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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하이브리드 가탄제’로 탄소배출 줄인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 전 브릿지”…㈜머티리얼솔루션파크 박노근 대표 



국내 산업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분야는 발전과 철강이다. 이 두 산업군이 내뿜는 온실가스만 전체 산업의 56.5%를 차지할 정도다.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화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유황(SF₆)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가 60%를 차지한다. 탄소중립시대의 핵심기술은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획기적으로 저감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문제는 이러한 미래기술을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몇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머티리얼솔루션파크(Materials Solution Park, MSP)는 최근 이러한 사각시간(死角時間)을 해결할 기술을 선봬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골칫거리 ‘철강’…탄소배출은 줄이고, 열효율은 높인다

그동안 국내제철소에서 철광석을 쇳물로 만드는 핵심설비는 석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고로’다. 고로 설비로 철을 1톤 생산할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만 2톤이다. 규모가 작은 제철소의 경우에는 고로 설비 대신 ‘전기로’라는 설비를 활용하는데, 이곳에서 쇠를 1톤 생산할 때마다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0.4톤이다. 고로 설비에 비해 5배 정도 적게 나오는 셈이다.

철강업계에서 2040년까지 수소환원제철로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이유다. 문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아직 초기단계라는 것이다.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최소 5~10년이 걸리고, 이를 현장에 적용해 대형화하는 작업만 최소 20~3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머티리얼솔루션파크 박노근 대표는 “2040년까지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단기적 목표를 위한 탄소배출 저감기술로 ‘친환경 하이브리드 가탄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2020년 코로나19가 터진 후, 학교 급식을 포함해 대부분의 기관과 식당에서 일회용 용품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잖아요? 이러다간 우리나라가 큰일 나겠다 싶더군요. 이 많은 플라스틱을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하다 이번 기술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기존에는 전기로에 들어가는 가탄제에 흑연만 사용했는데, 폐플라스틱을 넣은 후 테스트를 해봤더니 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확실히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수적으로 잡았을 때 15%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었습니다.”

기술의 핵심은 단순히 플라스틱을 잘라 넣는 것이 아니라, 탄소가루와 플라스틱을 혼합해 잘 달라붙게 만드는 것이다. 전기로 입장에서는 탄소가 들어오든, 혼합물질이 들어오든 똑같은 입자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하이브리드 가탄제의 장점은 열 효율성이 좋고, 공정시간도 짧아진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그 이유로 열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이불과 같은 역할을 해주는 ‘거품’에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기술의 이름도 ‘슬래그 포밍 프로모션’이다.

“맥주를 따르면 하얀 거품이 생기잖아요? 이 거품이 용액 내 탄산이 기화되는 속도를 늦춰줘요.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됩니다. 전기로의 단면을 보면 슬래그라고 하는 맥주거품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있어요. 이 거품이 잘 쌓이면 열을 잃는 속도를 느리게 해주거든요. 하지만, 전기로 데우면 거품이 빠져요. 그러면 금방 열이 식을 거 아니에요? 식으면 안 되니까 따뜻하게 만들어줄 이불과 같은 존재가 필요한 겁니다. 바로 이것이 공기방울이에요. 기술의 핵심이 바로 이 거품을 잘 만드는 데 있습니다. 이 이불이 단열재 발포가 잘 되게 하는 역할을 해줘 온도가 금방 올라가게 만들어 주는 겁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탄소가루에 플라스틱을 섞었더니 단열재 역할을 해주는 거품의 지름이 2배나 커졌다. 지름이 2배 커졌다는 것은 부피가 8배 커졌다는 의미다. 슬래그 포밍성이 극대화된 이 기술을 개발 후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철강단지에서 실험한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존 전기로 공정 대비 15% 절감할 수 있었다. 이 거품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쇳물의 질도 바뀌고, 전기 효율도 바뀔 수 있다. 전기료도 대폭 낮출 수 있다. 앞으로는 이 거품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크게,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 있는지 등을 여러 공정변수를 대입해 개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가탄제의 최대 강점은 2~3년 안에 바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 전에 브릿지(bridge) 역할로 활용될 것을 기대했다. 그는 향후 이 기술을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고, 타 산업 및 지역사회와의 상생협력 모델로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줄기세포 저장용으로 개발한 기술이 에너지 저장기술로

2019년 7월에 설립된 영남대 교원 스타트업인 머티리얼솔루션파크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실용적인 과학’을 하고 싶다는 박 대표의 욕구로부터 시작했다. 그는 “연구를 중점으로 하다 보니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과학논문을 쓰는 것과 현실에 사용되는 기술의 괴리감이 컸던 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출발한 회사는 영하 196℃ 액화질소에서 줄기세포를 보관하는 ‘바이오 아카이브’라는 장비를 개발했다. 출산할 때 나오는 혈액·정액·난자 등 줄기세포들은 유전병 등을 고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줄기세포들을 영하 196℃의 극저온에서 저장해야 하는데, 영하 200℃에 가까운 온도에서는 기계 파손이나 움직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재료학적인 측면에서 해결하려고 했고, 그 결과 줄기세포를 저장하는 탱크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영하 253℃의 극저온 액화수소 환경에서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모듈과 로봇팔도 개발했다. 카메라로 보관된 줄기세포에 문제가 생겼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를 넣어둔 카트리지에 번호를 매겨 등록해놓으면 카메라가 특정 줄기세포의 위치까지 확인해준다. 로봇팔은 확인된 줄기세포만 픽업해 꺼내준다.



예를 들어, 혈액을 보관했다고 치자. 그럼 이 혈액은 대부분 100인용의 혈액이 들어있는 카트리지에 넣어져 액체 탱크에 보관된다. 연구원들이 특정 혈액이 필요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카트리지 전체를 빼야 하는 구조다. 한번 꺼내진 카트리지는 영하 190℃에 있다가 갑자기 영하 130℃로 온도가 올라가게 되고, 이런 이력을 많이 겪은 혈액의 재생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치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으면 안의 음식이 쉽게 상하는 원리와 같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러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카메라와 로봇팔을 만든 것이다.

이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선명도다. 극저온 환경에서는 물이 끓는 것처럼 액체 냉매가 끓는 현상에 의해 다량의 기포가 발생한다. 이 기포가 카메라 앞에서 영상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카메라 모듈은 극저온 액체 냉매 내부에서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먼지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완성도를 갖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술은 최근 산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 기업에서 영하 105℃에서 액화 에틸렌 저장탱크를 볼 수 있는 카메라 모듈이 필요해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온 것이다. 박 대표는 이 기술과 산업계의 상관관계에 관해 설명했다.



“기름을 캐면 가스가 나옵니다. 그러면 압축해서 액화를 시켜요. 이렇게 되면 기체 상태보다 부피가 1/1000로 줄어들죠. 그러면 더 많은 양을 넣을 수 있게 됩니다. 단점은 극저온 환경이기 때문에 관리가 어려워 관찰은 필수죠. 지진 같은 환경변화가 오면 지진 여파로 인한 내부 균열 여부 등을 조사할 때도 유용합니다.” 가스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에너지 때문이다. 현재 운송수단에 적용되는 에너지원 중 가장 주목받는 열원이 LNG 가스다. 그 이유는 전기와 화석연료의 중간단계 역할을 하는 최선의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선박 운행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일반 가솔린보다 적기 때문에 전기선박 전 단계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배터리 전기 선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지금, 기술 상용화 문제로 디젤 엔진 선박의 대다수가 LNG 엔진으로 바꾸고 있는 상황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과학은 삶의 윤활유…“도움 주는 실용과학 ‘적정과학’”

박노근 대표는 ‘과학은 우리의 삶을 직접적으로 바꾸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임플란트용 타이타늄 합금 봉재 국산화’ 기술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임플란트할 때 순수 타이타늄을 쓰거나 스위스에서 수입해 온 905메가파스칼(MPa) 강도를 지닌 재료를 사용한다. 수입산은 타이타늄에 지르코늄(Zr)이 함유돼 굉장히 단단하다고 해서 록솔리드(Roxolid)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낸 제품이다. 이 제품이 강도가 세고, 잇몸에 심을 때 폭과 길이도 짧아 회복 시기가 빠르다. 이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많이 사용된다.

머티리얼솔루션파크는 수입제품의 특허가 곧 만료되는 시기에 국산화를 시키기 위해 나선 것이다. 회사는 비대칭 인발을 통한 균질화 기술에 주력했다. 임플란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긴 금속 봉을 만들어 깎고, 또 깎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봉을 만들 때 비대칭 인발이라는 공정을 사용한다. 타원형의 구멍을 통해 꼬면서 당기는 기술인데, 이렇게 하면 금속의 내부 강화 효과가 올라간다. 마치 실 한 가닥과 꼬아놓은 실의 강도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테스트 결과, 강도는 1070~1180메가파스칼로, 스위스산보다 10~20% 이상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2025년 스위스산의 특허기간이 끝나면, 기존보다 더 강하고, 의료보험이 적용된 비용으로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박노근 대표는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실용적인 과학을 하고 싶다며 이를 가리켜 ‘적정과학’이라 지칭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한 기술을 빨리 산업화해 사람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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