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_ 우린 중기인

“환경과 피부에 무해한 ‘수제 화장품’ 써보실래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화장품 소비…고동상사 장은진 대표 


직장인 A씨는 아침마다 샐러드를 사 먹는다. 그런데 그가 향하는 곳은 베이커리나 샐러드 전문점이 아닌 동네 분식집이다. 그곳에 들러 전날 먹은 샐러드를 담았던 통을 반납하면, 다시 새 통에 푸짐한 샐러드를 받아 회사로 향한다. 그는 이런 식으로 일주일에 3번 이상 샐러드를 구독해 먹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가성비 좋은 샐러드를 먹으면서도 쓰레기 배출 저감에 한몫한다는 자부심이다.

이는 위드위드아웃(with-without)의 기업운영 방침이기도 하다. 샐러드 구독서비스 ‘샐러드 윅스(Salad weeks)’를 운영하는 위드위드아웃의 윤은빈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강요하지 않음에도 생활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탄소배출 저감을 실천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며, “그 중심은 다회용기의 사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샐러드가 좋아 시작한 대학 프로젝트가 사업으로

윤은빈 대표는 샐러드를 좋아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전공이 경영학이긴 했지만, 샐러드를 경영의 눈으로만 바라봤던 것은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학교에서 개최한 스타트업 캠프에 참여하고 난 뒤였다.

“자취한 지 3년이 넘어가니까 몸이 썩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적어도 7000~8000원 하는 샐러드를 매일 식사로 먹기에는 부담이 있었죠. 좀 더 저렴하게 먹을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나 같은 사람이 더 있지 않을까 싶은 거예요. 일단은 같은 생각을 하는 학우들을 모아보자 생각했습니다. 수요가 보장되면 그만큼 가게의 이윤은 올라가고, 우리도 샐러드를 싸게 먹을 수 있으니까 서로 윈윈이다 싶었어요. 게다가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환경에도 좋잖아요?”

학교 게시판에 관련 아이디어를 올리니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제법 모였다고 한다. 그리고 설문조사에서도 95% 이상이 윤 대표가 제안한 샐러드 구입방법에 찬성하며 사 먹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가능성을 발견한 윤 대표는 2주 후 학교에서 열린 스타트업 캠프에 참여해 함께 배정된 친구들과 샐러드 구독서비스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카페 사업주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30%라는 비싼 수수료 때문이었다.

“샐러드 판매를 해줄 카페를 한 달여간 무작정 찾아 헤맸어요. 힘들었던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비즈니스는 이것’이다 할 정의도 없었고, 수수료까지 말이 안 되게 높게 책정했던 거죠. 저희는 그때 당시에 30%면 적은 금액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윤 대표는 당시 2시간 동안이나 왜 이 사업이 안 되는지에 관해 설명해 준 한 카페 사장 덕분에 깨달았다고 한다. 그 카페 사장에 따르면, 윤 대표가 제안한 내용은 배달의 민족과 같은 플랫폼 사업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 게다가 기존의 유명 플랫폼들의 수수료가 10%인데, 신생 플랫폼이 30%를 떼간다니 가게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처사였다.

이후 윤 대표는 “아! 우리가 하려는 사업이 플랫폼 같은 역할이구나”라고 깨달은 후 수수료를 10%로 낮췄다. 그리고 학교 앞 카페 사장에게 사정하다시피 부탁해 파트너 계약을 일단 성사했다. 이렇게 첫 가게를 뚫고 나니 다른 학교에도 2호점, 3호점을 내기 시작해 외대, 경희대, 과기대 등 동대문구와 성북구 일대 대학가에 10호점까지 냈다.

1년간 진행한 이 프로젝트에서 윤 대표가 가장 의미 있게 바라보는 점은 고객들의 다회용기 일상화다. 윤 대표는 소비자들이 배달이나 여타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때 다회용기를 잘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다회용기 사용이 다소 어렵고, 불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형태로 만들어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은 돈을 내면서까지 다회용기를 사용하지 않아요. 다회용기와 일회용기 중 일회용기가 더 저렴하다면 소비자 대부분은 일회용기를 선택할 겁니다. 배달도 마찬가지예요. 배달에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배달 수고비와 세척에 따른 인건비 때문에라도 무조건 비용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소비자들이 다회용기를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비용은 안 들면서, 사용법은 간편해야 하죠. 그 해답은 픽업 문화의 확산에 있습니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나만의 샐러드를 동네에서

샐러드윅스의 샐러드가 다른 샐러드와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바로 ‘특이한 토핑’에 있다. 그 비결은 샐러드를 꼭 샐러드 숍에서 판다는 편견을 없앴기 때문이다.

샐러드윅스의 모토는 ‘가성비 높은 샐러드를 우리 동네에서 간편하게 픽업’하는 것이다. 즉, 식음료 조리가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샐러드윅스의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다. 현재 샐러드윅스의 협력 가게는 ▲카페 ▲분식집 ▲만둣집 ▲갈빗집 ▲비빔밥집 등 다양하다. 그 덕분에 각 가게의 특성을 살린 개성 넘치는 토핑을 맛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만둣집이라면 만두를 토핑으로, 갈빗집이라면 소고기를 토핑으로 얹어주는 형태다.

그 외에도 신선하면서도 풍부한 식재료와 저렴한 가격도 큰 메리트다. 현재 샐러드윅스의 가격은 스탠더드 샐러드가 3950원, 토핑 샐러드가 5500원으로 다른 샐러드에 비해 2배 이상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기본 샐러드임에도 재료만 11가지나 들어간다.

바로 필요한 수량만큼 직접 가게에서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샐러드를 판매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신선식품 특성상 안 팔리면 다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수요 파악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작년 4월22일 지구의 날에 설립한 샐러드윅스는 누적 기준으로 180곳의 가게와 협약했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가입자는 1만5000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서울권의 일부 지역에 샐러드 완제품 공급도 진행 중이다. 협력업체와 손잡고 시중 판매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일 아침 필요 수요만큼 배달하고 있다. 메뉴 리뉴얼도 단행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풍부하고 맛있는 샐러드가 1순위이기 때문에 공산품이더라도 맛있으면서 건강에 좋은 제품을 좀 더 넣는 식으로 메뉴와 가격대를 다양하게 구성할 방침이다.

8월 중에는 야채공급도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산지와 직접 계약이 돼 있어 저렴하게 야채를 유통하고 있는 스타트업과 함께 손잡았다. 더불어 가게 사업주가 샐러드에 들어갈 야채를 정기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루트도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작년에는 각 지역의 못난이 농산물을 발굴하는 소셜벤처와 MOU를 맺었다.

일상 속 친환경…‘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소셜벤처 꿈

윤은빈 대표의 꿈은 ‘돈 잘 버는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저는 사회적 기업이 기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존재가 기업인데, 현재 사회적 기업을 봤을 때 과연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있느냐 따져보면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 꿈은 사회적 문제도 해결하면서 돈도 많이 버는 게 꿈입니다.”

윤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요즘 새로 시작하는 젊은 소셜벤처들은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스타트업의 눈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성장에 목을 맨 스타트업의 관점대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나라에 유니콘 소셜벤처들이 많이 나올 거라 기대했다.

그런 의미에서 윤 대표의 포부도 크다. 지금은 샐러드를 판매하는 만큼의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이지만, 샐러드 재료나 완제품 등의 공급도 진행 예정이고, 향후 5~6년 후에는 이러한 서비스 형태를 식음료 전반으로 가져갈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샐러드와 샌드위치, 김밥 등의 간편식이 될 것이고, 덮밥·치킨·피자 같은 메뉴로 확장할 방법도 고려 중이다. 이렇게 서서히 메뉴를 확장해 나간 후, 가게에서 판매하는 품목을 밀키트의 형태로 픽업할 방법도 고안할 계획이다. 이후 미래에는 생활용품 등을 포함해 환경 측면으로 개선할 수 있는 품목으로 더 넓혀나갈 방법도 찾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의 중심에는 다회용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위드위드아웃이 환경기업은 아니다. 친환경을 취지로 회사가 설립된 것은 맞지만, 위드위드아웃은 고객에게 친환경 생활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샐러드윅스를 구독하는 이유는 다회용기를 사용해서가 아니거든요. 가격 경쟁력이 있고, 서비스가 좋아 선택하는 겁니다. 생활용품으로 확장해 나갈 때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둘 겁니다. 일례로 오늘 당장 물건이 필요한데 쿠팡으로 시켜도 내일 오잖아요? 이럴 때 픽업 문화가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고 봅니다.”

위드위드아웃의 이러한 계획은 법인명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 위드위드아웃은 체인지 위드 위드아웃(Change with without)으로부터 비롯됐다.

“사람들은 세상에 뭔가를 더하면서 변화를 말합니다. 우리는 탄소배출, 일회용 쓰레기, MZ세대가 당면한 사소하지만 큰 문제들과 같은 것들을 해결할 때 ‘제외하면서 변화를 만들어보자’라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어 윤 대표는 10명 중 1명은 위드위드아웃의 에코 키트에 담긴 식사를 구독하도록 하는 것이 최종 꿈이라고 했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환경운동가에 버금가는 마음가짐을 원하지 않습니다. 평범하지만 따뜻하면서도 명확한 사람, 환경운동가처럼 행동하지는 않더라도 텀블러 정도는 들고 다니는 의식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객들이 ‘다회용기를 써보니 오히려 편하네’라는 생각이 들도록 서비스 만족도를 위해 노력할 겁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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