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비건’으로 풀어내다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K-뷰티…㈜투비위어드 ‘연지’ 안효은 대표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인사동은 해외에서 온 관광객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였다특히 청년 디자이너의 감각적인 디자인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쌈지길로 들어서면주말을 방불케 할 정도의 인파로 가득하다그중 인기제품은 단연코 K-화장품이다. K-·드라마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한국 아이돌 가수와 배우들의 미모를 담당하는 K-뷰티로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하지만, K-뷰티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연지(YEONJI) 안효은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필드에서 여러 조사를 통해 알아본 결과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K-뷰티 이미지가 다소 단편적이라는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K의 의미는 코리아의 K라기보다는 기능성이 많이 나오는 카테고리 혹은 효과 좋은 제품이 많다는 인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꼬집었다그래서 안 대표는 브랜드 연지를 통해 ’ 대문자 K-뷰티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위어드(weird)’ 쫓던 디지털마케터, ‘컨셔스 뷰티’ 꿈꾸다

 

안효은 대표는 디지털마케터로 11년 이상 일한 마케팅 전문가다광고홍보학과 상담심리학을 복수전공을 한 그는광고대행사에 입사하자마자 P&G와 SK2 같은 굵직굵직한 글로벌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하지만당시 그가 선택했던 마케팅 분야는 전공자들이 외면했던 디지털마케팅이었다.

 

그는 “TV CF나 신문·잡지 같은 전통매체는 일방적인 광고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실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었던 나와는 맞지 않은 느낌이었다, “내가 했던 아이디어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고다음에 어떤 걸 하기를 원하는지 유기적으로 엮어서 진행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케터로서의 경력과 뷰티업계에 대한 통찰력까지 지닌 그는 2019년도에 개인사업자로 회사를 설립한 뒤, 2020년에는 투비위어드(tobeweird)로 법인 전환했다직장생활을 하며 시드머니를 모아 100% 자기 투자로 론칭한 회사인만큼 애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회사 이름도 안 대표의 인생 가치관과 맞닿아 있는 위어드를 활용했다.

 

안 대표는 나 자체도 위어드함이 있어서인지 위어드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사전에는 위어드라는 단어가 이상한’, ‘괴기한이라는 뜻으로만 나와 있지만사실 그 안에 숨겨진 뉘앙스는 예상했던 것과 다른 느낌의 것을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이상함을 뜻한다한국말로 굳이 풀이하자면좋은 의미의 또라이’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 생활방식이나 트렌드가 될 것 같은 것을 우리가 먼저 끌어와 해보자라는 도전정신을 담아 기업명을 투비위어드라 지었다고 한다예측 불가능한 것도 몇 년 지나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있을 수 있는데그것을 먼저 시도해보는 선구자가 되겠다는 포부다.

 

그리고그 선구자의 표본이 브랜드 연지인 셈이다하지만이미 레드오션으로 접어든 화장품 업계에 뛰어든다는 건 절대 만만치 않은 결정이다차별성이 없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들이 할 수 없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안 대표는 강조했다. 3년 넘게 기획과 개발과정을 거친 연지의 대안은 성분과 개성 넘치는 패키지다우선연지의 모든 제품은 영국 비건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에서 100% 비건 인증을 받았다또 브랜드 전반에 한국 전통공예 요소를 접목해 차별성을 강화했다일례로 한약재를 한지에 감싸 포장하는 한약첩 형태에서 모티브를 받은 리필형 종이파우치 라인전통공예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수공예의 특별한 가치를 용기로 표현했다립밤 라인은 친환경 생분해성 컴파운드 원료로 제작된 PLA 케이스를 사용하며디자인은 한옥처마의 우아한 곡선을 접목했다그 앞면에는 천연자개를 부착해 연지만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그는 연지의 지향점은 인간동물환경을 고려한 컨셔스(Conscious) 뷰티’”라며, “성분뿐만 아니라 패키지까지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방법으로 신경 썼고특히 한국적인 미를 브랜드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전통적인 환경과 아토피 피부’ 불편함이 만든 브랜드 컬러

 

연지만의 브랜드 컬러는 매장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매장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이곳이 화장품 가게인지 전통공예 가게인지 헷갈릴 정도다그도 그럴 것이 문을 열자마자 마주하는 것은 커다란 백자고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소반과 전통함들이 주변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주 출신인 안효은 대표가 자라온 환경 덕분이기도 하다어렸을 때부터 한옥에 살았다는 그는 지금도 본가에 내려가면 비스포크 대신 어머니가 시집올 때 해왔던 자개농자개 문갑자개 화장대 등이 있다고 말한다그에게는 이런 모습이 생활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줄 모르고 살았다고 한다.

 

게다가 안 대표는 후천적으로 아토피를 앓아왔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화장품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성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아토피가 심해져 화장품 선별에 신경 썼다, “그러다 보니 해외여행을 별로 안 좋아하게 됐고자연스럽게 한국에 있는 것들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브랜딩을 함께 연구했던 디렉터 역시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중학교 때부터 무형문화재가 꿈이었다는 디렉터는 전통매듭전통염색 등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이런 모든 환경이 맞물려서 한국의 전통미를 표현할 수 있는 뷰티 브랜드를 만들게 된 것이다.

 

조선의 담백한 화장법과 자연미를 연지’ 브랜드에 녹이다

 

연지의 제품라인은 립밤 라인 2가지와 비건시카스킨케어 2가지 등 총 4가지로 분류된다연지의 시그니처이자 인기제품인 립밤 라인은 듀얼 제품으로 효율성까지 잡았다무발색의 연지 조선처마 립앤멀티밤은 입술 외에도 보습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바를 수 있다메이크업 위에 발라도 되고메이크업 전 베이스로 사용할 수도 있다. ‘연지 조선처마 립앤치크밤은 본연의 혈색처럼 발색 되도록 도와주는데발색이 진하지 않아서 남성들도 많이 구매하는 제품이다.

 

연지 조선비건 병풀시리얼스크럽은 쌀율무현미 등 한국의 7가지 전통 곡물성분으로 채웠다황후들이 쌀뜨물로 세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만큼 곡물은 우수한 딥클렌징 효과가 있지만곡물 자체에서 나오는 수분도 풍부해 당김 없는 스크럽을 가능하게 해준다내용물은 범육각합이나 밀폐된 용기에 짜서 쓰면 되고범육각합은 다른 용도로 업사이클링이 가능하다.

 

연지 조선비건 달호랑이크림은 피부 진정에 탁월한 시카(병풀 추출물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 본연의 컨디션 회복에 좋다특히 병풀이 호랑이 풀이라는 뜻을 지녔기 때문에 한국의 상징이자 멸종동물인 호랑이를 넣어 이름 지었다이 제품 역시 작가들이 한 점 한 점 빚은 수공예 도자기에 짜서 담아 쓸 수 있고이 역시 식기나 화단 등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연지는 쌈지길의 오프라인 매장 외에도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한 각종 오픈마켓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또한일본의 링거갤러리와 슬로우레시피코스코리아 등 글로벌 중심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연지 제품을 볼 수 있다.

 

브랜드 연지의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유럽미주중동일본 등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이라는 안효은 대표는 올해는 우선 프랑스스페인미국 LA 등에서 진행하는 해외전시회에 집중적으로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할랄 인증도 진행하고 있다올 상반기 안에 할랄 인증 결과가 나오면중동 쪽을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연지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출도 작년 8월 이후부터 안정적으로 오르는 추세다작년 2월에 브랜드 론칭 해 6개월 만에 50% 이상 올랐고올해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구매력이 급격히 늘고 있어 매출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안 대표는 브랜드 연지를 통해 K-뷰티가 지금 당장 뜨는 트렌디한 제품만이 아닌, ‘한국적인 미를 품은 친환경 화장품으로서 가치를 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지곤지의 연지에서 브랜드 이름을 따왔는데이는 조선시대의 담백한 화장법으로 본연의 아름다움을 내비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의미가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내 본연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주변까지 케어 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지를 구매한 후 경험한 친환경적인 요소들이 긍정적인 작용을 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행동을 촉발하는 동기부여 화장품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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