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골칫거리 ‘괭생이모자반’을 천연 샴푸바로

해양환경 지키고 두피건강 챙기고…토버스 박경원 대표·김채형 팀원 

 

해안가 근처를 지날 때면, 3~5m 가량의 황갈색 톱니 모양의 풀잎이 여기저기 뭉쳐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괭생이모자반’이라고 하는 해조류다. 연안에 떠다니면서 다양한 해양생물의 은신처 역할을 해왔던 이 식물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해안가 악취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어선 활동과 양식장의 생산량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중국에서 떠밀려 온 다량의 유실체가 해안에 쌓이면서 어민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토버스(TOWBUS) 박경원 대표는 대개 사람들은 제주도라고 하면 푸른 바다와 햇살에 반짝이는 모래사장을 기대하지만현실은 거무튀튀한 나뭇가지 같은 식물들이 해안가에 엉켜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괭생이모자반의 유효성분을 추출해 친환경 제품으로 제작하면 환경에도 좋고천연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토버스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괭생이모자반쓸모없던 것에서 소중한 천연자원으로

 

괭생이모자반은 암초의 바다 밑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국내 연안에서 썰물 때 괭생이모자반의 일부분이 수면에 부표하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데특히 제주도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따라 최근 들어 괭생이모자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 중 하나다.

 

글로벌 대학 연합단체 인액터스’ 소속 스타트업 팀인 토버스는 해양환경과 관련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주목하기 시작했고수많은 자료와 기사로 접한 괭생이모자반에 대한 문제를 인식한 후직접 해수욕장을 비롯한 국내의 해안가 답사를 다니며 문제의 심각성을 더 느꼈다고 한다.

 

박경원 대표는 작년 이맘때쯤부터 괭생이모자반 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내기로 결정하면서 제주도 어촌계와 해녀 모임을 찾아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파악했다, “괭생이모자반을 실제로 만져보면 굉장히 질긴데해녀들이 물질하다가 걸려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선박의 스크루에 걸려 조업에 방해가 되는 일도 허다했다양식장에 들어가면 양식 시설물을 파손하거나 양식생물 폐사를 유발하기도 하고생태계 교란을 야기하는 등 어민들의 생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괭생이모자반은 해안가의 쓰레기어민들의 조업을 방해하는 해양의 불청객으로 여겨지지만괭생이모자반 추출물은 사람에게 유용한 효능을 지니고 있어 천연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다토버스는 이 점에 집중했다.

 

제품개발팀 김채형 씨는 괭생이모자반에는 후코이단롤리오라이드라는 두 가지 주요 성분이 있다, “후코이단은 썰물 때 갈조류가 해안가에 드러나게 되면 햇살과 바람에 노출되기 마련인데이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로보습 기능화장품에 흔히 사용되는 히알루론산보다 더 높은 보습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또 다른 성분인 롤리오라이드는 진정 성분이다특히 피부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감소시켜 주고이에 따른 영향을 줄여줘 두피를 건강하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해양환경도 지키고친환경 샴푸바로 두피 건강도 챙기고

 

괭생이모자반의 유효성분에 주목한 토버스는 제주도에 직접 내려가 괭생이모자반 수거뿐만 아니라 플로깅(plogging,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하는 등 자원봉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수거하고세척·건조한 괭생이모자반은 제주도에 있는 공장으로 옮겨져 유효성분만을 추출해 화장품 원료로 제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20kg의 괭생이모자반에서 나오는 추출물의 양은 약 1괭생이모자반은 비료로서의 활용도도 높기 때문에 토버스가 수거한 괭생이모자반의 일부는 농가로 보내져 비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한토버스 샴푸바에는 괭생이모자반의 후코이단과 롤리오라이드 성분뿐만 아니라 흰버드나무껍질 추출물인 살리신(Salicin)과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발견된 원당을 정제해 만든 설탕 성분인 수크로스(Sucrose)가 함유돼 있어 풍부한 수분감과 보습감은 물론두피 모공 속 비듬과 각질노폐물까지 자극 없이 제거해 준다.

 

여기에 달맞이꽃 오일 동백나무씨 오일 로즈힙씨 오일 아르간커넬 오일 호호바씨 오일 등 천연오일 5종이 함유돼 있어 두피보호는 물론피부보습막 형성 및 모발 윤기에도 도움을 준다건지성 두피에 모두 적합한 오일을 골고루 섞었기 때문에 두피 타입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유해 합성성분은 모두 배제해 남녀노소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bar) 형태 특성상 그립감을 높이기 위해 조약돌 모양으로 디자인해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감 있는 샴푸가 가능하도록 했다.

 

아이 건강 생각하는 주부에게 호응제품군 확대할 것

 

토버스 샴푸바를 본격적으로 판매한 시기는 올 1월이지만그 짧은 시간 동안 초기 물량이 모두 나갈 정도로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2022년 1226일부터 3주간 진행했던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에서는 한 개에 12800원의 샴푸바가 약 360만원어치 팔려나가 716%의 달성률을 기록했고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등 상시판매 채널에서도 꾸준히 판매가 이뤄졌다.

 

박경원 대표는 판매하면서 느낀 점은 30대 주부들의 관심도가 높았다는 점이라며, “특히 아이가 있는 주부들이 주 구매층으로 올라섰다아무래도 아이에게만큼은 좋은 성분의 제품을 쓰게 하고 싶은 것이 엄마의 욕심이고다음 세대에게도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 바람이 가치 소비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실용적이면서 두피가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는 pH5.5의 약산성이라는 점이 주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채형 제품개발팀원은 샴푸바 한 개를 250g짜리 샴푸통으로 치환했을 때 2~3개와 같다보통 샴푸바 하나로 3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다, “피부에 자극이 없는 약산성에 모두 천연성분으로 이뤄져 있어 아기들도 사용하기에 좋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토버스는 제품군 확대와 더불어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박경원 대표는 전국의 30개 대학에 토버스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했고건국대 내에서는 부스를 열어 샴푸바 이벤트도 진행하는 등 SNS와 각종 캠페인 등을 통한 홍보를 진행했다, “앞으로는 괭생이모자반 수거 등을 포함한 각종 자원봉사 활동을 영상으로 담아 토버스의 스토리와 가치관을 외부에 알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재 샴푸바 라인에 한정돼 있던 제품군을 바디워시 등으로 확대해 샴푸바·바디바·클렌징으로 묶어 선물 패키지 구성도 기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히브리어로 토브(TOWB)가 이롭게 하다라는 뜻이 있다이런 뜻과 맥락을 함께 해 토버스는 바다와 사람을 이롭게라는 슬로건을 앞에 내걸었다, “토버스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조금씩 바뀌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앞으로도 토버스의 정신을 살려 계속 사업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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