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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하이브리드 가탄제’로 탄소배출 줄인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 전 브릿지”…㈜머티리얼솔루션파크 박노근 대표 


‘엄마’라는 단어에는 많은 사회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육아를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으로 엄마들의 가슴에는 양가감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선뜻 다시 사회로 나오길 망설이는 엄마들이 많다.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것조차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출산 이후부터 육아휴직, 아이돌봄서비스, 육아기 단축 근무제도 등 워킹맘을 위한 제도가 잘 돼 있는데 뭐가 힘드냐 할 수 있지만, 경쟁 심화 사회에서 실제 엄마들이 느끼는 사회에서의 압박감과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더하트컴퍼니(The Hear Company) 김민하 대표는 “엄마들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책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출산과 육아 사이에 제도적인 갭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는 제2의 경력을 준비하는 엄마들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엄마’라서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지만

2020년 7월 더하트컴퍼니를 설립하기 전, 김민하 대표는 ‘맘메이트연구소’라는 1인 기업을 세우고, 약 2년간 출산 후 커리어 고민이 있던 여성들을 돕는 역할을 자처했었다. 하지만, 김 대표 역시 아이를 낳고 ‘육아’ 중심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자기 삶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장본인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 아모레퍼시픽에서 매장관리와 매장 직원교육을 담당했습니다. 업무 특성상 외부활동과 야근이 많다 보니 커리어를 유지하기가 힘들었죠. 제가 아이를 낳던 13년 전만 하더라도 주 52시간이 아니었고, 육아휴직 제도를 마음 놓고 쓸 수 있던 환경도 아니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 정도 쉬며 뭘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김 대표는 아이 케어가 가능한 일을 전제조건으로 커리어를 선택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일은 어린이집 교사였다. 당시 첫째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교사 생활을 했던 그는 자기 경력을 잇는다는 개념보다는, 육아까지 책임지며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었다고 한다. ‘엄마’라는 지위를 지키면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욕심에 차선책으로 선택한 일이었지만, 김 대표는 ‘엄마’이기 때문에 남들이 보지 못했던 점을 빨리 캐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해하던 엄마들을 위해 급식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는 등 차별적인 아이디어로 젊은 엄마들의 환영을 받았고, 3년 후에는 서울시에서 최연소 어린이집 원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워킹맘이 늦게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많은 제도를 구축했다. 교실까지 들어와 아이를 인계하고, 데려갈 수 있는 ‘열린 어린이집’, 저녁 9시까지 운영하는 ‘시간 연장형 어린이집’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엄마가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아이만 잘 케어하면 될 줄 알았는데 자신의 커리어를 그만두는 엄마들을 보며 왜 그럴까 항상 의아했었다. 김 대표는 어린이집 원장을 하며 그 이유를 깨달았다고 한다. 많은 엄마가 출산 후 리커리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거나, 본인처럼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커리어를 얻지 못해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어린이집을 그만두면서 ‘엄마의 성장과 아이의 육아 교육’을 다룬 저서를 낸 후, 작가로서 활동할 때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여전히 마이너스 커리어로 시작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제도적으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원이 잘 돼 있다 하더라도 회사로 돌아왔을 때, 승진이 늦어지거나, 기존에 했던 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바뀌어 있다거나 하는 등 불이익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김 대표는 물리적인 문제와 정신적인 한계에 가로막혀 있는 엄마들을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아이 케어’에서 ‘엄마 케어’로 전환하게 됐다고 한다.


‘제2의 사춘기’를 겪는 엄마들의 성장 디딤돌

여성의 생애주기는 엄마가 된 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엄마가 가지는 고민만 봐도 알 수 있다. 출산 전 자신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뤘던 것에서 육아교육에 대해 고민이 하나 추가되고, 육아휴직이 끝난 후에는 회사로 돌아갈지, 새로운 걸 해야 할지 또 다른 고민에 봉착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의 벽은 따로 있다. 어떻게 다시 일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심지어 자신이 뭘 잘하는지조차 모르는 등 엄마가 된 후 진로를 선택하면서 다시 ‘제로’로 돌아간 엄마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김 대표는 엄마가 된 후 정체성의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고, 혼란을 겪고 있는 엄마들 때문에 ‘더하트컴퍼니’가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중고등학교 때 성인이 될 준비를 철저히 하는데도 사춘기 때 많이 방황하고, 진로도 여러 번 바꿔보잖아요. 또, 직장에 들어가서도 여러 시도를 하죠. 하지만, ‘엄마’가 되고부터는 그럴 기회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엄마니까 당연히 엄마 역할을 했고, 사회로 돌아와서는 스스로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없이 일원이 되기 위해 움직이죠. 육아에 대한 열의와 자아 정체성에 대한 마인드 이 둘의 밸런스가 맞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우선 엄마의 성향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M4BT(Mom's 4 section Behavior Test)라는 엄마 종합유형 검사지를 개발해 작년에 출시한 것도 이 이유다. 일종의 행동유형 및 성향유형 검사지로 다른 검사지와 다르게 자아 파트 외에 엄마인 여성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육아, 관계, 일에 대한 성향을 분석하고 솔루션까지 제공한다.

“그동안 엄마를 객관적인 지표로 나눌 수 있는 검사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1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이 검사지를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엄마들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마음을 잇는 회사…평범한 엄마들의 ‘날갯짓’

더하트컴퍼니는 이름 그대로 ‘엄마와 엄마의 마음을 잇는 회사’다. 엄마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대로 인정해주고, 지지하며 그 안에서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다.

회사와 엄마를 이어주는 줄은 ‘비마이시즌(Be My Season)’이라는 플랫폼이다. M4BT 검사를 통해 엄마의 성향을 분석한 후, 비마이시즌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엄마의 성장과 넥스트 커리어 준비를 잘 해낼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준다.

우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엄마들에게는 진로 설계 후 소그룹 교육 및 워크숍 등 리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전의 커리어를 활용하고 싶거나,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엄마들에게는 비슷한 엄마들끼리 끈끈한 연대를 느낄 수 있도록 커뮤니티의 장을 제공하고, 커리어 개발에 관련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 온라인 스토어나 스타트업 등 창업에 대한 의지가 있는 엄마들에게는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스타트업이나 소셜벤처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제 비마이시즌 프로그램을 통해 ‘아무것도 몰라요’ 했던 엄마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 자신에게 맞는 커리어를 찾아간 사례도 있고, LH소셜벤처 창업지원사업에 당당히 입상하고 지원금까지 받는 등 스타트업 창업을 한 경우도 있다. 또, 회사로 돌아가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 원하는 직급까지 올라간 엄마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여성이 사회로 다시 나오려고 할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 정책은 당장의 결과가 중요하다 보니 충분한 단계를 거치지 못하고 1에서 10으로 바로 가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한계라는 것이다.

“정부는 임신부터 출산에 대한 지원의 한 루트 안에 여성이 다시 사회로 진출한다면 언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합니다. 경력 단절 여성들의 취·창업 패키지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예산이 한정돼 있죠. 그 때문에 엄마를 위한 제도가 완벽해지기까지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하트컴퍼니는 이런 이유로 기관이나 기업의 문을 항상 두드린다. 여성친화기업이나 여성 근로자가 많은 곳에는 제도적인 방향성에 대한 러브콜도 보내고 있다. 작년에는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운영한 ‘엄마 기자단’의 모객부터 기획, 운영, 관리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와 창업 교육 기업인 언더독스에서 운영하는 여성 창업가 커뮤니티인 언더우먼의 100% 운영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매해 ‘엄마 작가 발굴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평범한 엄마의 스토리를 엮어 책으로 만들어 출시 중인데, ‘나도 할 수 있을까?’라며 망설이는 엄마들이 스토리를 보고 용기를 내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엄마 중에는 변화를 겪은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쓴 후, 작가로서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다음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엄마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예비 사회적 기업인 더하트컴퍼니는 올해 사회적 기업 인증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재진출이라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만큼 꼭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사회적으로도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문제의 심각함을 인지하는 추세이고, 엄마들의 사회 재진출에 대한 중요성이 올라가서인지, 더하트컴퍼니의 매출은 2년간 지속 상승 중이다. 재작년 대비 작년에 200% 성장했고, 올해는 작년 대비 150% 성장할 것으로 김 대표는 예상했다.

김 대표는 가장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은 하고 싶은 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위할 수 있는 당당함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30~40대 엄마들은 스펙도 화려하고, 사회생활도 멋지게 했던 사람들이에요. 그런데도 자신감이 결여돼 있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평범한 엄마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로 나오길 바랍니다. ‘엄마’로서 나의 역할보다 엄마인 내가 먼저인 모습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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