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됐다고는 하지만, 제품 체험과 개인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에게 오프라인 매장은 남 다른 의미가 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서비스로서의 유통’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도 이에 맞춰 서비스로서 유통(RaaS, Retail as a Service)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샵인샵 플랫폼 ‘공뿌마켓’을 운영하는 ㈜아치서울 박세환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로 가까운 이동거리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보완할 수 있는 ‘신개념 고객체험형 오프라인 커머스 채널’이 공뿌마켓이라고 소개했다. 아치서울이 운영하는 공뿌마켓은 자영업 매장, 카페, 호텔, 헬스장, 병원 등 다양한 소상공인 매장에 소규모 메이커스 제품과 브랜드를 매칭해주는 샵인샵 플랫폼이다.
매장 자투리 공간으로 추가 수익 가능한 새로운 유통채널
“‘슬세권’이라고 하는 동네 매장들은 백화점이나 드럭스토어보다 접근성이 무척 뛰어납니다. 소규모 메이커스나 브랜드들은 대형 유통업체에 입점 자체가 어렵고, 팝업스토어를 대여하기도 어렵죠. 그렇다고 매장을 마련해 상주직원을 두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공뿌마켓 공간을 이용하면 현장 판매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광고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고객의 취향에 꼭 맞는 제품을 동네 매장에서 발견했다면, 매장 입장에서도 고객 유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골목상권을 활성화 시킬 수 있어 소상공인, 메이커스, 지역경제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공간이죠.”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여파로 가까운 이동거리에 있는 카페나 마트 등 슬세권 생활시설물 방문이 늘어나고 있고, 경험소비에 대한 MZ세대 소비층의 니즈가 높아지면서 공뿌마켓의 제휴 매장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슬세권은 슬리퍼와 세권(勢圈)의 합성어다. 가볍게 슬리퍼를 신고 마트, 편의점, 커피숍, 영화관, 병원 등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권역을 말하는데, 골목상권과도 일맥상통한다.
박 대표는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임대료가 증가하고 경쟁이 심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뿌마켓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무자본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채널”이라고 설명했다.
기자 활동 뒤로 하고 창업…“오프라인 고객체험 제공 목표”
대학에서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며 창업아이템 공부를 하는 등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박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기자 활동을 하면서도 창업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박 대표는 2018년 회사를 나와 창업을 준비했다. 외국계 기업 재무팀 출신의 최유미 공동대표와 함께 퇴직금을 모아 세운 기업이 아치서울이다. 창업초기인 2018년에는 메이커스들의 홍보창구이자 공예계를 대변하는 계간지 크라프츠를 창간하기도 했다.
“오프라인에서 고객 체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창업을 준비했죠. 처음에는 다른 아이템들도 시도해봤었고요. 한국의 메이커스들의 제품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판로 확보 어려움은 메이커스의 성장을 막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아치서울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핸드메이드 제품이나 독특한 브랜드를 매장에 매칭하는 샵인샵 아이템을 테스트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뿌마켓은 매장주, 메이커스, 골목상권이 윈윈하는 시스템”
공뿌마켓은 유휴공간을 제공하는 매장주에게 ▲기업별 맞춤 컨설팅 ▲매장 방문 고객 AI 데이터 분석을 통한 최적의 상품 큐레이션 ▲매대 설치 및 상품진열 ▲매출 분석 ▲판매 정산 등 운영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매장주는 이미 보유한 공간의 일부만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운영 부담이 없으며, 공뿌마켓 서비스는 가입비도 없어 진입장벽이 낮다. 공뿌마켓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매장 정보를 입력하면, 아치서울이 해당 매장에 맞는 제품을 매칭하고 매장 분위기에 맞는 LED 팝업 진열 스탠드를 제작해 설치해준다. 아치서울이 자체개발한 팝업 백오피스 시스템을 통해 재고관리, 판매, 홍보, 정산, 물류까지 담당하고 있어 매장에서는 크게 신경쓸 일이 없어 보인다.
아치서울은 현재 3000여개의 매장과 제휴해 200여개의 입점 브랜드를 매칭하고 있다. 주요 상품은 뷰티, 푸드, 라이브, 잡화, 건강용품 등 다양하다. 공뿌마켓 삽인샵 매대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 활용이 가능하다.
TIPS 선정…브랜드·상품별 매장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계획
아치서울은 지난 4월 2022년 기술창업 투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됐다. ‘인포뱅크 아이엑셀’ 등으로부터 누적 투자액 10억원을 돌파한 아치서울은 이번에 선정된 TIPS 프로그램을 통해, 매장 분석을 위한 딥러닝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브랜드 상품별 매장추천 알고리즘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또한 제휴매장과 입점 브랜드가 실시간으로 입점현황 및 매출, 재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B2B 협업툴도 함께 고도화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가벼움과 확장성을 공뿌마켓의 강점으로 꼽았다. 오프라인 진출이 필요한 메이커스들은 빠르고 쉽게 매장 판매와 테스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제휴매장에서 포인트 리워드를 제공해 다른 제휴매장에서 사용하게 함으로써 골목상권에 활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내년까지 2만개의 제휴매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오프라인 매장이 대기업 유통업체의 전유물이 아닌 소규모 메이커스와 브랜드의 기회창출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또,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그는 “벤처기업의 역할은 내수시장에서의 경쟁이 아닌 글로벌로 진출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투자시장이 위축돼 있지만 향후 투자시장이 활성화돼 스타급 유니콘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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