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_ 우린 중기인

움직이는 테니스 로봇 “사람, 나랑 한 게임 어때요”
“데이터 입력한 해외 프로와 맞붙을 것”…㈜큐링이노스 권예찬 대표 



모든 스포츠의 궁극적인 목표는 ‘게임’이다. 상대방과의 경쟁을 통해 레슨 기간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고,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테니스의 경우 게임 파트너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종목 특성상 보통 쳤던 사람과 계속 치려는 습성이 있어, 초보자이거나 실력이 모자라는 경우 게임 파트너를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큐링이노스(CURINGINNOS)의 아이볼브(iVOLVE)는 이러한 ‘테니스 사회’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 기존에 선보였던 테니스 볼 머신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뛰어넘어, 실제 사람과 테니스를 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구현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내년에는 전 세계인과 테니스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도 선보일 예정이다.

軍 테니스병에서 테니스 로봇 개발자로…“누군가를 이롭게”

큐링이노스 권예찬 대표의 어린 시절 꿈은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후, 구체적으로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다 ‘기술로 세상을 편리하고 이롭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의 전공 역시 기계·전기·전자·컴퓨터·제어공학 등 공학지식을 총망라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메카트로닉스공학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현실이라는 벽에 맞춰 안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커졌고, 꿈도 공기업 입사로 바뀌게 됐다고 한다. 그런 그가 창업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터닝 포인트는 ‘군대’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였다.

“테니스를 13년 정도 쳤던 경험 때문에 육군 시절 테니스병으로 차출됐습니다. 테니스 코트를 관리하고, 간부들과 테니스를 함께 쳐주며 전반적인 테니스 관련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때 초보자나 실력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테니스 파트너를 찾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볼 머신을 구입하자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300~400만원으로 비싼데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산제품이 없었기 때문에 힘들었죠. 그래서 좀 더 발전된 형태의 볼 머신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코치마다 코칭 스타일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좀 더 정형화되고,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권 대표는 테니스를 치던 시절, 체계적인 관리와 훈련이 부족했던 탓에 무릎 연골이 많이 상했다고 한다. 코치에게 주기적으로 관리를 받으려면 비용도 많이 들지만, 시간을 맞춰야 하는 등 부수적인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고민했던 권 대표는 2018년 군대 전역 후, ‘창업’이라는 길을 생각했다고 한다. 우선 스펙을 쌓기 위해 2019년 창업 동아리에 들어갔고,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돼 사업자까지 내게 됐다.

본격적으로 창업에 발을 딛게 된 계기는 인천대학교 해외 창업 연수프로그램에 선발돼 ‘2020 미국 CES’를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부터다. “내가 만든 무언가로 누군가를 이롭게 하거나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겠다”는 용기를 그때 얻었다고 말한다.

“2020 CES가 전환점이 됐어요. 그곳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난감 로봇을 보며 행복해하는 꼬마를 우연히 봤습니다. 그때 내가 가진 기술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있었고, 해결방안도 있었지만, 도전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꿈이 CES 참관으로 인해 실행할 수 있는 꿈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초보자도 실력자도 환영하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테니스 로봇

권 대표는 스포츠의 기반은 ‘경쟁’이라 말한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스포츠를 하는 이유는 ‘교류’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를 모두 가능하게 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그는 ‘훈련·경쟁·교류’라는 스포츠에 있어 필수 불가결의 서비스를 하나의 제품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했다.

“구기 종목은 같이 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경쟁합니다. 대회를 나가는 이유도 서로 경쟁하면서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얻기 위한 목적이 크거든요. 클럽에 가입하는 이유도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기 위해서죠.”

그 첫 아이템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핫하게 떠오른 테니스 관련 로봇이다. 테니스는 외부에서 한다는 점, 특히 상대방과 20~30m 떨어진 거리에서 경기하다 보니 안전하다는 인식이 타 스포츠에 비해 강하다. 이에 2018년만 하더라도 82곳에 불과했던 전국의 테니스 아카데미는 2021년 705곳으로 늘어나 760%나 급증했다.

“기존의 볼 머신은 단순히 공을 발사하는 기능만 탑재하고 있다 보니 테니스장에 필요한 여러 기능들을 제공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기능을 한가지 플랫폼에서 제공할 수 있는 모듈화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조사한 결과, 파트너의 부재가 가장 컸습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지능성이 탑재된 아이볼브(iVOLVE)를 개발했습니다.”


아이볼브는 스탠더드와 프로로 나뉘어 있다. 먼저, 스탠더드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처럼 움직인다는 점이다. 사용자의 ▲실력 ▲행동 패턴 ▲장·단점을 분석해 그에 맞춰 공을 발사한다. 또, 사용자가 직접 공의 낙하위치도 설정할 수 있고, 사용자가 친 공의 떨어진 위치로 이동하기 때문에 파트너가 없어도 박진감 넘치는 게임과 랠리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기존에 양옆으로 쏴주기만 하던 외국산에 비해 100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 400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합리적이면서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출시된 지 약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국의 아카데미에서 구매의뢰가 폭발할 만큼 시장에서의 반응이 뜨겁다. 현재 인천, 수원, 용인의 테니스 아카데미에 3대를 납품했다는 권 대표는 서두르지 않고, 초도 물량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본 후, 다듬어 9월에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아이볼브 스탠더드는 태블릿으로 구동하다 보니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누적오차들이 발생해 공이 늦게 날아오는 문제가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이 문제들은 원격으로 손쉽게 해결 가능하기 때문에 곧 수정해 제품을 고도화시켜 출시할 겁니다.”

내년 1분기에는 더욱 발전된 형태인 아이볼브 프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내년 1월에 있을 미국 CES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아이볼브 프로의 가장 큰 특장점은 해외에 있는 사람과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로봇 자체가 상대방의 데이터를 축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면, 공을 칠 때 몇 %의 확률로 어느 지점으로 치는지, 속도는 어떤지 등을 데이터화해 기억하기 때문에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는 랭킹시스템을 통해 자신과 대련할 수 있는 상대를 선정해 게임을 할 수 있다. 마치 전 세계 게이머와 실력을 맞붙을 수 있는 온라인 게임처럼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제품이다.

권 대표는 이런 로봇 시스템을 통해 ‘한 사람이 전 세계의 사람과 실질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이는 큐링이노스의 슬로건인 커넥트 원(Connect One)과도 연계 선상에 있다.

그는 스포츠에 국한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로봇을 더 발굴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이볼브를 통해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테니스가 1차가 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구축해 일상 전반적인 분야에서 사람들에게 좀 더 편리성을 제공할 수 있는 로봇들을 더 많이 개발하고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