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비영리 기업에 필요한 IT 기술 서비스

기술장벽·비용 낮춰 IT 활용 불균형 해소…트리플앤㈜ 한정화 대표 

 

IT 강국 대한민국하지만 그 이면에는 최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기술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기업의 서러움도 있다트리플앤은 IT 기술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지만값비싼 비용과 부족한 전문인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트리플앤 한정화 대표는 여러 사회활동을 하면서,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혀 IT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회혁신·비영리 기업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창업 취지를 소개했다.

 

사회혁신기업은 노력에 비해 성과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트리플앤을 알기 위해서는 회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트리플이라는 회사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자연과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기술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나무를 뜻하는 Tree와 사람을 뜻하는 People을 합쳐 트리플(Treeple)이라고 이름 지었다이후 이 회사는 약 8년간 국제관계 협력 일을 중점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한 대표가 국제관계 협력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대체 군복무로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의 일원으로 몽골로 해외봉사를 떠나면서다이후 한 대표는 코이카 동기와 함께 주기적으로 비영리 활동을 해왔다대표적인 활동으로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치위생 교육과 치아 칫솔 나눔활동을 한 치카치카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한 대표는 이런 활동들을 통해 IT 격차로 인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차이점을 발견했고역으로 국내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결정적인 계기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모금활동을 진행하고 난 이후였다당시 홈페이지로 활동을 상세히 소개했고그 결과 모금뿐만 아니라 보도자료 게재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그러면서 사회혁신기업들은 우리보다 더 진정성을 가지고 일할 텐데 왜 온라인을 영리하게 이용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점을 가지게 됐고결국 예산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비용으로 인해 첨단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고스란히 경험으로 느낀 것이다.

 

코이카 활동 전한 대표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UI 디자인 업무를 담당했다고등학교 시절 컴퓨터 관련 전국 대상을 14개나 휩쓸었던 그는 실무능력을 인정받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입사했고회사에 다니며 온라인 대학교에서 디지털 디자인을 전공했다.

 

2006그가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11번가의 전신인 싸이마켓을 만드는 일이었다싸이월드에 커머스를 붙여 싸이마켓을 만드는 것이 과제였는데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결국 배보다 사공이 많아지는 구조로 변질했고노력 대비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지마켓이나 옥션보다 수수료는 더 비싸다는 단점도 불거져 나왔다이 과정에서 회사를 나온 한 대표는 대학을 조기졸업 후 21살에 대학원에 진학해 예술공학을 전공했다.

 

 

“20대 초반에 남들보다 경력을 쌓기 위한 시간을 많이 줄였고 그 과정에서 성과도 있었지만경쟁심리로 인한 갈등도 많이 겪었죠그래서 군대만큼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그동안 온전히 나라는 사람을 위해 제 시간을 썼다면군대는 타인을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그 선택이 코이카로 이어지면서 저절로 사회혁신기업에 관심이 가게 됐습니다.”

 

한 대표가 말하는 우리나라 사회혁신기업의 문제점은 노력 대비 성과가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는 것이다.

 

선행사례에 대한 정보 접근이 매우 열악해요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는데도프로젝트가 종료되면 홈페이지조차 사라져버리죠예를 들어 온라인상에 기후난민이라고 검색하면 당시 취재했던 기사들은 나오는데정작 사회혁신기업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찾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그가 처음에 트리플을 만들었을 때는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기술 수준을 가진 사람이 쉽게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했다.

 

으레 홈페이지라고 하면 전문가가 만들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는 것이 어려웠습니다저희가 만든 기술을 이용하면 워드에 쓰는 내용이 홈페이지처럼 보이게 되거든요처음에 저희가 기본세팅을 해주면그 다음부터 스스로 이리저리 바꾸면서 쓸 때 뿌듯함을 느꼈습니다그런데 아직 이런 시스템을 사용해보지 않은 활동가들이 많다 보니 진짜 쉬워요라고 말해줘도 잘 믿지 않더라고요.”

미래 문제 해결 위해 사회혁신기업 빅데이터’ 만들 것

 

이후 2020년 5월 설립한 트리플앤이라는 회사명도 트리플에 다음이라는 의미의 NEXT와 NPO(민간 비영리단체)의 첫 글자를 따서 붙였다트리플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트리플앤의 주요 서비스는 사회혁신·비영리 기업이 쉽게 IT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의 장벽은 낮추고비용은 합리적으로 책정함으로써 IT 활용의 불균형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공고사업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G-won’ 서비스가 눈에 띈다그동안 공고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의 담당자들은 접수받은 이메일 내용과 8~15개의 첨부파일을 일일이 다운로드해 엑셀에 입력을 하는 등 단순 반복업무에 시달려야만 했다하지만, G-won은 이러한 작업을 자동화시켰다또한 G-won은 유실·폐기되는 정보를 가치 있는 정보로 재수집하기도 된다공고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신청서류는 모조리 폐기처리가 되는데작성기관 동의 아래 접수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들을 재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새롭게 출현할 사회문제가 뭔지’, ‘어떤 사회문제에 어떤 기관이 활동하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원사업이나 회사에 대한 정보들이 필요했던 사회혁신·비영리 조직을 위한 페이지투미(page2.me)도 있다트리플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웹 크롤링 기술과 정보 분류 모델을 활용해자동으로 수집된 최신 정보를 이메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발송해주는 시스템이다현재 관련 기술들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환경기술 플랫폼 구축사업에 이전해주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개발도상국의 IT 인재들과 원격으로 협업할 수 있는 IT 아웃소싱 플랫폼인 헬로우 리모트(Hello Remote)’도 만들었다현재 이 서비스는 중기부의 중소기업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과제에 선정돼 내년 6월까지 관련 기술을 구체화할 계획이다한 대표는 이 기술개발의 이면에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개발자 품귀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비대면 기술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다 보니 기존에는 개발자를 채용하지 않던 기업에서도 개발자들을 원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그러다 보니 개발자가 귀해졌고자연히 몸값이 높아져 기존에 사회혁신이나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던 개발자들도 떠나는 상황이 됐어요사회혁신·비영리 기업의 기술소외 현상과 기술격차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거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작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당시 실직자로 전락한 개발자들이 많았던 것에 착안해한 대표는 현지에서 에이전시를 하던 한국계 대표와 손을 잡고 현지 개발자들을 선발했다.

 

한국 대비 인건비가 1/10 정도 차이가 나거든요하지만업무를 달성하는 수준은 꽤 높았습니다잘만하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가 되겠구나 싶었죠이 기술이 본격화되면 사회혁신·비영리 조직이 개발자 품귀현상 속에서도 IT 기술을 도입하는데 조금은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국인과 시각장애인을 위해 식당 메뉴판을 온오프라인으로 통합 서비스하는 이지메뉴(easy Menu)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현재 10곳의 식당을 대상으로 222명의 서포터즈가 음식점을 탐방하며 영어중국어베트남어일본어 등으로 번역 중이다한 대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특히 외국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에게도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기획하고 있다.

 

보통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는데시각장애인의 90% 이상은 눈이 완전히 안 보이는 전맹이 아니고 저시력자입니다지인 중에 최근 몇 년 동안 눈이 안 좋아져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거든요이지메뉴는 메뉴에 대한 상세소개도 함께 나오니까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앱을 통해 서비스하면 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더군요.”

 

한정화 대표는 보통의 IT 기술자들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려는 욕구가 있지만이보다는 타인을 위한 기술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그리고더 나아가 안타깝게 유실·폐기되는 가치 있는 정보를 모아서 재개발하는 것이 트리플앤의 넥스트(NEXT) 미션이라고 했다.

 

그동안 폐쇄적으로 관리되던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유하면 사회 문제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가령 A라는 사업이 많아졌다면다음 해에 A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거든요사회적 혁신 기업을 분석하면 그 이면에 깔린 사회적 문제가 나오는 거죠따라서 조기에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그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앞으로 이런 데이터를 모아 성장시키고가치 있는 정보로 만드는 것이 트리플앤의 목표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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