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식탁…매일 쓰고 먹는 제품에 변화를 주다

지역자원 활용한 샴푸바, 두유…모노무브 정다솜 대표·김정아 마케터

 

머리가 축 처지고힘이 없다.”

두피에 기름기가 많아 머리를 감아도 상쾌하지 않다.”

 

최근 나이를 불문하고 두피에 관한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샴푸를 선택하는 기준은 매우 까다롭고진지하다아무리 좋은 기업 가치를 지녔다 하더라도 효과가 떨어지거나사용감이 좋지 않으면 가차 없이 다른 제품으로 눈을 돌린다기본적인 니즈가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모노무브(MONO MOVE)는 이런 측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로컬자원에서 얻은 성분과 플라스틱을 없앤 패키지로 소비자뿐만 아니라 환경의 건강함까지 고려했고지역과의 상생 구조도 만들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정다솜 대표와 김정아 브랜드 마케터는 지속 가능한 지구생태계라는 거대한 아젠다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개발도 필요하지만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소비습관이 바뀌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매일 쓰고먹는 제품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 보고용으로 만든 아이디어로 시작한 창업

 

난 왜 이걸 직접 해볼 생각을 못 하지?”

 

화장품 회사에서 마케터로 근무한 지 5년 정도 지났을 무렵정다솜 대표가 주말 오후에 자신이 만든 기획안을 읽어 본 후 맨 처음 들었던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당시 회사 내부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오래된 브랜드를 재정비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팀원으로 합류했다, “회사에서 시킨 건 아니었지만브랜드 전략에 대한 흐름 등을 담은 기획안을 만들었는데문득 내가 왜 이런 회사를 못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내가 하는 일에 사회적 가치가 연결되면 좋겠다라는 니즈가 강했다고 한다그러다 보니 회사생활을 하면서 낸 아이디어도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는 일이 많았다하지만그의 머릿속 한편에는 이런 아이디어를 회사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당시 그가 낸 아이디어는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이었다아이디어 공유와 검증을 위해 김정아 브랜드 마케터를 찾았고정 대표의 생각에 동의한 김 브랜드 마케터와 주말마다 만나 기획안 디벨롭을 했다이것이 모노무브의 첫 발걸음이었다.

 

정 대표는 김정아 브랜드 마케터와는 대학시절 기부 공연을 기획하면서 알게 됐다, “워낙 트렌드나 마케팅에 감각이 있는 친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친구와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김정아 브랜드 마케터는 모 연구원에 입사한 지 1개월 차에 불과했던 신입 연구원이었다도시공학을 전공하고도시계획으로 석사학위를 딴 김정아 브랜드 마케터는 원래 물건을 사고좋은 물건을 추천해 주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김 브랜드 마케터는 “성향과 달리 너무 정책적인 일을 하다 보니 정체성에 혼란이 찾아왔다”며, “연구원이 된 후, 나의 길이 교수 혹은 책임연구원으로 정해진건 아닐까 고민이 많았을 때였는데 정 대표에게 전화가 왔고, 만나서 기획안을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6개월 동안 주말마다 만났던 이 둘은 순차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의 길로 들어섰고, 2020년 9월 모노무브를 설립했다.

 

샴푸바지역의 신선함과 건강을 제품에 담다

 

모노무브를 처음 대중에게 알린 제품은 2021년 1월에 론칭한 브랜드 호호히(hohohi)’라는 샴푸바다호호히는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로 깨끗하고 맑게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모노무브가 샴푸바 제품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못난이 농작물을 활용한 스킨케어 시장조사를 수개월 동안 하다 보니 환경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품을 생각하게 됐고자연스럽게 플라스틱에 대해 깊이 공부하게 됐다그러던 중 해외에서 바(bar) 제품이 많이 사용되고 있고플라스틱을 전혀 안 써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제품 방향성에도 변화를 주게 됐다.

 

김정아 브랜드 마케터는 생각보다 거품이 풍부하고간편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손에 묻히지 않고 바로 머리에 사용해도 두피에 무리가 없고샴푸를 만드는 과정에서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화학성분들이 들어가지 않아 시장성이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여기에 지역 상생이라는 미션을 녹여내 제품화했다각 지역의 문제를 창업팀의 아이디어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2020년 서울시가 주최한 넥스트 로컬(Next Local)’에 선정된 모노무브는 나주의 특화작물인 ’ 추출물로 샴푸바를 만들었다.

 

 

정 대표는 원래 과일 배를 제품화하기 위해 나주로 가 배 농장에도 찾아가고배 관련 연구원들을 만났는데 결론은 원료화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나주는 역사적으로 쪽 염색이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게다가 2010년대 쪽이 가지고 있는 효능이 피부에도 좋다는 것을 발견하고 샴푸린스바디워시치약을 만든 적이 있지만마케팅이 잘 안돼 시제품 정도만 나오고 판매가 잘 되고 있지 않던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쪽을 알리고 싶은 지역 의지와 환경과 건강에 이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기업 니즈가 만나 탄생한 제품이 나주 인디고 샴푸바정 대표는 쪽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정효과가 탁월하다고 설명하며두피가 민감하거나 두피를 말끔하게 세정하고 싶은 지성두피인 사람들에게 추천했다여기에 수분케어에 도움이 되는 어성초추출물 창포뿌리추출물 올리브오일 등을 배합해 찰랑이고 윤기 나는 모발까지 선사해 준다.

 

피부 테스트 무자극 판정 완료까지 받은 이 제품은 사용 후 살짝 볼륨감까지 느껴지게끔 해준다여기에 뽀송뽀송하고 파우더리한 클린코튼 향이 은은하게 퍼져 샴푸바=빨래비누를 연상하는 사람들의 오해도 말끔히 풀었다실제로 정 대표와 김 브랜드 마케터는 제품 출시 후 린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지역 전통적인 방식의 천연염색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을 패키지로 넣어 나주의 쪽을 직접적으로 연상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초창기에는 손수건과 수건을 만드는 공방과 협업해 패키지로 만들어 지역 문화와 제품을 연결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샴푸바는 론칭 첫해부터 대중적으로도 성공했다와디즈크라우드 펀딩으로 10일 만에 3000만원의 매출을 내 2차 펀딩까지 진행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제품 하나당 가격이 14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매출력을 보인 셈이다당시 펀딩 목표 달성률은 6000%였다.

 

나주 인디고 샴푸바의 주요 고객층은 다양하다제품 출시 전 가설로 가지고 있던 타깃층은 2030 젊은 여성이었지만막상 제품 출시를 하고 보니 샴푸바를 찾는 소비자의 연령대가 다양했다.

 

정 대표는 “2030은 SNS를 통해그 위의 연령대는 두피 고민이나 플라스틱 분리수거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던 차에 미디어 등 여러 채널을 통해 관련 제품을 접하게 되면서 구매한다, “브랜드를 접하는 플랫폼은 세대별로 다르지만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 층에는 한정이 없다고 말했다.

 

 

곡물견과류간편식 들어가는 원재료 국산화

 

현재 모노모브는 또 다른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바로 다양한 곡물과 견과류말린 과일 등을 혼합해 만든 그래놀라(Granola)와 두유 등의 원재료를 국산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동시에 제품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동물성 원료를 비건으로 바꿔 더 폭넓은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비건 식품브랜드 조니스 그로서리(JONI'S GROCERY)’를 출시한 배경이다.

 

정다솜 대표는 아무래도 화장품은 특성상 정해진 원료가 있고그 원료가 몇 kg씩 들어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지역의 자원을 무한정 활용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지역의 자원을 그대로 잘 활용하는 방식은 식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조니스 그로서리는 원재료에 다른 영양강화제나 합성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호박씨코코넛캐슈넛아몬드 등의 원재료를 그대로 넣어 원물이 갖고 있는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원재료도 국산화하는 과정에 있는데두유의 경우 진도 서리태 혹은 공주 서리태를 사용하는 등 100% 국산 서리태로 생산한다.

 

정 대표는 그래놀라에는 우유 분말이나 꿀 등이두유의 경우에는 영양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 생각보다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과정 없이도 영양과 맛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고이를 통해 비건인 사람들도 시중에서 제품을 손쉽게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패키지 역시 친환경적이다포장지는 종이로 배출되며띠지는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인증을 받은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모노무브는 아침 식사의 대명사인 그래놀라를 좀 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바(bar)의 형태로도 만들 예정이다. 6~7월에는 조니스 그로서리의 그래놀라 바를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 정 대표는 밝혔다.

 

모노무브는 앞으로도 비건식품농업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계속 찾아낼 계획이다정 대표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안에 녹여낼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단계별로 다 담아낼 것이라며사람의 인식을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했다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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