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과 함께…‘이색’ 미얀마 음식점 칠루칠루

5성급 호텔 셰프에서 소셜벤처 창업가로…㈜위커즈러브 최용수 대표 

 

레트로 비주얼과 힙한 감성이 조화롭게 뒤섞여 있는 을지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오묘한 분위기 탓에 힙지로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MZ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이곳 한 가운데에 낯선 미얀마식 레스토랑이 들어선 것은 작년 이맘때다별다른 홍보 없이도 5점 만점에 4.8점이라는 높은 별점과 100%에 가까운 재방문율을 끌어내고 있는 이곳은 이미 SNS에서는 핫한 입소문의 주인공이다.

 

한쪽에선 버려지는 음식빈부격차 극명한 요리의 세계

 

을지로의 빽빽한 빌딩 숲 사이로 가구거리를 지나다 보면 미얀마 식도랑 기행을 알리는 커다란 포스터를 발견할 수 있다한국인에게 미얀마 음식은 낯설다 못해 관심 밖의 장르인 경우가 많은데어떤 맛일지 가늠할 수 없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최용수 대표가 동남아 음식 중에서도 잘 알려져 있고마니아층도 두꺼운 태국이나 베트남 음식점이 아닌미얀마 음식점을 오픈한 이유는 그의 제2의 삶이 미얀마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위커즈러브(we cuz luv) 최용수 대표는 요리사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그의 꿈도 호텔 총주방장이었지창업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조리예술학과를 다닌 후캐나다의 요리학교로 진학해 그곳 토론토에서 힐튼샹그릴라 같은 5성급 호텔에서 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힐튼호텔도 처음에 인턴으로 들어갔다가 바로 정직원으로 채용될 정도로 인정도 받았죠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만들고 있는 음식이 좋은 요리냐는 의구심이 드는 겁니다보기에 예쁘고비싼 음식은 맞지만과연 이 음식이 가치가 있는 음식일까 하고 자문하게 됐습니다.”

 

요리사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회적인 지위도 있었고소위 페이도 빵빵했다하지만최 대표가 만든 요리를 소비하는 주체는 소득수준이 상당히 높은 사람에 한정돼 있었다그는 자신이 만든 요리가 모두에게 평등하고가치 있는 음식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선교활동을 위해 인도로 건너간 최 대표는 그곳에서 심한 빈부격차를 눈으로 목격한 후 자신의 갈 길을 정확히 알게 됐다고 한다.

 

요리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던 시점에마침 캐나다 이민법도 바뀌면서 나의 길이 어느 방향으로 인도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호주에서 오퍼도 받았지만인도행을 택했습니다빈부격차가 심하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보고 느끼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습니다한쪽에선 5성급 호텔의 비싼 음식들이 버려지고 있고반대편에서는 그런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는 사람들도 많거든요그들이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그들의 선택이 아닌 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주민과 소외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교육서비스 제공

 

최 대표는 좀 더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고마침 NGO 단체의 봉사 관련 채용공고를 본 후미얀마행을 택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미얀마에서 중퇴 청소년을 위한 식음료 직업전문학교에서 강사로 재직한 그는 학생들에게 양식일식을 비롯해 기본적인 조리 관련 기능 등을 가르쳤다.

 

 

미얀마의 중퇴 청소년 비율은 89% 이상으로 굉장히 높습니다게다가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인건비가 가장 저렴한 국가이기도 하고요여러 가지 정치 상황과 코로나19 등 환경적인 요인도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봉사 활동기간이 끝난 후그는 자신이 교육한 학생들을 책임지고 싶어 현지에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2020년 6월에 다시 미얀마로 나갈 계획을 갖고 3월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을 틀 수밖에 없었다이에 국내에서 보호 감찰받는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다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해 글로벌 특화 케이스로 창업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2021년 6월 위커즈러브를 설립했고뒤이어 11월에 칠루칠루를 오픈했다최 대표는 모기업명인 위커즈러브는 ‘Because love’에서 ‘we cuz luv’로 변형한 말이고브랜드명인 칠루칠루는 미얀마 말로 사랑해서사랑해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네이밍에서부터 사랑이 가득한 위커즈러브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주민과 소외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이러한 목표를 현실화한 대표적인 사례도 있다.

 

미얀마에서 온 직원 중에 어머니가 한국에서 체류하며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고등학생이었던 그 직원은 동생과 미얀마에 있었기 때문에 자칫 위험할 수 있었죠다행히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지만막상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거예요일단 저희와 일하며 적응기간을 가졌습니다이후 사회생활도 능숙해져서 이곳저곳 수소문한 끝에 고등학교 입학까지 연계시켜줬습니다.”

 

현재 칠루칠루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14명이고이중 미얀마 직원은 4명이다내년에는 이주민의 고용을 더 늘릴 계획인데특히 난민 고용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최 대표는 밝혔다.

 

 

서울에서 유일한 이색’ 미얀마 음식점2호점도 곧 오픈

 

칠루칠루는 서울 시내 유일한 미얀마 음식점이다한 나라를 테마로 한 음식점이 그러하듯칠루칠루 역시 미얀마다운 분위기가 인테리어로 활용됐을 거라는 예상을 많은 사람이 하지만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이런 생각은 가차 없이 깨진다.

 

오렌지와 화이트를 메인 컬러로 꾸민 275(약 83)의 탁 트인 메인 홀 사이를 통유리의 환한 햇살이 가득 채워 세련되면서도 따스한 느낌을 준다여기에 콘크리트와 배관 등을 그대로 드러낸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표현한 천장은 감각적이고도 세련된 감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여기에 낯선 미얀마 음식의 데코레이션은 SNS에 올리기 좋은 포토스팟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칠루칠루의 재방문율은 100%에 가깝고대부분 지인 소개나 입소문을 통해 방문한다별다른 이벤트를 열지 않아도 고객 스스로 SNS 스토리에 칠루칠루를 언급한다매출도 작년 대비 200% 넘게 성장했다.

 

최 대표는 가장 큰 홍보방법은 바로 내 앞에 있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마케팅이 워낙 발달하다 보니 요즘 고객은 뭐가 진짜이고허수인지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칠루칠루가 단시간에 성공할 수 있던 또 다른 요인은 토종 미얀마 음식을 한국인 입맛에 맞게 적절하게 변형했기 때문이라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동남아 음식이 기름지고짜고맵고신맛이 강합니다향신료를 많이 쓰죠이유는 기후적인 특성 때문입니다우리나라도 서울과 남도 음식의 간이 다른 것처럼 말이죠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파일럿 테스트와 설문조사 등을 거쳐 중간 점에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칠루칠루의 인기메뉴는 볶음밥과 샨카욱쉐샨카욱쉐는 샨(Shan)족이 즐겨 먹는 비빔 쌀국수를 말한다최 대표에 따르면샨 민족이 한국의 갓김치와 같은 음식 종류를 만들어 먹을 정도로 한국인과 식습관이 비슷하다고 한다.

 

칠루칠루는 식당 외에도 밀키트와 케이터링도 운영한다최 대표가 밀키트를 개발한 계기는 코로나19 초창기에 실행했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이었다.

 

태국 음식은 밀키트가 나와 있는데미얀마 음식은 전 세계 어디에도 밀키트로 나오지 않았더라고요그래서 세계 최초로 미얀마 밀키트를 만들어보자 결심했습니다.”

 

최 대표는 두 달 후에 성수동에 칠루칠루 2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호점은 이주민들이 창업 인큐베이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온라인쇼핑몰이나 밀키트의 반응이 좋으면 공장형 모델을 세워 B2B(Business to Business) 형태로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내년 2~3분기에는 미얀마로 가서 원래 계획했던 현지 창업도 알아볼 생각이라고 최 대표는 말했다.

 

위커즈러브의 큰 비전은 칠루칠루같은 모델을 잘 성장시켜 다른 나라에도 같은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미얀마어로 사랑해서사랑해서를 다른 나라의 음식사회적 기업과 조화시켜 그 나라의 언어로 표현해 브랜드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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