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대신 ‘종이 팩’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친환경·경제성 충족, 우유만 담던 종이 팩 변신…㈜리필리 김재원 대표 

 

많은 사람이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특히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분리배출 방법이나 제로웨이스트숍에 대한 관심이 느는 추세다그러나 여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리필리(REFEELY)는 국내 최초로 초음파 종이 팩 기계를 개발해우유 전용용기로 인식되고 있던 종이 팩을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확대해 상용화했다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김재원 대표는 종이 팩에 제품을 담는 것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라며, “유리종이 소재플라스틱 소재 순으로 용기의 역사가 이어져 왔지만지금은 다시 종이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그 이유에 대해 그는 종이 팩은 현시점에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종이 팩=우유 팩’ 인식 바꿔

 

왜 종이 팩에는 우유 혹은 주스류만 담겨 나올까?’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플라스틱 용기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탓이다리필리 김재원 대표는 수거만 잘 되면 100% 재활용이 되는데도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왜 종이 팩 제품에 대한 활용이 적을까 의문이었다고 한다.

 

해외에서 종이 팩에 생활용품을 담아 판매하는 것을 보면서 궁금했습니다종이 팩이 플라스틱보다 재활용이 훨씬 쉽고화장지나 페이퍼타월로 100% 활용할 수 있는데도 왜 우리나라에서는 종이 팩 용기가 대중화되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재활용뿐만 아니라종이 팩은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플라스틱 대비 1/3 수준이다기타 알루미늄이나 유리와 같은 소재에 비해서도 탄소배출량이 적다김 대표가 산업계를 조사한 결과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화학물질이 함유된 생활용품의 경우종이 팩에 담으면 팩 안의 내용물이 터지거나 새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이 뿐만 아니라 그동안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공장 설비가 잘 운영되고 있는데이를 종이 팩을 생산하는 시설로 대체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도 문제였죠.”

 

이미 매출이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는 대기업이나 어느 정도 시설 규모가 갖춰져 있는 기업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시도를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이에 김 대표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종이 팩 재질별로 안전하게 담을 수 있는 성분온도습도가압중압피롤테스트 등을 통해 제품력을 테스트해 데이터화했고안전하게 하단부와 윗부분을 실링 접합하는 공식을 세웠다.

 

 

우유를 접합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특수한 방식의 접합 기술을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했습니다보통 우유 팩의 상단 부분과 하단 부분을 실링 접합할 때 열로 하거든요우리는 초음파 접합 기술을 사용합니다서로 다른 면의 음파를 쏘게 되면 붙는 원리입니다접합할 때도 기존처럼 한 면만 접합하는 것이 아니라 더블폴드라고 해서 이중 접합을 합니다그러면 더 안전하고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거든요이런 식으로 초음파 기술을 종이 팩에 접목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리플리가 처음입니다.”

 

생산성과 친환경 높인 혁신 기술에 기업들 관심 쏟아져

 

2020년 11월 설립한 리필리는 약 2년간의 연구기간을 거쳐 작년 8월 가산디지털단지에 공장을 세웠다대기업 공장에서 25년간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가 합류함으로써 같은 해 10월에 공장 세팅을 마무리했다회사 설립 후 김 대표는 소비자 의견을 묻기 위해 웹사이트를 만들어 설문 조사한 결과종이 팩에 담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높았고사전 예약까지 쏟아졌다고 한다.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기계 개발부터 종이 팩 연구에 집중한 결과주방세제와 세탁세제를 상용화해 판매할 수 있었다그러자 생각지도 않았던 수많은 기업에서 자사의 제품을 종이 팩에 담고 싶다는 연락이 쏟아졌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친환경 제품 브랜드 레스벗그리너(less but greener)는 친환경 편백수 방향제를 리필리의 종이 팩에 담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고오뚜기의 친환경 리빙 브랜드 오뛰르(Otture)에서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주방세제 및 세탁세제섬유유연제 외에도 구강청결제 페인트 물감 증류수 주류 등도 담아 선보였다올해 안엔 화장품 용기도 만들고하반기에는 식료품 공장도 설립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도 문의가 많다기존의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잔을 종이 팩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다이외에도 손 소독제샴푸·린스 등을 리필리의 종이 팩에 담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리필리의 기술이 기업들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는 친환경적이라는 이유 외에도 경제성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기존의 열 접합에 비해 빠른 접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속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소모되는 전력비용도 열 접합에 비해 저렴하다이에 따라 20% 정도 생산단가를 줄일 수 있다.

 

디자인적인 한계도 없다보통 플라스틱 용기의 경우 바깥면에 스티커를 부착하게 되는데종이 팩은 다양한 색상으로 디자인이 가능하고프린트로 색을 입히기도 쉽다현재 리필리의 종이 팩은 350ml 500ml 1L로 출시된다.

 

기존의 플라스틱 제품을 종이 팩 제품으로 대체하겠다

 

김 대표는 종이 팩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종이 팩을 재활용하는 모든 과정에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그도 그럴 것이 현재 대다수 재활용 분리수거함은 ·유리류 종이류 스티로폼 페트병·플라스틱류로 구분돼 있기 때문에 우유 팩은 종이류에 뒤섞여 분리배출 되곤 한다하지만, PE(폴리에틸렌코팅이 돼 있는 종이 팩은 종이와 재활용되는 프로세스가 다르기 때문에종이류와 함께 배출되면 재활용될 가능성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종이 팩은 수거만 잘 되면 100% 재활용됩니다재활용을 위해 섬유의 결합을 푸는 과정인 해리’ 작업을 통해 PE 코팅이 자연스럽게 벗겨지고안에 있는 천연펄프만 남아 화장지나 페이퍼타월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올해 지자체민간업체와 협업해 종이 팩 사용부터 폐기회수 등 재활용되는 모든 과정을 함께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이와 함께 현재 해외에서 들여온 종이 원단으로 공정작업을 하고 있지만앞으로는 옥수수껍질 등과 같은 폐기물로 대체함으로써 나무를 베지 않고도 종이 팩을 개발할 계획이다그는 기존의 플라스틱 제품을 종이 팩 제품으로 대체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종이 팩의 용도가 국한돼 있지만앞으로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면 종이 팩 수거함도 더 많이 생길 것입니다그러면 종이 팩이 재활용될 수 있는 확률은 더욱 높아지겠죠이것이야말로 자원의 선순환이라고 생각합니다또한현재 재활용 업체의 판단에 의해 종이 팩의 재활용 여부가 결정되는 등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데정부가 적극 나서면 좋겠고이를 통해 규제의 사각지대도 보완되길 희망합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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