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과 대결할 수 있는 볼링 플랫폼 ‘핀공’

29년차 배우 “볼러들의 놀이터” 만들다…㈜니드메이드 서동원 대표

 

10여년 전, 볼링장에 획기적인 변화의 바람의 불어 닥친 적이 있었다. 밋밋하고 딱딱했던 기존의 볼링장이 펍(PUB)을 결합한 화려한 인테리어의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 Sports+Entertainment) 공간으로 재탄생하며, 젊은층을 끌어들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볼링 레저문화가 확산할 거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볼링에 관심을 보였던 인구의 대다수는 지금 골프나 테니스로 옮겼다.

니드메이드(Need Made) 서동원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은 “볼러가 제대로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플랫폼 ‘핀공’을 통해 신입 볼링 유저에게는 흥미를, 기존 유저에게는 재미를 선사함으로써 볼링이라는 스포츠의 생태계를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볼링공 전용 클리너 티슈 ‘볼샤워(BOWL SHOWER)’

최고점수 278점, 에버리지는 180~200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프로급의 볼링 실력을 자랑하는 서동원 대표는 평소 볼링을 좋아하던 볼링 마니아였다. 그는 ‘엽기적인 그녀’, ‘댄싱퀸’ 등의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했고, 최근에는 ‘공조2:인터내셔날’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29년 차 배우다. 대개 카페나 식당 등을 부업으로 하던 다른 연예인과 달리, IT기업을 세우더니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스타트업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니드메이드의 첫 스텝이 서 대표가 취미 이상으로 좋아하던 볼링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는 볼링을 하면서 “왜 이런 제품들은 없는 걸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불편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로 떠올랐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2018년 세상에 처음 나온 제품이 볼링공을 닦는 전용 티슈였다. 볼링공은 한 번 던질 때마다 레인의 기름이 공 안으로 침투하면서 공의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볼링공의 수명을 유지하려면 볼을 수시로 닦아줘야 한다. 하지만, 이전에 시중에서 판매했던 볼링공 티슈는 볼링공 전용이 아니라 공업용의 자동차 전용 티슈여서 피부에 좋지 않을뿐더러, 뽑아 쓰는 티슈 형태로 돼 있어 뚜껑을 잘못 덮으면 티슈가 말라버리기 일쑤였다.

서 대표는 ODM(제조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빼고, 음식에 첨가하는 식용성분으로 티슈를 제조했다. 그 결과 지난 6월엔 국내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미국볼링협회(USBC)의 공식 승인을 받아 전 세계적으로 볼링대회 때 쓸 수 있는 티슈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볼링공 하나가 35만원 정도 하거든요. 300게임을 하면 볼링공을 바꿔줘야 할 정도로 한번 공을 던지면 소모가 심해요. 따라서 볼링공을 닦는 티슈의 역할이 중요하죠. 하지만, 이전의 티슈는 사용하고 나면 손이 사막처럼 말라버리고, 풀에 베인 것처럼 따끔하기까지 했어요. 성분이 독한 거죠. 그래서 자극이 없는 볼티슈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개별 포장이다 보니 깔끔하게 한 장씩 뽑아 쓸 수 있어 업계에서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니드메이드의 볼티슈는 그야말로 혁신적이었다. 당시 볼링장 업주들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시간이 흐르면 다 쓰게 될 것’이라며 극찬을 받았고, ‘홍보할 필요가 없다’며 한 번에 50박스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새벽 12시에도 미팅하자고 전화하는 업주나 제품 유통업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니드메이드는 볼티슈의 인지도가 쌓이면서, 현재는 공장에 기계를 들여와 직접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과 볼링 게임을 할 수 있는 플랫폼 ‘핀공’

서 대표는 좀 더 볼링에 대해 근본적으로 들어가 생태계 확장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한다. 2020년 9월 법인 전환한 니드메이드는 플랫폼 개발에 돌입, 지난 5월에 소비자에게 핀공(Pingong)을 선뵀다. 핀공의 기본은 ‘사람과 만나지 않고 대결할 수 있는 장’이다. 즉, 레인에 설치돼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 타지역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볼링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핀공의 최종 목적지는 ‘집에서 게임’하는 유저와 ‘실제 볼링장의 레인’에서 볼링을 하는 유저의 대결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볼링장에 가지 않아도 볼링 게임을 쉽게 할 수 있다. 또 유저에게 친밀감을 일으켜 호기심에라도 ‘한번 볼링장에 가볼까?’하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핀공은 볼링에 대한 돌파구를 찾고 싶었던 볼링장 업주들과 유저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대전 ▲부천 ▲안산 ▲양주 ▲인천 등에 9호점을 열었고, 올해 안에 30~40개의 볼링센터에 핀공 플랫폼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핀공 플랫폼을 통해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분야는 토너먼트 볼링대회다. 핀공 플랫폼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핀공 키오스크가 알아서 랜덤으로 매칭해 주는 형식이다. 현재 이 기능을 활용해 핀공을 설치한 업장끼리 핀공 페스티벌을 5회 정도 열었다. 예를 들면 양주에 위치한 볼링장과 인천에 위치한 볼링장의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상대방 플레이를 보면서 경기를 하는 것이다. 대결하면서 ‘멋져’, ‘우리 또 해요’, ‘크크’ 등 이모티콘으로 감정 표현까지 할 수 있어 재미도 더했다.

최근 업데이트한 핀공 토너먼트에서는 키오스크 패드에 로그인만 하면, 전국에 로그인한 선수 명단이 뜨고, 바로 매칭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핀공이 설치된 업장이라면 즉석에서 바로 다른 업장의 사람들과 대결을 펼칠 수 있다.

올 말에는 ‘핀공 테스트’를 추가할 예정이다. 볼링 유저라면 한 번쯤은 꿈꾸는 것이 프로 테스트다. 서 대표 역시 두 번 도전했지만 탈락했다고 한다. 그의 경험을 살려 개발 중인 핀공 테스트는 에버리지 200점이 넘으면 ‘핀 마스터’라는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해당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으면, 니드메이드가 주최하는 핀공 마스터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해외의 볼링 유저와도 대결할 수 있는 길도 마련한다. ‘핀공 사용설명서’라는 이름의 영상을 제작해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태국 등 아시아 7개국에 전달한 그는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해외 진출을 위한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볼링 마일리지를 편의점에서 현금처럼 쓸수 있다면

앞으로 서 대표가 바라는 점은 핀공을 통해 얻은 마일리지를 통한 실물경제의 확산이다. 일례로, 핀공 매치를 통해 쌓인 마일리지로 볼링비 정산이나 볼링장 내에서 음료나 제품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 대표는 이 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자체적으로 실행하고, 내년부터는 볼러가 직접 볼링을 쳐서 미션수행으로 얻은 마일리지를 현금으로 사용하도록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코인도 올 안에 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니드메이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비즈넷(BizNet)을 개발해 운영 중인 보스아고라 재단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핀공 마일리지를 코인으로 전환해 편의점이나 각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코인스왑(coin swap)도 일어나도록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다양한 플랫폼과 연동해 커피 쿠폰을 보내거나, 마일리지로 숙박업소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시스템 등으로 점점 확장해 나가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볼러가 가져갈 수 있는 뭔가가 정확히 있어야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거로 생각했습니다. 코인으로 생태계 구축을 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볼링장에서의 경제활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파급력은 높아질 겁니다.”

서 대표는 회사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코인으로 생태계 구축을 하게 되면 그 경제가치는 1조원대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에서 1년에 4번 정도 볼링을 친 사람이 540만명, 잠재고객은 2000만명에 국내 볼링시장은 3000억원 이하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실물경제가 활성화되면 볼링인구의 신규 진입 폭은 넓어지고, 볼링의 문화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포인트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항상 ‘1조를 모으는 것’이 꿈이라고 말해왔다고 한다. 그 꿈은 배우 생활하면서 녹록지 않은 현실에 수그러들었지만, 회사를 운영하면서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면서 그 꿈에 한 발짝 다가서는 기분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매년 2~3배의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는 니드메이드는 앞으로도 유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시스템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이를 통해 핀공을 찾는 유저가 늘어 볼링을 몰랐던 사람들도 ‘밥 먹고 볼링장 가자’, ‘우리 핀공할래?’라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를 바랐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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