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온라인의 연결…“커넥티드 메타버스”

O2O XR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크리스피 손대균 대표 

 

㈜크리스피의 손대균 대표는 자신의 회사를 “커넥티드 메타버스를 만드는 회사”라고 요약했다. 또, “O2O XR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풀어서 설명하면, 온라인에 있는 메타버스 공간을 오프라인으로 연결해서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손 대표의 확장현실(XR)은 기존의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보다 한걸음 더 나간 개념이다. 기존의 메타버스 공간 체험은 온라인에 머물러 있었다. 예를 들어 VR 안경을 쓰고 체험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크리스피는 “그냥 직관적으로 아무런 장비 없이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 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저희가 추구하는건 양방향이에요. 현실에 있는 것도 온라인상에서 꾸미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온라인상에서 뭔가 저희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도 오프라인 상에서 체험할 수 있게 하려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온라인상에 구현하는 사업에 그친다면 ‘디지털 트윈’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법하다. 실제로 많은 전시관들이 메타버스 공간에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온라인 관람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는 현실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한다. 또, 현실에 있는 것도 온라인상에서, 온라인상 세계도 오프라인에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양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크리스피는 ‘노리 디지털 키즈카페’, XR 실감 체험룸 ‘노리큐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앞으로는 메타버스 공간에 가상 농장을 만들고, 현실 농장에서 작물을 배송하는 서비스와 연결하는 O2O 기반의 메타버스 스마트팜도 기획 중이다. “메타버스 공간 안의 농장에서 작물을 열심히 키우고, 다 키우면 실제 현실 농장에서 그 작물을 무료로 배송을 하는 서비스”라고 손 대표는 요약했다. 

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필수적이다. 크리스피는 메타버스를 직접 만드는 콘텐츠 사업도 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구현하는 IT 기업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지만, 크리스피에게는 콘텐츠 창작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IT 기업으로 진화하기 이전, 크리스피는 애니메이션을 직접 제작해 해외에 수출한 경험이 있는 콘텐츠 창작기업이었다. 

 

애니메이션에서 시작한 사업…IT로 확장되다

2012년 설립된 크리스피는 애니메이션 ‘롤러코스터 보이 노리’를 제작해 KBS를 비롯해 전세계 20여개국에 방영을 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손대균 대표가 자신의 아이의 마음속 로망을 포착해 만든 작품이다. 영화를 전공하고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와 시나리오 작가 등의 일을 하던 손 대표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 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테마파크를 가면서 가지게 됐던 아이디어였어요. 아이들이 키가 작으면 롤러코스터를 못 타거든요. 초등학교 3학년 정도 키가 돼야 탈 수가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의 로망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거구나’라는 것을 아이와 놀러 다니면서 알게 된 거예요.”

이 로망을 실현해주고자 롤러코스터가 돼 테마파크를 달리는 스토리를 만들면,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손 대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 회사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애니메이션 작품이 됐다. 이 작품은 손 대표에게 큰 계기가 됐다. 중국 CCTV에 방영되는 등 글로벌 비즈니스에 나서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해외의 파트너와 함께 사업을 하다 독일 등 해외 파트너들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자체에 모든 것을 걸 생각이 없었다. 마치 디즈니가 디즈니랜드를 보유한 것처럼, 손 대표도 자신의 콘텐츠를 살린 테마파크에 관심이 있었다. 처음부터 대규모의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대신, 키즈카페로 방향을 잡고 2018년 11월 첫 디지털 키즈카페의 문을 열었다. 

“키즈카페가 이미 포화 상태였어요. 그래서 이제 콘셉트를 좀 다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기술을 융합하자 해서 디지털 키즈카페를 시작하게 됐어요.” 

디지털 키즈카페는 스크린 벽에 영상을 쏘아 캐릭터를 보여주고, 캐릭터를 터치하면 대화를 나누거나 색칠을 하는 등 체험식 놀이를 할 수 있는 콘텐츠다. 다양한 IOT 시설이나 기술을 반영했다. 

키즈카페라는 아이템이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거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도 크리스피에 큰 힘이 됐다.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2019년 독일을 시작으로 국내외에 디지털 키즈카페를 늘려갔다. 사업이 막 꽃을 피려던 무렵,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다. 

코로나 충격…메타버스로의 진화를 가속하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사업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메타버스로의 진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기존에 해오던 XR룸 체험과 같은 기술기반의 사업과 함께, 직접 메타버스 콘텐츠를 만들고 현실과 연결하는 비즈니스로 성큼 나가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에 대해 손 대표는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넘어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처음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던 시기와, 사실상 IT 회사로 진화한 지금은 많이 달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콘텐츠와 기술이라는 중요한 테마를 계속해서 견지해 왔다는 것이다. 

개발자가 아닌 손 대표가 이처럼 과감히 IT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콘텐츠 제작능력이 있어서였을 터다. 손 대표는 “저는 과감하게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대신에 주목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다. 글로벌 기업 페이스북이 이름을 메타로 바꾸고 신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며, 메타버스의 미래도 결국 비즈니스 모델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가 지목하는 것은 현실과 메타버스의 연결이다. “우리가 모두 가상세계로 떠나는 메트릭스 같은 세상이 오기 전에는” 현실과 메타버스의 연결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최근 출시를 앞두고 있는 메타버스의 농장과 현실 농장을 연결하는 새로운 서비스 역시 이같은 손 대표의 지론에서 나온 비즈니스 모델을 채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근에는 캐나다에 법인을 설립하고 캐나다 증시에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손 대표는, “아직 회사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건 대기업이 못하는 부분을 앞서 나가 빠르게 실행하고, 또 피드백을 또 빠르게 접수해서 업데이트하고, 이런 이 과정이 반복적으로 이뤄져야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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