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보고서 발간, 정보공시 의무 등 주요국의 ESG 관련 규제 법제화가 우리 기업들에게 무역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 이주미 연구위원은 경기FTA통상진흥센터가 17일 개최한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위한 규제 대응’ 교육에서, 이를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나이키 공급망에서의 아동노동, 대한항공 갑질 사건 등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을 겪으며 비재무 요인이 기업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따라 기업들은 비재무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하고 책임있는 경영 활동을 촉진하고 있는 ESG 관련 규제는 크게 ▲통상 연계 제재 ▲공급망 실사 의무 ▲기업정보 공개 의무▲제품정보 공개 의무로 요약할 수 있다며, 기업이 눈여겨봐야 하는 ESG 관련 규제 12가지를 소개했다.
◇미국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상품이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됐다고 가정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지난해 6월21일부터 시행중이며, 미국 수출시 강제노동 생산품이 아니라는 것을 수출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미국 관세국보호청(CBP)이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상품은 억류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섬유, 반도체, 태양광 등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이나 해당 품목을 주요 소재로 조달하는 업체의 경우 공급망 점검을 통해 강제노동 문제가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U 강제노동 결부상품 수입금지 규정=지난해 9월 EU집행위원회는 강제노동 근절을 위해 강제노동 결부상품 수입금지 규정을 제안했다. 이 규정은 특정 지역이나 제품에 한정되지는 않으나 EU에서 생산된 제품, 수입 또는 EU가 수출하는 제품 모두에 적용될 전망이다. 생산과정에서 강제노동이 투입된 것으로 판정되면 EU시장에서 회수되며 수출이 금지된다.
이 연구위원은 해당 규정에서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면화, 토마토 등 제품 위주로 제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광물이나 다른 제품 등에 포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도 있어, 제품의 공급망을 점검하고 강제노동 연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EU 집행위원회는 탄소누출 방지와 역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1년 7월 탄소국경조정제도 초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 법안패키지의 일부다. 탄소배출량 감축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덜한 국가로 탄소배출이 이전되는 탄소누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됐다. 올해 10월1일부터 2025년 12월31일까지는 별도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탄소배출량을 보고하는 전환기가 시행된다. 2026년부터 2034년까지는 탄소세가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 연구위원은 특정 요건에 따라 간접배출이 규제에 포함될 수 있어 우리 중소기업도 직간접적인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U 지속가능한 기업실사 지침(CSDDD)=EU집행위원회는 2022년 2월 기업의 공급망 내 인권·환경 보호 강화를 이해 지속가능한 기업실사 지침을 제안했다. 기업 자체 운영 뿐만 아니라 공급망을 포함한 가치사슬에 걸쳐 환경 및 인권 관련 실사를 의무화하고, 위반에 대한 행정 제재를 수립하며, 민사책임도 가능하도록 제안한 것이다. 기업 규모에 따라 실사의무에 차등을 두고 있으며, 적용대상 기업은 공급망 전체에 걸쳐 환경 및 인권에 대한 실사를 수행하고 위험이 없음을 증명하는 성명서 또는 실사 보고서를 온라인 플랫폼에 공개해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직접 대상이 아니어도 EU 및 제3국 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된 중소기업까지 간접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며, 환경 및 인권 관련 기준을 준수해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기업 실사의무법=프랑스 기업 실사의무법은 세계 최초로 국내법에서 모기업 및 대표기업의 해외지사 및 공급망에서 인권·환경·보건 침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시행할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이다. 적용대상 기업들은 매년 위험파악, 자회사·하청업체·공급업체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정기적인 평가절차, 위험 완화 및 심각한 침해 관련 계획과 이행 여부 등을 연례 보고서에 보고해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프랑스 업체가 한국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인권 실사를 실시하거나, 인권침해를 예방할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우리 수출기업은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독일 기업 공급망실사법=독일의 기업 공급망실사법은 인권보호 개선 및 환경보호 강화에 초점을 둔 법안으로 강제노동 금지 등 기본적인 인권기준 준수와 환경유해물질 사용 규제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상기업은 2023년부터 비즈니스 과정에서 발생했거나 발생가능한 환경 및 인권 리스크를 발견하고 분석해 예방·시정조치를 취하는 실사를 실시해야 한다. 매년 실사의무 이행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해당 보고서를 온라인에 게시할 의무가 주어진다.
이 연구위원은 법 시행에 대비해 독일업체가 한국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인권실사를 실시하거나, 인권침해를 예방할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며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영국 현대판 노예방지법=영국은 현대판 노예방지법을 제정해, 공급망을 포함한 노예제도 및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정책과 절차에 대한 성명서 발표를 의무화했다. 적용대상 기업은 공급망과 사업구조에 관한 정보, 노예제와 인신매매와 관련된 회사 정책, 노예제도 및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실사 절차, 해당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한 조치, 방지 조치에 대한 평가, 직원대상 교육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영국 내에서 상품 또는 서비스를 공급하며 전 세계 매출이 3600만 파운드 이상인 우리 기업은 노예제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음을 명시해야 하며, 공급망 내 노예제와 관련된 활동이 없다는 것을 보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것을 권했다.
◇네덜란드 아동노동 실사의무법=네덜란드의 아동노동 실사의무법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동노동으로 생산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는지 실사하고 그 결과를 네덜란드 정부에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공급망 내에서 아동노동이 발견된 경우, 기업은 해당 협력사와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에서 아동노동 재발 방지 행동계획을 마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의 규모나 등록지에 상관없이 네덜란드 소비자에게 상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이 대상이기 때문에 네덜란드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 공급망에서 아동노동을 통해 생산되지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급망 투명성법=미국 캘리포니아의 공급망 투명성법은 캘리포니아주 노동부가 제품 생산과정에서 인신매매 및 노예노동이 동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망을 감시하고 공급망 전반의 인도적 비즈니스를 촉진하기 위한 법이다. 공급망 관련 정보를 웹사이트에 게시하거나 소비자의 정보공개 청구가 있을 시 수신일로부터 30일 이내 서면으로 답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업활동을 하는 매출액 1억 달러 이상의 제조업체가 적용대상이나, 소비자의 정보공개 청구가 있을 시 서면 답변을 의무화하는 만큼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업활동을 하는 업체가 관련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우리 기업들도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U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2022년 6월 EU 의회와 이사회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을 채택했다. 이 지침은 기존 비재무정보 보고지침의 공시정보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새롭게 제안된 지침이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구체적 공시, 공시 내용에 대한 인증 등 기존 공시지침보다 강화된 지침을 보고해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의 ESG 전략, 목표, 진행사항은 물론 제품서비스, 비즈니스 관계, 공급망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유럽기업들이 환경·노동·인권 이슈가 있는 국가나 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할 때 공급망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EU 수출 및 진출을 계획하는 국내 기업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기후공시 규칙안=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22년 3월 기후공시 규칙안을 발표했다. 미국 상장기업들에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한 기후변화 리스크 대응과 관련된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규칙이다. 기후변화 대응 관련 공시를 의무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적용대상 기업은 기후 관련 공시 내용을 사업보고서에도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올해 하반기 최종안을 확정해 2024년부터 공시가 의무화될 예정이다.
이 연구위원은 Scope3(기타간접배출) 배출량의 경우, 협력사 및 납품업체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포함되므로 미국에 주요 고객사를 둔 우리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대비를 당부했다.
◇EU 지속가능한 제품 에코디자인 규정=2022년 3월 EU 집행위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제품 에코디자인 규정안은 2009년 발표된 에코디자인 지침을 개정한 것으로, EU 그린딜 정책 기조에 따라 제품의 환경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한 규정이다. 기업은 제품의 생애주기에서 내구성, 재활용가능성, 수리가능성, 재활용 원재료 비율, 환경발자국, 제품의 예상 폐기물 발생량 등의 조건을 지켜야 하며 관련 정보를 포장·라벨·웹사이트 등에 제공해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의류, 가구, 타이어, 세제, 페인트 등 에너지 소비와 무관한 품목들 뿐만 아니라 철강, 알루미늄 등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들도 에코디자인 규정 적용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규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