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학생은 ‘느린’ 학습자일 뿐 치유 가능합니다”

난독 전문교사가 ‘앱’ 안에 쏙…써큘러스리더㈜ 이애진 대표

 

리리리자로 끝나는 말은~’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면 자로 끝나는 글자에 대해 알게 되고, ‘와 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된다처음 아이들이 한글을 배울 때 자연스럽게 깨우치는 것들이다또한김씨의 성을 가졌다면 온갖 간판에서 이라는 글자를 찾아내며 반가워한다. ‘라는 글자에 을 붙였더니 이 되는 음운인식도 자연스럽게 익힌다.

 

그러나 이런 발달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 아이도 있다바로 난독증을 겪는 아이들이다이들은 지능이 정상이고듣고 말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집중 안 하는 아이’, ‘공부 안 하는 아이’, ‘학습 부진이라는 오해를 받는다하지만난독은 뇌에서 언어를 처리하는 데 결함이 있는 학습 장애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써큘러스리더(circulus leader)의 이애진 대표는 난독증은 치료가 가능한 장애라고 설명했다하지만치료를 위해서는 교사와 교재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이 대표가 난독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다.

 

전문적인 교구나 교재가 있다면굳이 난독 교육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렇게 되면 학교에서는 전인교육에 더 신경 쓸 수 있고가정에서는 매번 센터에 찾아오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난독 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조기 발견이 중요

 

써큘러스리더 이애진 대표는 난독 치료에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초등학교 1~2학년에 선별해 아이의 수준에 맞는 한글 해득교육을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 만 5세 정도가 되면 음운인식 발달이 완료됩니다그게 안 되면 읽고쓰기가 어려워지죠그러다 보면 어휘가 부정확해져요가령 가죽이라는 단어를 배웠다면, ‘가죽과 가족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우리 가죽이라고 말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어휘나 단어의 의미 전달이 잘 안되면상황파악도 느려져 사회성에 문제가 오는 경우도 있죠.”

 

난독증으로 인해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의 잠재력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교육의 걸음마라고 할 수 있는 읽기쓰기가 안 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좌절감에 빠지기 쉽고미술이나 음악 등 다른 분야에 특기가 있더라도 제대로 개발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난독증을 판별하는 기준은 뭘까이 대표는 똑같은 빵점이어도 난독이 있는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이 보인 오류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일례로 잘 아는 글자라도 익숙하지 않은 책이나 장소에 있다면 모른다. ‘김밥은 읽지만 김치의 이라는 단어를 못 읽는 경우에도 의심해볼 수 있다종성의 위치나 일부 음소를 바꿔 읽거나 글자를 거꾸로 읽기도 한다예를 들면, ‘로그인을 그로인이라고 읽거나, ‘중국을 죽국이라고 읽는 식이다글자를 쓸 때는 그린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고뒤집어 쓰기도 한다그것도 일관적이지 않은 패턴을 보인다혹은 매번 쓰는 글자인데도 오류를 보인다가령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다 쓸 줄 알지만, ‘무요일이라는 글자는 못 쓰는 경우다.

 

이 대표는 7세가 됐는데도 자신의 이름조차 못 쓴다면발달이 정상적으로 되고 있는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간혹 똑똑한 난독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추론능력이 뛰어나 맥락 속에 특정 단어를 넣으면 읽어내지만단어만 딱 주어지면 못 읽죠. ‘소풍에 가서 김밥을 먹었다라는 문장에서 김밥은 읽지만, ‘김밥이라는 단어만 주면 못 읽는 식입니다쓰기에서도 많이 드러나는데아이들이 외워서 쓰기 때문이죠.”

 

난독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면 성인기에도 이어진다실제로 한 IT 관련 공기업의 팀장은 매번 자격증 필기시험에서 떨어진다리포트 작성을 힘들어하는 대학생도 있다제때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이 대표에 따르면비대면으로만 진행했던 아이가 5개월만에 한글 해득을 완료한 경우도 있고, 2~4학년까지 난독 교육을 받은 아이 중에는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한 경우도 있다.

 

교육청 인정 난독 치유 앱난산 프로그램도 선뵐 예정

 

이 대표의 원래 꿈은 학교 선생님이었다고 한다하지만여러 사정상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공하면서 IT 개발 쪽으로 들어섰다그러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다시 수능을 보고 교육학과에 입학한 케이스다당시 32살의 나이였다.

 

저는 소위 말하는 흙수저였습니다서울시교육청 장학금 등 여러 교육적인 혜택들을 받았죠배움이 늘어가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고문제해결 능력도 올라가는 등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꼈습니다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대표는 국어국문학을 복수전공했는데그 계기는 난독증을 전공한 교수의 조교로 학교 현장에서 하위 20~30%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부터다석박사를 지내며 학습 부진학습 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고난독 치료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개발해야겠다는 목표로 2018년 10월 회사를 설립했다.

 

난독 아이들은 음운인식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음운인식 능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수업이 필요합니다글자와 정확하게 매칭할 수 있도록 사람의 인지 처리능력과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제대로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죠말하는 발달단계쓰는 발달단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는 커리큘럼도 필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석사급 이상이어야만 한다읽기와 쓰기 발달단계를 알아야 하고교수 피드백을 주는 방법과 단계별 커리큘럼을 세우는 것도 모두 개별맞춤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그러다 보니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또 다른 문제는 전문 교육기관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는 매번 6~7시간씩 운전을 해서 오거나 일부러 이사를 온다는 점이다.

 

과거 IT 계열을 전공했던 이 대표는 교육에도 AI를 활성화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그렇게 해서 지금의 아이설렘’ 앱이 만들어졌다음성인식필기인식도 넣는 등 센터에서 받는 각 단계를 그대로 프로그램 안에 넣었다난독 아이의 특성을 반영해 아이가 완전히 습득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개발기간만 3년이 걸렸다이 대표는 현재 이런 커리큘럼을 하는 곳은 써큘러스리더가 유일하다고 말한다.

 

현재 이 앱은 태블릿을 통해 구동한다아이의 음성을 인식해서 분석하고피드백도 즉시 이뤄진다따라서 옆에서 교사나 부모가 별도로 터치하거나 교수 피드백을 주지 않아도 된다커리큘럼도 아이마다 다르게 조정되고, LMS(온라인으로 학생의 성적과 진도출석 등을 관리해주는 시스템)도 탑재해 아이들의 이력이 데이터로 쌓여 한눈에 볼 수 있다글씨를 쓰는 활동이 무료하지 않고즐겁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빙고 게임도 넣었다.

 

2022년 3월에 처음 론칭한 써큘러스리더의 앱은 교육청에서 먼저 알아보고 연락을 해왔다현재 서울 동부교육청울산교육청 등에 제공하고 있고내년 1월에는 부천교육청에도 제공할 예정이다창원지역의 학교에서도 문의가 지속해서 오고 있다.

 

써큘러스리더는 난산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 중인데베타버전을 거쳐 내년 여름에는 선보일 계획이다이 대표에 따르면난독과 난산은 서로 쌍둥이다난독의 60% 이상이 난산이 있을 수 있고난산의 60% 이상이 난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학습 장애에서 85% 이상은 난독 학생이다참고로난산은 수에 대한 인식이 안 되는 것이다일례로 빼기를 더하기처럼 하거나두 자릿수 빼기를 희한한 방식으로 한다. 12 빼기 9를 할 때, 2에서 9를 뺄 수 없기 때문에 십 자리를 빌려와 답이 3이 돼야 하지만난산 아이들은 9에서 2를 빼는 식으로 답을 구한다.

 

 

코딩 뒤에 있는 아이 봐달라마음 어루만지는 에듀케어

 

써큘러스리더는 앱 프로그램만 지원하는 곳은 아니다클리닉센터에서는 서울시교육청 바우처를 지원받은 아이들이 와서 수업받기도 한다. 2022년 기준 서울시교육청 난독·경계선 지능 학생 전문기관은 각각 12, 15곳이 있는데써큘러스리더는 난독바우처와 경계성 지능바우처 모두 교육 가능하다오는 지역도 부산수원전곡포천 등 다양하다기업부설연구소에서는 IT 개발을 하고 있고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개발하고 디지털화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콘텐츠연구소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24년까지 대한민국의 난독을 해결하는 에듀케어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한 후영역을 넓혀 한국어 학습자와 전 세계 공통인 난산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베트남의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끊임없이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이 대표는 내년쯤 교수 멘트를 베트남어로 바꿔서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실제로 이 앱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된다시도의 조례에서도 이런 이유로 난독증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읽기 곤란 학생’, ‘난독 위험 학생’, ‘난독 학생’, ‘난독을 경험하는 학생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또한아이들에 맞춰서 프로그래밍 된 것을 성인 학습자에게 맞게 바꾸면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에게도 유용하다.

 

한글은 표어문자라서 소리와 낱자의 결합을 알면 누구나 읽고 쓸 수 있습니다이걸 파닉스라고 하는데중도 입국 학생의 경우에는 내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습득하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현재 앱은 일반 소비자는 사용하지 못하지만내년 하반기에는 베타버전에서 학부모의 피드백을 토대로 정돈한 후 내놓을 계획이다그렇게 되면 센터가 없는 지역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 이 대표는 내다봤다.

 

인구의 5%가 난독증으로 학습장애를 겪고 있습니다초등학교만 보더라도 약 13만명으로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죠다른 선진국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문해력 검사를 실시하거든요요즘에는 우리나라도 이런 인식이 자리 잡혀 거의 모든 시도에 관련 조례들이 생기고 있습니다현재 써큘러스리더는 난독난산 등 기초학습 능력에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지만큰 틀에서는 개별맞춤교육으로 가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아이들 맞춤교육을 위한 교과서교재교구가 되길 희망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대표는 회사의 방향이 에듀테크가 아닌 에듀케어라고 말했다.

 

제가 개발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코딩 뒤에 있는 아이들을 봐달라는 것입니다난독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그림자와 같은 존재거든요그저 공부를 못하는 착한 아이에 불과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이 아이의 이름이 한 번도 불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그래서 우리 앱에서는 원가 부담이 있더라도 반드시 아이 이름을 불러줍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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