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멈춰도 경기침체 가능성 여전”

한국은행, “하반기 종료 가능성 커져”…미국 경기는 안갯속 

 

이번 긴축기조가 종료되더라도 향후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여섯 차례의 금리인상 종료 사례 중 네 차례의 경우에서 금리인상이 종료되고 1년 이내에 경기침체가 나타난 바 있다.”

 

한국은행이 7월 공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2023년 하반기 미국 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는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이 종료된 이후에도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특히, “올해 하반기 이후 고용사정이 점차 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가계소득 흐름을 악화시킴으로써최근의 투자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도록 뒷받침해 온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큰 폭의 경기둔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전망과 달리시장은 경기회복을 예상하며 조속한 긴축종료를 기대하고 있다보고서 역시 올해 하반기 중 연준의 금리인상 흐름이 완전히 종료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6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 큰 근거다.

 

앞서 연준은 2022년 3월 이후 개최된 열 차례의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인상하는 급격한 긴축기조를 지속했다이에 따라 미국의 정책금리는 5%를 돌파했다이처럼 지속된 긴축기조로 금리인상 효과가 누적된 결과성장세 둔화와 물가오름세 완화가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경기둔화를 감수하고라도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의도가 들어맞은 모습이다.

 

문제는 경기둔화를 넘어 경기침체와 금융불안이 촉발된 데 있다올해 3월에는 SVB은행 파산으로 은행위기가 현실화되면서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졌으며이로 인한 경기침체 리스크도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는 이같은 상황이 연준의 6월 정책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6월 이후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6월 중 미국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올해 말 정책금리가 5.19%를 기록한 점을 들어 시장에서는 하반기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80년대 이후 금리인상 종료 시 경기둔화 관찰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연준의 금리인상 흐름이 종료된 사례는 여섯 차례가 있었다이중 2004년에서 2006년 7월까지의 기간을 제외하고총 다섯 차례에서 금리인상 종료 이전의 성장세 둔화 흐름이 종료 이후에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부터 2006년 7월까지의 긴축 당시에는, 2006~2007년 중 주식·주택 등 자산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으로 GDP성장률이 2% 내외를 유지했으나, 2007년 하반기부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성장세 둔화가 뚜렷해졌다.

 

소비는 대체로 시기별로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실질 개인소비 증가율은 금리인상 종료 이전에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는데총 세 차례에서는 금리인상 중단 시점에 비해 1년 후의 증가율이 더 낮았다또다른 세 차례에서는 1년 후의 증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과거 사례가 엇갈리면서금리인상 종료가 소비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반대로 투자는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과거 금리인상 종료 이후 기업투자는 크게 부진해지며 성장 둔화를 주도했다주택투자는 부진한 가운데 저점을 다지며 회복 조짐을 보였다기업부문의 비주거 고정투자는 누적된 통화긴축 효과에 부정적 영향을 받으면서 금리종료 이후 모든 경우에 뚜렷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주거 고정투자는한 차례를 제외하고 대체로 금리인상 종료 시점으로부터 1~3분기 정도 경과 후 저점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였다대부분의 사례에서 금리인상 중단으로 금융상황이 완화되고 차입여건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났다네 차례의 경우에서 신규 주택판매가 금리인상 종료 이전에 비해 증가했다.

 

 

고용은 부진물가는 급등세 주춤할 가능성

 

고용은 견조한 증가세가 둔화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여섯 번의 사례에서 금리인상 종료 이전에는 비농림업 취업자수 증가폭이 다소 둔화되기는 했으나분기별 약 50만명을 상회하는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이후 모든 경우에서 금리인상 중단 시점부터 비농림업 취업자수 증가폭이 뚜렷하게 축소됐다.

 

특히저축대부조합 부실화와 걸프 전쟁의 여파를 받은 1987~1989, IT버블 붕괴의 영향을 받은 1999~2000년의 경우에는 취업자수 수준이 감소하기도 했다.

 

실업률은 금리인상 종료 직전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으며금리인상 중단 이후에도 감소세를 이어간 제1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우에서 하락세를 그치고 점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 중단 이후에 대체로 오름세가 억제되는 모습을 보였다여섯 번의 금리인상 사례를 살펴보면금리인상 중단 시점에는 모두 PCE(개인 소비지출물가상승률의 상승세가 주춤하거나 꺾였다.

 

또한걸프 전쟁 발발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1987~198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1년후 PCE 물가상승률의 오름세가 금리인상 종료 직전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였다특히, 90년대 이후에는 금리인상 종료 다음 분기의 PCE 물가상승률이 2% 안팎의 범위 내에서 결정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금리인상 종료 전후로 안정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2기를 제외한 금리인상 종료 이전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의 변동 범위(2.7~4.1%)는 종료 이후 변동 범위(2.4~3.4%)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또한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의 경우는 물가가 안정되기 시작한 1990년 이후에는 3% 수준에서연준이 명시적으로 물가목표를 2%로 공표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에는 2% 중반에서 금리인상 종료와 관계없이 안착했다.

 

IRA·CHIPS 등 공급망 재편도 향후 추이에 영향

 

이같은 과거사례를 보면현재 진행중인 미국의 금리인상이 중단된 이후 나타날 현상도 예상할 수 있다.

 

보고서는 금리인상 중단 이후 이전에 지속된 긴축정책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시 기대되는 성장 하방압력 해소 효과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둔화됐던 지난 여섯 번의 사례에 비추어이번 금리인상 기조가 종료되더라도 성장세가 당분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특히 기업 활동 위축으로 설비재고 등 비주거 고정투자가 감소하고 노동수요도 줄어들면서 고용사정도 부진해질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든 금리인상 종료의 경우에서 동일한 방향으로 거시지표가 변화된 것이 아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이번 금리인상 종료 이후의 미국 거시지표 향방을 예측하는 데에는 팬데믹 이후의 노동시장 구조변화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CHIPS) 등을 통한 공급망 재편에 따른 기업의 행태변화”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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