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_ 우린 중기인

신입 수준 직원이 딱 ‘몇 시간, 몇 달’ 필요하다면
비정기적·비전문적 업무 도와줄 인력 찾을 때…㈜이지태스크 전혜진 대표 


“아…, 할 일도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왜 부장님은 전체회식 장소를 나보고 알아보라는 거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스트레스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한 취업플랫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본업과 전혀 상관없는 잡무 때문에 허비하는 시간만 하루 평균 70분이다. 이는 직원의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려 더 나아가 직무 만족도까지 하락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비정기적으로 있는 잡무를 위해 직원을 추가로 뽑기에는 인건비 부담이 커 마냥 회사 탓만 할 수는 없다.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 입장은 어떤가. 취업에 실패한 후 용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특기와는 상관없는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이지태스크(Easy Task)는 이러한 고민에 놓여 있는 회사와 구직자들을 매칭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온라인으로 필요한 업무와 소요 시간을 요청하면, 거기에 최적화된 인재를 찾아 연결해주는 것이다. 전혜진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취준생에게는 자존감 향상을,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더욱 쾌적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한다.

‘멀티플레이어’는 불가능…진정한 복지는 ‘잡무’ 덜어주는 것

이지태스크는 ▲단순·반복적인 일에 매달려 있느라, ▲잘 모르는 프로그램을 배우느라, ▲단시간에 잡무를 쳐내느라, 정작 중요한 일들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기존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바람에서 시작했다. 전혜진 대표는 필요 없는 일에 매달려 밤을 꼬박 새우고, 비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에 이미 적응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고급인력들을 많이 봤다고 한다. 전 대표 역시 창업학 박사 시절 경험한 바 있다.


“박사를 할 때, 설문지 1000부를 받았는데 전부 타이핑을 치자고 하는 거예요. 저는 기겁을 해서 아르바이트생을 뽑아서 타이핑하는 일을 줬거든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미처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더라고요. 연구비가 부족한 상황이 아닌데도 말이에요. 하나하나 본인이 다 타이핑 치고 나서 목이 아프다는 둥 힘들어하는 상황들이 이해되지 않았죠. 공동저자로 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오탈자 방지, 이미지 편집 등을 모두 저희보고 하라고 하더라고요. 내용이 중요한 거지 표와 그림에 캡션을 달고, 목차번호를 매기는 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박사뿐만 아니라 기업의 대표 혹은 직원들도 이러한 ‘잡무’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매한가지다.

“현재 전국적으로 5인 이하 기업이 600만 곳이 넘습니다. 그리고 이 기업의 평균 고용인원은 1.7명밖에 안돼요. 그러면 있는 직원만큼 일을 받아야 하니 프로젝트가 들어와도 일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대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갑자기 떨어진 프로젝트에 팀원이 부족하면 소기업과 다를 바 없거든요. 단기적으로 투입되는 업무를 위해 새로 직원을 뽑기에는 부담감이 크죠. 그래서 직원들이 추가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연봉 4000만~5000만원의 고급인력이 시급 1만원짜리 일에 매달리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 아니겠어요?”

회사는 인건비 때문이라도 직원이 멀티플레이어가 되기를 원하지만, 전 대표는 한 명의 직원이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잘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예로 든다면 포토샵, 일러스트, 스케치업 등 프로그램만 여러 가지인데, 한 직원이 이를 다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 대표는 직원들이 쾌적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잡무’를 덜어주는 것이 결국은 직원에 대한 ‘복지’라고 강조한다.

신입사원 수준의 직원이 딱 ‘몇 시간 혹은 몇 달’ 필요하다면

이지태스크는 기존에 이미 형성돼 있던 일자리 플랫폼과는 그 형식 면에서 다르다. 타 일자리 플랫폼에서는 정기적으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 구직자가 올려놓은 이력서를 검토한 후 면접자를 추려 면접을 보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이지태스크는 비정기적·비전문적인 업무를 도와줄 인력을 찾는 데 최적화돼 있다. 다시 말해, ‘신입사원 수준의 업무 능력이 필요할 때 단기간에 활용하는 개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모두 자동 매칭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전 대표는 이를 택시 매칭 시스템과 비교해 설명했다.

“사람들이 택시를 잡을 때, 더 이상 도로로 나가 손을 흔들진 않잖아요? 앱으로 들어가면 주변의 택시들을 쉽게 매칭해주죠. 업무도 이런 매칭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인력이 필요한 기업은 이지태스크 홈페이지에서 2시간, 10시간, 100시간 등 시간 단위로 이용권을 구입하면, 차감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리고 이 시간이용권은 여러 명의 직원이 사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A팀의 a직원이 오늘 타이핑 업무를 위해 시간이용권을 사용하고, b직원은 PPT를 도와줄 인력을 구하기 위해 시간이용권을 사용할 수 있는 형식이다. 혹은 한 프로젝트를 연 단위로 맡길 수도 있다.

기업으로부터 업무 배당이 떨어지면, 업무별로 분류된 카테고리에서 AI(인공지능)가 해당 업무에 최적화된 사람을 찾는다. 이후 그 시간에 해당 업무를 할 수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 업무 수행자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여기에는 그 회사가 중점적으로 원하는 인재상도 반영된다. 예를 들면, 작업 속도가 느리더라도 꼼꼼한 사람이 좋다거나, 나중에 고치더라도 작업을 빨리 해주는 사람이 좋다는 요청을 하면, AI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성향까지 파악해 매칭해주는 식이다.


이렇게 2020년 12월 개인사업자로 시작한 이지태스크는 작년 6월5일에 법인 설립을 마쳤다. 현재 이지태스크에 등록된 인력풀은 7000명에 달하며, 파트너로 등록된 곳은 약 1500군데다.

‘이루미’ 활동…취업준비생·경력단절여성 성장판 역할도 톡톡

이지태스크는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들을 가리켜 ‘이루미’라고 부른다. ‘고객의 꿈을 이뤄준다’라는 뜻으로 네이밍 공모전을 통해 지어진 이름이다. 이루미들은 일함으로써 고객의 꿈을 이뤄주기도 하지만, 자신이 잘하는 특화된 업무를 집중적으로 하므로 자존감을 한껏 드높일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먼저, 이루미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자기체크리스트에서 자신이 뭘 잘 할 수 있는지 체크한 후 포트폴리오와 자격증 등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자기 능력을 꼼꼼히 점검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루미가 하는 일은 매우 다양하다. 인터넷 서치가 특기인 경우에는 지금 당장 구해야 하는 한정판 물건을 파는 쇼핑몰과 남아 있는 수량을 체크해주기도 하고, 적합한 회식 장소나 가족과의 식사 장소를 찾아주기도 한다. 전 대표도 유용하게 이루미를 활용했던 기억이 있다.

“스페인 여행을 계획했을 때,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은 한인 민박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숙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들을 몇 가지 뽑은 후 그에 맞는 한인 민박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죠. 그러자 바로 한인 민박별로 정리해준 후 추천 업소까지 뽑아 주더라고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루미 활동이 자신감과 자존감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취업에 실패해 어렵게 취득한 자격증을 쓰지 못하고 있던 한 이루미는 자격증을 활용할 수 있는 업무를 맡으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해 관련 직종으로 취업한 사례도 있다. 육아 때문에 경력 단절된 여성이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이루미 활동을 하기도 하고, 평범한 주부가 이루미 활동을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일도 있다. 아침 9시부터 한 시간씩 쇼핑몰의 송장 입력을 하는 51세의 여성 이루미는 일하지 않고 시작하는 하루와 일하며 시작한 하루는 기분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며,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한다.

이지태스크는 최근 디지털노마드(Digital nomad)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기획도 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진행한 ‘도전! J-스타트업’에 선정돼 8~9월에 ‘제주워케이션(워크+베이케이션)’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전 대표는 “최근 제주도 한 달 살기 등 장기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한 달 내내 경치만 즐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행 중에 남은 시간을 활용하거나, 업무 경험을 쌓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선정된 사람에게는 제주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2시간 이상 준다. 또, 워케이션 관련 설문조사를 한 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5만원의 페이백도 해준다.

그는 이지태스크를 통해 기업과 구직자가 상호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노동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회사가 꿈꾸는 미래상은 전 국민의 협업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구직자에게는 좀 더 쉽게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루트를, 회사에는 효율적으로 구직자에게 일을 시킬 기회를 마련해 줌으로써 모든 국민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다 같이 성장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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