아버지가 둘째 딸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상품에 가입하고, 전 재산의 소유권을 신탁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아버지가 사망했고, 은행은 계약내용에 따라 가지고 있던 재산을 둘째 딸에게 이전했다.

 첫째 딸은 둘째 딸에게 유류분 반환청구를 했다. 앞서 공동상속인 중 1인에게 증여한 것은 증여하고 오랜 기간이 지나도 유류분 반환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살펴봤다. 이 사건의 재산 이동과정을 보면, 은행에 재산의 소유권이 이전된 이후에 다시 공동상속인인 둘째 딸에게 이전이 됐다. 중간 과정에서 은행이 개입된 형태다.

 

이번 판결에서는 재산을 제3자인 은행에 증여한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최종수익자인 공동상속인(둘째 딸)에게 증여한 것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가 됐다. 즉 제3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면 1년이 지났으니 유류분 반환청구가 불가능하고, 공동상속인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면 이 사안에서 첫째 딸은 유류분 반환청구가 가능한 것이다.

 아직 1심 판결이지만, 우리 법원은 재산의 소유권이 일단 수탁자인 은행으로 넘어갔다고 봤다. 그 이후에 둘째 딸에게 재산이 이전된 것은 별개의 사정으로 본 것이다. 이 판결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유언대용상품에 가입하고 1년이 지나서 사망하면, 신탁한 재산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되지 않는다.

 요약하면, 유언대용신탁 제도를 통해서 특정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방법이 생긴 것이다. 단, 피상속인 즉 재산을 물려줄 사람이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하고 재산을 은행(수탁자)에 넘긴 후에 1년간은 살아 있어야 한다. 앞으로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필자는 대법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객원 고윤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