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나 태블릿 같은 IT기기들은 많은 자원이 사용되고, 오염물질 배출도 다른 제품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지구에서 자원을 덜 추출하고, 새로운 자원 사용을 줄이는 것이 지구 환경보호에 더욱 가까운 일이죠.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기존 제품을 다시 사용을 할 수 있게 되면,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오염물질을 줄일 수도 있죠. 리맨은 재사용을 넘어, 재제조를 통해 기존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리맨은 CCTV,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모니터 등 디지털 제품 재제조, IT자산 일괄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리맨의 구자덕 대표는 “도시광산이라 일컫는 전자기기 폐기물 시장은 3억2000만불 규모로, 매년 7~8%씩 성장하고 있다”며, “전자기기 폐기물은 자원의 재활용뿐만 아니라 중금속 오염 감소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고물상을 제법 큰 규모로 운영했던 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남들이 버리는 것도 우리에게는 다 보물이다’라는 얘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환경단체에서 활동도 했었는데, 캠페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환경문제를 직접 뛰어들어 자원순환과 재이용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보자 하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리맨은 IT기기 렌탈회사의 중고 처리사업부에서 시작됐다. 해당 기업에서 근무했던 구 대표는 그 부서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사회적기업 형태로 새롭게 해보자 뜻을 모아 그 부서를 분리해 사회적기업으로 창업을 했다.
2008년 1월 사회적기업 ‘한국컴퓨터재생센터’로 처음 창업한 리맨은 2009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일하기 좋은 기업인증을 받았다. 2013년 벤처기업인증, 2014년 무역의 날 백만불수출의 탑 수상, 2015년 중소기업청 고성장기업 지정, 2017년 이노비즈·메인비즈 인증을 받았고,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관련 업계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IT기기 제재조, 데이터 보안 폐기 주력…스마트생태공장 준공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대지 1110평, 건물 550평 규모의 리맨 공장은 PC 기준으로 동시에 10만대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가 있고,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전용 재제조 시설과 전용 데이터 보안삭제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휴대폰이나 태블릿·컴퓨터 등 소형 IT기기를 재활용하지 않아 재활용률이 20% 정도에 불과한데, 리맨이 가장 자신있게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은 데이터 보안폐기라고 구 대표는 강조했다. 데이터 보안폐기 사업은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던 하드디스크 등에 기록된 중요한 자료가 노출되지 않도록 완전히 처리하는 사업이다. 리맨은 글로벌 데이터 삭제 솔루션 전문기업 블랑코와의 제휴를 통해 안전하게 데이터를 삭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리맨은 사랑의 그린PC 사업을 통해 관공서,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사용연한이 다 돼 버려지는 컴퓨터를 재제조해 정보소외계층에 보급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또, 기업 및 기관에서 발생하는 불용 IT자산을 매입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재제조가 필요한 제품으로 나눠 재제조 공정을 진행한다. 리맨은 자체 판매망을 보유하고 리퍼비시(재제조) 제품 특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구 대표는 올해 3월 스마트생태공장을 준공했다. 스마트생태공장 조성을 통해 탄소중립, 탄소제로를 넘어 탄소흡수시설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리맨은 자원순환기업입니다. 이미 소각과 매립을 최소화하고 자원을 재활용·재제조하는 환경기업입니다. 리맨의 사업도 일정 부분에서는 제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조업은 필연적으로 탄소배출을 할 수 밖에 없고 반환경적인 공정이라고 할 수 있죠. 스마트생태공장은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 절감, 폐기물 저감을 목표로 추진한 사업입니다.”
리맨은 2021년 도입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인 태양광 발전을 통해 리맨 전기사용량의 90%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함께 그린커튼, 열교환 도료, 전력관리 등을 통해 전략사용을 최소화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RE100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함께 리맨이 위치한 경기도 포천 왕숙천 상류의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공정에서 발생되는 하수를 생태정화조를 통해 100% 고도처리해 방류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리맨에서 재제조한 PC 수량은 총 21만6573대에 이른다. PC 1대를 재사용할 때 232kg의 탄소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리맨의 재제조와 탄소배출 지연을 통한 가치를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환산하면 5조187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이 중요하다”…정부의 과감한 지원 필요
리맨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해 맞춤형 건강·안전관리 솔루션을 도입했다. 사회적기업 에스이임파워가 산업통상자원부 R&D과제로 수행중인 이 솔루션은 근로자의 행동패턴과 사업장 환경을 측정해, 개인에게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공한다.
구 대표는 산업재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사후에 훨씬 더 많은 고통과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며,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은 예방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교육과 시설 투자 등 중소기업 스스로 마련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기 때문에 정부가 좀 더 과감한 투자를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보면 산업재해나 사업장 안전 등에 대한 교육 콘텐츠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교육자료들이 대기업의 큰 공장에 적합한 내용인 경우가 많죠. 업종별, 분야별로 중소기업에 맞는 보다 세분화된 콘텐츠가 있다면 중소기업의 산재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구 대표는 최근 비영리아이티지원센터와 함께 디지털기기 기부 플랫폼을 구축했다. 개인들이 보유한 IT기기를 기부하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없이 안전하게 처리해 수익금을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플랫폼이다.
“버려지는 전자기기들을 최대한 많이 재활용함으로써 소각장으로 가는 자원을 줄이는 것이 바람입니다. 전국 곳곳에 리맨과 같은 회사가 많이 생길수 있도록 그 꿈을 함께 할 수 있는 투자자가 있었으면 합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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