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_ 우린 중기인

“환경과 피부에 무해한 ‘수제 화장품’ 써보실래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화장품 소비…고동상사 장은진 대표 


사람들이 피부 건강을 위해 일차적으로 돈을 쓰는 곳은 화장품이다. 특히 ▲미백 ▲주름 개선 ▲항산화 작용과 같은 고기능성이 함유된 화장품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꽤 많은 돈을 투자한다. 하지만 화장품의 본래 기능은 피부의 기능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것이다. 즉, 화장품으로부터 피부과 시술 같은 효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고동상사 장은진 대표는 화장품의 원리만 알면 굳이 비싼 돈을 주고 화장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탄소중립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화장품을 고를 때 소비자는 피부 건강과 주머니 경제 외에도 자원순환이라는 덕목을 고려해야 한다.


장애인 위한 아이템에서 ‘피부 약자’ 위한 화장품으로

장은진 대표는 민감한 피부로 태어난 탓에 성인용 화장품을 사용해야 할 나이가 됐을 때부터 줄곧 화장품을 스스로 만들어 써왔다고 한다. 20살 때부터 화장품을 만들었으니 13년 넘게 화장품 원료에 관해 공부하고, 배합하는 노하우를 기른 셈이다.

“성인이 됐으니 화장품을 발라야 한다는 어머니의 권유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을 사용했는데 좀 따가운 거예요. 그때부터 논문들을 찾아보며 화장품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하며 공산화장품과 천연화장품의 가장 큰 차이가 방부제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자기 피부에 맞는 천연화장품을 찾은 결과, 호주의 유기농 화장품 회사에서 만드는 브랜드를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문제는 로션 하나에 1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이었다.

“어린 나이에 아껴보고자 유통기한이 6개월이었던 화장품을 9개월 넘게 사용했죠. 어느 날 갑자기 피부에 뭐가 나서 화장품 뚜껑을 열어봤더니 푸른곰팡이가 피어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오히려 믿음이 생겼어요. 화장품은 마음에 드는데, 가격은 비싸니,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화장품 성분을 자세히 뜯어봤더니 해바라기씨 오일 등 식물성 원재료가 대다수더라고요. 잘하면 내가 만들어 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장 대표의 ‘DIY 화장품 인생’은 시작됐다. 효과는 긍정적이었고, 자신감도 붙었다. 하지만, 창업 아이템 방향을 DIY 화장품으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소셜벤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사회약자나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3학년 때 창업동아리를 시작했던 그가 내놓은 아이템은 시각장애인 하드웨어 교육기였다. 이 아이템으로 교내 경진대회에서 1등을 했고,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SK청년비상 3기로 뽑혀 다양한 곳에서 발표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도 초청될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소위 잘나가던 창업팀이었지만, 팀원들이 모두 학생들이다 보니 창업으로까지 연결되진 못했다. 그렇게 잠시 창업에서 손을 뗀 그가 다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던 계기는 다양한 대외활동을 통해서였다. 6개월여 동안 세계 배낭여행을 갔다 오고, 봉사활동 및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더 진취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기 때문이다.

“바깥으로 눈을 돌리니, 그동안 좁게 생활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홍콩에 갔을 때, 관리 직종에 여성들이 유독 많았던 게 눈에 띄었어요. 저는 공대다 보니 커리어우먼을 잘 접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제 인식 자체가 바뀌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는 생각을 행동으로 바로 옮기기 시작했다. 아이템도 본인이 가장 잘 아는 것으로 선택했다. 그게 화장품이었다.

“저만큼 화장품 시장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요즘 화장품 성분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높아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해보자 마음먹었죠. 요즘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거든요. 운이 좋게도 지원사업에도 첫 회 때 붙어 시제품 개발도 분에 넘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친환경 시대…화장품의 새로운 소비 방식 ‘공유공방’

2019년 7월 개인사업자를 낸 장 대표는 1인 기업으로 운영하는 지금과 달리, 초창기에는 고등학교 동창과 함께 시작했다. 여기서 회사명을 따와 ‘고동상사’라 지었다. 당시 기계과였던 친구와 화공과였던 장 대표의 특장점을 살려 화장품 유화를 해줄 수 있는 기계 개발에 집중했다. 하지만 아직 미성숙한 하드웨어 시장 특성상 판매구조가 불안정해, 소프트웨어 쪽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소비자에게 자신이 경험한 DIY 화장품의 긍정적인 효과를 널리 알림과 동시에 가격은 낮추면서 환경에도 도움을 주는 ‘지속가능한 화장품’ 소비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화장품법상 DIY 화장품은 화장품으로 분류가 안 되기 때문에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더 집중하는 것이 맞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첫 단계로 ‘공유공방’ 형태의 서비스를 생각해냈다.

이곳에서 원재료 중심으로 클래스를 운영하고, 교육 후 만들어진 제품은 소분해서 가져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기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는 저변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실 다수의 소비자가 고가의 기능성 공산화장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불안함에서 기인한다. 게다가 재료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안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피부 트러블이 나는 이유는 공산화장품의 한계 때문이다.

일례로 화장품에 녹차 추출물이 들어 있다면, 녹차 추출물로 표기할 뿐, 별도로 원산지 표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 독성테스트의 경우에도 원료별로 세밀하게 하지 않는다. 게다가 기준치 이하면 다 통과되기 때문에 예민한 피부 소유자라면 피부 트러블을 겪기 마련이다. 또, 원료 자체의 유통기한은 길지 몰라도, 화장품에 섞이는 순간 부패는 시작되고, 여기에 방부제와 유화 보존제 등이 첨가되면 화장품 원재료 자체의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 대표는 “화장품은 클렌징, 수렴, 보습 이 세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며, “지금은 클래스를 들어야 제품 구매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온전히 공유공방의 형태로 나갈 것이고, 품목도 크림, 에센스, 헤어제품 등으로 더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초부터 운영 예정인 고동상사의 공유공방은 테스트 매장 개념으로 2년간 운영할 예정이다. 목표는 재방문율 50%다. 이후 내년에는 B2B 연구용역, 컨설팅, 영업이 다 가능한 2호점도 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B2C 소비자에게는 좀 더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으로 장 대표는 내다봤다.

더 좋은 원물은 ‘우리 땅’으로부터…농업인 육성도 준비

장 대표는 최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해 ‘집밥’ 콘텐츠가 뜨고 있듯이, 화장품도 그럴 때가 왔다고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원재료다.

“우리 공방에서 사용하는 원료는 ▲호호바오일 ▲살구씨오일 ▲로즈힙오일 ▲아르간오일 ▲비타민E 등 고급 원료입니다. 원료 특성상 유통기한이 있는데,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고 있다 보니 유통기한 내 판매가 되지 않을 경우의 수까지 고려하고 있죠.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은 원재료를 미용비누 혹은 설거지 비누 재료로 소진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좀 더 자원순환이 될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를 위한 그의 생각은 식물 줄기나 폐 막걸리 등 각종 농업 부산물을 활용해 미용비누를 만드는 것이다. 훗날에는 이를 기초로 한 화장품 원료 개발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일단 내년을 목표로 폐 막걸리 추출물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고, 차차 당근껍질을 동결 건조해 증류나 용매추출 등 비화학적인 방식으로 화장품을 만들 생각이다.


“화장품 원물이 다 식물이거든요. 즉, 더 좋은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좋은 원물을 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재배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로즈버드 같은 경우에는 유기농이 해외밖에 없어요. 이런 식물 쪽도 개발하는 것이 꿈입니다. 결국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법인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가격을 다운시켜 지속가능한 소비를 더 확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 대표는 친환경 화장품 원재료를 교육해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좋은 원물을 에너지 절감방법으로 제조하는 ESG 경영과 농업인 육성을 동시에 도모하는 회사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개인이 미용비누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공계열 4년제 학위가 있거나 경력이 몇 년 이상 있어야 하는 등의 뒷걸음 제약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방 시스템이 잘 돼 있거든요. 이런 형태를 수출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을 정도로요. 저는 이 부분을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존의 틀과 다른 혁신 플레이어가 되고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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