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이 소비자 일상의 불편을 해결했는가?”

衣食住에 기능성과 환경 감수성을 더하다…‘의식주의’ 윤태이 대표 

 

왜 남편 베개는 누렇고 퀴퀴한 냄새가 날까요?”, “아들 방에 들어가면 짐승 냄새가 나요.”

 

수많은 사람이 인터넷 카페에 올린 고민 글이다쾌적하고위생적인 잠자리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하지만태생적으로 땀이 많거나 빨래를 자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고 일어난 후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베개에서 나는 꼬릿한 냄새에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결국 이 냄새는 세균의 원인이 돼 두피나 얼굴 피부에 영향을 끼치곤 한다결국 기존의 제품들이 이처럼 소비자의 불편과 고충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식주의(衣食住意)’는 좀 더 친환경적이고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설립했다하지만아무리 환경에 좋다 하더라도 불필요하면 구매로 이어지진 않는다대부분의 친환경 브랜드가 제품의 가치와 의미에 포커스를 맞춘 나머지 놓치는 부분이기도 하다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의식주의 윤태이 대표는 이런 점에 착안해 브랜딩했다고 말했다.

 

환경을 위한 것이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전제 아래 비거니즘(veganism) 관련 제품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회사를 설립한 윤태이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세운 첫 번째 원칙이 있다. ‘과연 우리 제품이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했는가?’.

 

기업 철학 집약했지만친환경 제품도 결국 소비자가 선택한다

 

“2021년에 비건 레시피부터 친환경 소비정보를 알 수 있는 플랫폼인 쿠드베러(couldbetter)를 만들었지만잘 안됐어요당시 파트너사만 350곳을 확보했고팬들도 1만명이 모일 정도로 팬덤도 강했는데파트너사의 10%가 폐업할 정도로 업계 상황이 좋지 않았죠왜 소비자들이 비건과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까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96%의 소비자가 친환경이나 비건을 실천할 마음이 있을 정도로 소비자 인식은 전반적으로 높았지만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겨우 0.005%밖에 되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제품들이 많아 뻔하고선택지가 넓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기업들이 친환경성에만 포커스를 맞춘 나머지 소비자의 고충점은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한 것이다.

 

윤 대표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기존의 친환경 제품과는 다르게 접근해보자는 생각에 2022년 6월에 의식주의 법인을 세웠다.

 

메인 프로젝트는 비건 잠옷이었다유기농 순면에 코코넛유래 성분으로 만든 단추재봉한 실들 하나하나까지 품질에 심혈을 기울였지만대박 상품으로 이어지진 못했다원가에 대한 부담으로 가격적인 메리트가 떨어진 것이 이유였다게다가 잠옷이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니었다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잠옷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후윤 대표는 제품 개발 시 대전제로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고 한다두 번째 원칙은 예뻐야 한다는 것이다디자인적으로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모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브랜드 방향성을 아메리칸 모던 스타일로 잡았다세 번째 원칙은 지속 가능함을 추구할 수 있도록 소재부터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디테일에 친환경성을 입히는 것이다.

 

두피 뾰루지로 고생한 남편이를 위해 탄생한 베개 커버 레이어

 

위 세 가지 원칙을 모두 충족시켜 성공한 제품이 지난 9월에 출시한 베개 커버 레이어. DDP 디자인 페어에 소개했고서울어워드에서 수상까지 한 이 제품은 현재 의식주의의 베스트 제품이다코트라 지원사업에도 선정되고각종 전시회에 많이 나가다 보니 미국과 일본 등 해외 바이어로부터도 판매 제안이 들어올 정도로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베개 커버 레이어가 탄생한 배경은 지극히 윤태이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했다.

 

어느 날부터 남편의 두피에 뾰루지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피부가 안 좋아지는 거예요과연 문제가 뭘까 함께 고민했죠식단을 규칙적으로 해보고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운동도 해봤지만 낫지 않는 겁니다그런데 어느 날 침구 빨래를 하려고 베개를 뺐는데 남편 베개가 누렇게 변색한 걸 봤죠그래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는지 인터넷 카페에 찾아봤더니 경험담이 무수히 쏟아졌어요.”

 

남편의 두피 문제로 시작한 고민이 다수가 실생활에서 느꼈던 고민이었음을 알게 된 윤 대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명 베개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8개월 가까이 체험단을 모집해 의견을 물었고의식주의의 잠옷을 좋아한 고객들이 잠옷의 소재를 베개에서 느끼면 좋겠다는 의견도 한데 모아 베개 커버 개발 초안을 만들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점은 얼마나 자주 배게 커버를 세탁할 수 있느냐다기존의 베개 커버는 지퍼나 끼워 넣는 형태가 많아 벗기기 불편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수건을 베개 위에 깔고 자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그래서 베개 커버를 빨리 벗겨 세탁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밴드 형태로 디자인했다.

 

또한환경친화적이지 않고 피부에도 민감할 수 있는 모달면 보다 오가닉 순면으로 만들어 위생과 환경 문제를 잡았다오가닉 순면은 화학비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원단을 만든 후 무조건 세탁해야 하는 다른 제품보다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베개 커버 뒷면은 아웃도어 방수 원단을 활용해 땀이나 침이 들어가지 않도록 방패막이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크라우드 펀딩의 목표 달성률은 4000% 가까이 됐고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 서포터즈들이 제품에 관심을 두고 소개하기도 했다많은 사람과 인플루언서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오늘의 집’ 입점도 현재 논의 중이다.

 

제품 자체에 매력도를 느끼면 사람들이 알아서 유기농 순면으로 바꾸더라고요이런 과정들을 보면서 굳이 가치소비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환경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이런 것들이 더욱 유의미한 효과가 있지 않냐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베개 커버 레이어의 실구매층은 30~40대 남성과 여성 비율이 5:5로 같다구매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남성 고객은 기능적으로 잘 잡았다’, ‘다른 베개 커버는 디자인이 예쁘지 않고너무 잘 빠져 불편했는데 그런 단점을 잡아서 좋았다라는 대답이 주를 이뤘다여성 고객은 침실 분위기가 산다’, ‘브랜드의 철학과 메시지가 좋다’, ‘제품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여기에 1장의 베개 커버 레이어는 일반 면보다 1kg씩 탄소배출량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현재 베개 커버 레이어의 종류는 한국의 범용 사이즈면서 호텔 베개로 불리는 50×70사이즈(28000)와 어르신이나 기능성 제품에 맞는 40×60사이즈(25000)가 있다.

 

이렇게 사려 깊은 기술의 집약체인 베개 커버는 해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윤 대표는 올해 안에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엔 미국과 일본 쪽에 진출할 생각입니다재미있는 점은 미국에서 좀 더 한국적인 느낌을 받고 싶다는 의견이 왔어요이런 의견에 발맞춰 한복을 만들고 남은 원단을 베개 커버에 녹여 디자인해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고객에게 가기까지 최대한 탄소배출량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의식주의는 이익보다는 환경을 더 생각하자는 기업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순면을 활용한다사실 만 따져놓고 본다면 땅덩어리가 큰 미국중국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원가 측면에선 유리하다하지만탄소배출량이 가장 많다는 비행기를 타고 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감히 포기했다고 윤 대표는 말한다.

 

국내 최초로 글로벌 오가닉 순면 인증을 받은 곳을 찾아가서 대표 면담을 신청했어요워낙 물량이 큰 기업과 협업을 하던 곳이라서 처음엔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지만계속 문을 두드렸죠결국 우리의 뜻을 이해해준 덕분에 순탄하게 유기농 원단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서울시봉제연합회서울 중구·금천구 등 봉제산업을 키우는 지자체에 연락해 공장을 소개받는 등 공장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찾아 다녔다.

 

고객에게 가기까지 최대한 탄소배출량을 절감할 방법을 모색했습니다배송도 생분해비닐봉지와 크래프트 종이를 사용합니다하지만쓰레기를 배출할 때 국내 환경 특성상 소각으로 이뤄지는데 연소하는 과정에서 대기가 오염되는 것은 똑같다며최근에 환경부에서 생분해비닐봉지가 환경친화적인 제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어요현재 대체할 포장지를 고민하는 중입니다.”

 

윤 대표의 꿈은 환경 감수성을 높인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K(한류)가 붙는 것이다이를 위해 스타트업으로서 최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속해서 협업을 꾀할 생각이다. GS리테일이 추진한 ESG 프로그램에서 2등을 하는 등 대기업과의 상생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앞으로는 의식주에 의미를 더하자는 의식주의(衣食住意)의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가구업체를 비롯해 의식주의와 뜻이 맞는 브랜드도 소개할 예정이다.

 

더불어 사람을 소중히 하는 기업의 모토에 걸맞게 취약계층 아이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원활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교양교육과 직무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의식주의가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이 됐습니다저는 이게 매우 무겁게 다가오더라고요의미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겠다는 기업의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3개년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먼저 자립 준비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와 책 읽기 수업을 진행하면서원하는 직무와 관련된 기업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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