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는 계란도 따져보고, 생수처럼 ‘구독’ 해볼까

갓 낳은 계란을 문 앞까지 배송…월간계란 주여달 대표 

 

달걀의 맛과 영양은 닭이 좌우한다사육환경사료산란일자 등 닭의 컨디션에 따라 달걀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월간계란의 주여달 대표는 닭도 사람과 똑같다, “암탉과 수탉이 서로 어우러져 사계절을 온몸으로 맞은 닭이 건강하고이러한 닭에서 신선한 유정란이 탄생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시대가 변한만큼 계란을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달걀 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프레임을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달걀 하나도 깐깐히 따져봐야 하는 일리(NO. 1·2)’ 있는 이유

 

달걀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식자재도 드물다게다가 마트시장 그리고 새벽배송 등 어디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어 구매 부담감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하지만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시중에서 구매하는 달걀은 적어도 3~4일에서 5~6일 정도 대형물류시스템에 묵혀 있던 달걀이라고 주여달 대표는 말한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한 달 전 산란일자가 찍힌 달걀을 많이 볼 수 있어요법적으로 달걀의 유통기한은 45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지만신선도 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달걀의 품질을 따지려면 산란일자와 사육환경번호가 중요하거든요.”

 

시중의 달걀을 살펴보면 표면에 숫자와 알파벳이 쓰여 있는데이것이 달걀의 신선도를 알려주는 기준점이 된다맨 앞의 4자리 숫자는 산란일을 뜻하며알파벳과 숫자가 뒤섞인 번호는 생산농장 고유번호다맨 뒤에 쓰여있는 숫자가 사육환경을 나타내는데1번 자연방사 2번 평사방사 3번 개선된 케이지 4번 일반 케이지를 의미한다바로 1번과 2번이 동물복지에 가까운 케이지 프리(Cage Free) 달걀이다.

 

월간계란의 달걀은 모두 2번 평사방사다주 대표는 닭의 사육환경은 달걀의 품질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955곳의 양계농가 중 95%가 공장식 사육을 하고 있습니다사람도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잖아요닭도 키워보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방사로 키운 닭은 계절감도 느끼고햇볕도 쬐면서 좀 더 자연스러운 환경을 경험하게 되거든요게다가 암탉과 수탉이 함께 어울리며 깃털로 서로 쪼기도 하고날기도 하면서 정서적인 교감도 나누죠또 수탉이 암탉을 보호하기도 하고일부다처제인 특성상 수탉끼리 싸우면서 좀 더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자라나게 됩니다닭의 본능을 지켜주는 사육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달걀을 깼을 때도 차이가 있다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느끼며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의 노른자는 탱탱하다 못해 탱글탱글해 손으로 만져도 깨지지 않는다흰자와 노른자의 구분이 뚜렷하고 퍼지지 않는다산란일자가 가까울수록 알끈도 선명하게 살아있다.

 

장점은 또 있다유통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수가 없어 달걀 신선도가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점이다달걀 껍데기에는 기실과 기공이 존재한다기실은 공기가 드나드는 곳이고기공은 내부의 수분이나 이산화탄소를 유출하고 외부의 미생물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 작용을 한다하지만공장에서 넘어온 달걀은 표면을 깨끗이 한다는 이유로 화학적 물로 세척하게 되는데이것이 오히려 달걀의 신선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같은 논리로 냉장고에서 꺼내 놓은 달걀에 생긴 물방울도 신선도에 영향을 미친다콜드체인부터 마트 냉장고소비자의 냉장고로 들어가는 과정이 신선도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주 대표는 무조건 마트에서 저렴한 달걀을 찾는 시대는 지났다, “할아버지 시대에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 케이지에서 살충제를 뿌려 대량생산을 했었지만이제는 생활 전반적인 수준도 올라간 만큼 고객들이 스스로 먹고 싶은 달걀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판로를 잃게 한 코로나19가 변곡점양계농장 판로개척

 

월간계란은 주여달 대표의 외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내려온 양계농장이다충남 홍성이 고향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농장의 일손을 도우며 자랐다고 한다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진학한 그는 전공을 살려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에서 이커머스 마케팅 업무를 10년 넘게 했다그렇게 안정적인 삶을 살던 그가 인생의 변화를 맞이한 계기는 코로나19였다.

 

고향에 방문했을 때코로나로 인해 모든 판로가 다 막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판로의 80%가 마트나 장터의 직거래였고군대나 학교에 납품하는 것이 20% 정도 됐었거든요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장터와 로컬 행상들이 줄줄이 취소되고급식도 끊기면서 달걀을 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었던 거예요그래서 이커머스 마케팅 경력을 살려 그동안 양계농장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판로를 개척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회사를 퇴사한 주 대표는 2020년 4월 본격적으로 월간계란 서비스를 시작했다주 대표가 꼽은 월간계란의 자랑거리는 품질 대비 높은 가성비다그중에서도 클로렐라와 생균제를 먹인 닭이 낳은 클로렐란을 꼽는다클로렐란의 특징은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가 일반 유정란보다 30% 낮고칼슘 함유율이 10% 높다또한 노른자의 점도와 탄성은 우수하고 달걀의 비린 맛은 덜어내 건강뿐만 아니라 생달걀이나 반숙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백화점 식당가나 호텔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도 꾸준히 찾는다.

 

맥반석 달걀도 판매하는데캐러멜색소 방부제·화학첨가물 소금 등을 넣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달걀을 황토가마에서 48시간 동안 굽는다간혹 자극적인 맛에 노출된 고객은 맛이 낯설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대다수 고객은 건강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만한 간식거리도 없다는 평가다이외에도 초란 방사유정란청계알 유정란도 구매할 수 있다.

 

새벽에 알을 수거한 후오후 4~5시면 제주도까지 배송 완료한다육지는 다음 날 아침이면 도착하고섬 지역은 2일 후면 받아볼 수 있다가격은 초란 기준으로 60알에 23000대란은 31000원이다초란 구운란은 한 판에 13000원으로 한 알당 400원꼴이다월간계란의 달걀은 대기업의 정기구독서비스 중 사육환경 2번 달걀과 비교해 봐도 약 10~15% 저렴하다.

 

“‘월간계란 프렌즈’ 이름으로 디지털 취약 농가에 힘 보탤 것

 

월간계란의 구독층을 살펴보면, 35~50세 여성이 주를 이룬다한 번 먹어본 소비자의 재구매율이 35~40%로 꽤 높은 편이고일회성으로 구매했던 고객이 정기구독서비스로 넘어오는 비율도 30% 이상이다정기구독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변함없는 가격과 신뢰성이다우선 배송 중 깨진 알이 있으면 100% 보상해준다평균 파손율이 1~2%이지만주 대표는 파손율을 낮추기 위해 출하량이 몰리는 월·화요일 주문은 피하고수요일부터 주문해줄 것을 제안했다.

 

프리미엄 달걀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고객의 마음을 잡은 포인트다매년 이맘때만 되면 발생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가금 농장은 비상상황을 맞는다덩달아 달걀 가격에도 빨간불이 켜지기 마련이다하지만주 대표는 마진율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신뢰를 얻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가격은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AI는 케이지 사육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저희 농가는 산기슭 밑에 있어 다른 농가 대비 안전한 편에 속하거든요그렇지만전체적으로 달걀 가격은 높아졌죠하지만저희는 마진율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판매가는 기존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초란의 경우 부화율에 따라 가격변동은 있지만클로렐라 유정란의 경우 창립이래 한 번도 가격변동이 없었습니다.”

 

주 대표가 가격 유지를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익의 10%를 기부하는 것을 회사의 방침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팔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현재 월간계란의 연 매출은 2년 전에 비해 150% 올랐고고객 수는 800~900% 늘었다.

 

대학 시절 3년간 주말마다 쪽방촌 노인들에게 반찬 배달봉사를 했었습니다그러면서 그분들의 민원이나 은행 업무 등도 처리하는 도우미 역할도 했었어요창업하면서 그때의 생각이 나는 겁니다월간계란이니까 월간기부를 하자는 생각에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월간계란의 첫 기부처는 서울역 뒤편에 자리한 쪽방촌이다이곳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위해 매주 목요일마다 비빔밥에 들어갈 달걀을 보내고 있다또 다른 기부처는 가정폭력 피해 아동을 위한 쉼터다이렇게 한 군데두 군데로 시작한 기부처는 현재 아홉 군데에 이른다.

 

주 대표의 최종 목표는 디지털 취약 농가들을 위해 힘을 보태는 것이다.

 

당일에 짠 들기름고추장만 40년 이상 만든 장인 등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고품질의 농산물들이 많은데문제는 이분들이 일평생 제조만 하고 농협이나 직거래 장터에만 팔아왔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잘 모른다는 거예요이분들이 판로개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실제로 주 대표는 월간계란 프렌즈라는 이름으로 목장에서 난 우유·요구르트·치즈를 판매한 적이 있는데고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지금은 당일 짠 기름을 론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는 새벽시장이나 대형물류체인에서 할 수 없는 분야를 파고들다 보니 소기업이라 가능한 카테고리를 발견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O2O(Online to Offline)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례로 날짜별로 계약한 아파트로 찾아가 1층 공동현관에 에그카를 세워놓고아파트 주민이 편안하게 받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여기에는 달걀뿐만 아니라 기름 및 장류조청류 등 산지 직송 농산물도 함께 소개함으로써 현대인의 건강식에 대한 갈망을 채워줄 예정이다.

 

숙제와도 같은 포장방법도 좀 더 개발할 계획이다.

 

가까운 시일에는 좀 더 친환경적이면서 안전한그러나 가격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포장방법도 개발할 예정입니다지금은 골판지 등 종이를 이용해 포장하고 있거든요타사처럼 스티로폼을 쓰면 환경에 좋지도 않은데 가격마저 올라가고친환경적으로 포장을 개발하려 해도 판매가에 영향을 미치더라고요현재 박스업체와 고민 중이니 월간계란만의 포장방법이 탄생할 수 있을 겁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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