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예뻐서 샀는데 ‘환경’에도 도움이 되네”

일회용품 줄이는 생활 속 브랜드 ‘어반에코’…에코드 여의정 대표 

 

어느 날 갑자기 주방 수납장을 열었더니오색빛깔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들이 줄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경험이 다들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예쁜 디자인에 혹해서혹은 여행길에 들른 카페에서 기념품이라는 명목으로 하나씩 사 모은 텀블러들이 자신도 모르게 수납장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이다일회용을 줄이겠다는 결심으로 구입한 텀블러가 그만 자원낭비가 되는 순간이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에코드(ECODE) 여의정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텀블러들을 쓰지 않고 왜 모아만 뒀을까 궁금해진 그는 통계청에 들어가 자료를 찾아봤다고 한다그는 자료에 따르면한 가구당 가지고 있는 텀블러 수가 보통 7개였다텀블러를 안 쓰는 원인을 찾아봤더니 휴대하기가 어려워서라는 이유가 1위였다, “휴대하기 위해 만든 게 텀블러인데참 아이러니했다그래서 텀블러를 좀 더 휴대하기 쉽게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상 속 작은 발견을 통해 탄생한 브랜드가 어반에코(Urban Echo)여의정 대표는 도시에 살아가면서 느끼는 환경 관련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이런 변화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어반에코를 통해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친환경적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브랜드로 나아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통해 깨달은 자연의 위대함

 

불가리아에서 초··고등학교를 다닌 여의정 대표는 대학 시절 통·번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자연의 힘이 위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현장이었는데그 커다란 황무지에서 안전화를 신고 공사장을 따라다니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태양광 에너지는 자연에서 에너지를 받아 전기를 생성하는 것이 아닌가자연에서 얻은 힘을 가지고 사람에게 큰 이익을 줄 수 있구나자연에서 얻은 걸 가지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또 살아갈 수 있다는 영감을 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학 졸업 후글로벌 에너지기업에 취업한 그는 좀 더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화장품 회사에 들어가 상품기획 및 개발을 맡았다고 한다그러면서 직접적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한다.

 

여 대표는 제품 샘플링을 한번 할 때마다 나오는 쓰레기양이 엄청났다하지만그것에 대해 죄책감만 있었지내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느낀 죄책감과 고민은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이끌었고그는 2019년 에코드를 설립하며 브랜드 어반에코를 만들었다.

 

친환경 제품도 예뻐야 한다실용성·디자인도 잡다

 

 

여의정 대표는 브랜드 어반에코가 사람들이 환경친화적인 제품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관문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선택받기 위해서는 실용성도 우수해야 하지만디자인이 먼저 눈에 띄어야 한다.

 

여 대표는 물건을 고를 때 디자인을 보기 마련이라며, “어반에코의 제품들은 대놓고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제품이라고 강조하기보다먼저 디자인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예쁘고 좋아 보여 샀는데알고 보니 환경을 사랑하는 브랜드였네?’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다는 말이다.

 

브랜드의 철학과 제품력에 걸맞으면서 눈에 띄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여 대표는 아이디에이션(ideation)부터 개발 단계까지 직접 발로 뛰며 진행한다초반에는 공장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재봉기술도 직접 배워 샘플링도 진행했다고 한다또한 환경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인건비와 재료비가 더 비싼데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이렇게 시제품이 나오면 직접 테스트를 한 후에 제품화한다.

 

첫 출시품은 드링크 백이었다크게 핸디형과 크로스형으로 나오는 드링크 백은 휴대성과 디자인을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병을 잡아주는 홀더 부분이 쫀쫀한 밴드로 구성돼 있어 다양한 크기의 텀블러 호환이 가능하다특히 네이비머스타트바이올렛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하고 있는 핸디형 드링크백은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도 완료했다네이비와 베이지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하고 있는 크로스형은 끈 조절이 가능해 양손이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현재 이 제품은 특허 진행 중이다.

 

최근 입소문이 난 제품은 빨아서 쓸 수 있는 재사용 화장솜이다오가닉 코튼으로 만든 이 제품은 부드럽고 피부에 자극이 없다는 장점 외에도 용도에 따라 양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부드러운 면은 스킨케어 시거즈면은 클렌징이나 필링 시 사용하면 개운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여 대표는 한 박람회를 찾은 고객이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재사용 화장솜 제품 중 어반에코 제품이 가장 좋다고 말해줬는데그 순간 모든 것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특히 제품의 견고성적당한 크기양면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객이 장점으로 꼽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원단부터 실제작 모두 국내에서 생산했고, KATRI(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서 유행 성분 검출테스트도 통과한 안전성으로 인해 아이들 클렌징용이나 피부 팩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반려동물의 연약한 피부를 위해 사용하는 고객도 있다.

 

휴대용 오가닉 베개커버도 위생에 예민한 사람들에게 인기다가로 57cm, 세로 82cm의 사이즈로 호텔에서 사용되는 큰 베개에도 활용이 가능한 크기일 뿐 아니라 매트 위에 깔고 자기에도 충분하다끈으로 묶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편하고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천연의 토양에서 자라난 목화로 만들어 피부가 연약한 아기에게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

 

여 대표는 위생에 예민한 사람들은 숙소에도 개인 베개를 가지고 다니거나 하다못해 개인 수건을 들고 가 깔고 잔다그럴 바엔 휴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제품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강화 소창 손수건도 많이 찾는 제품 중 하나다강화지역의 특산 면직물인 소창은 부드러운 재질과 수분 흡수율항균성이 뛰어나다이 때문에 옛날에는 이 직물을 기저귀나 속옷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여 대표에 따르면정련과정이라고 이르는 풀을 빼는 과정을 거치면 더욱 부드러워지고사용할수록 본인에게 착 감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손수건 외에도 행주냅킨 등의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플라스틱병의 뚜껑을 녹여서 만든 시계도 눈에 띈다. 240g의 플라스틱 병뚜껑을 녹여 만들었는데병뚜껑 하나에 1g이라고 하니 약 240개의 병뚜껑이 사용된 셈이다양말목과 자투리 지퍼로 만든 키링도 있다발가락 위의 봉제선을 만들면서 나오는 자투리 폐기물이 양말목인데이런 양말목과 자투리 지퍼수면양말을 만들고 난 뒤 버려지는 원단을 모아 만든 제품이다귀여운 생김새 때문에 젊은 층에 특히 인기가 좋다.

 

어반에코의 제품은 온라인 공식몰을 비롯해 스마트스토어카카오스토어오픈마켓 등 온라인에서 만나볼 수 있고전국의 제로웨이스트숍과 리빙편집숍카페 등 열 군데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제품, ‘어반에코에서 구할 수 있다

 

어반에코 제품은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자주 찾는 브랜드다. SK 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 대전사회혁신센터성북문화재단 등에서 드링크백과 손수건 제작을 의뢰했고학교에서도 화장솜과 손수건드링크백 등을 선물용으로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매출도 기업 설립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인다소비자에게 첫선을 보인 것은 와디즈 펀딩이었는데, 20일 만에 성공률 300%를 달성했다. 2021년에는 2020년 대비 매출이 30% 정도 올랐고, 2022년에는 전년도 대비 약 15% 올랐다.

 

여의정 대표는 어반에코를 알리기 위해 홍보·마케팅도 다방면으로 하고 있다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경험한 소비자의 재방문율이 높다는 것을 파악한 그는 박람회 등에도 부지런히 참석하고 있다오는 6월 초에는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맞아 진행하는 바이바이플라스틱 마켓(BYE BUY PLASTIC MARKET)’에 초청받아 참가할 예정이다이외에도 지하철 1~4호선의 종합안내도에 한 달간 광고를 진행했고추후 다시 재업로드해 진행할 계획도 있다.

 

여 대표의 목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어반에코 내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이런 이유로 현재 제품 가짓수가 30개가 넘지만앞으로 제품군을 더 늘릴 계획이다그중에서도 올 안에 베이비 라인을 출시할 예정이다라인 확장과 더불어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올여름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를 진행할 예정이고아마존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2019년도에 지구 온난화로 인해 호주에 산불이 크게 나 코알라 개체수가 확 줄어든 일이 있었다호주 하면 코알라와 캥거루가 대표적이라고 생각하는데그 사건을 보면서 당연한 건 당연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사건이 나를 초심으로 데려가는 느낌이었다그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작년 4월부터 코알라로 캐릭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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