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하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요.”
누가 봐도 운동 꽤 한 것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헬스장은 ‘헬린이(헬스+어린이)’들에게는 두렵고, 낯선 장소 중 하나다. 특히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아! 나도 저 기구 써보고 싶은데…’라고 속으로만 끙끙대는 경우가 허다하다. PT라도 받을라치면 가격대가 높고, 내가 원하는 트레이너를 마음대로 고르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흡족하지도 않다. 게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일명 ‘헬스장 먹튀’ 사건은 큰맘 먹고 12개월 치를 한꺼번에 결제해야 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기만 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만든 서비스가 ‘솔로핏(SOLOFIT)’이다.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만큼’ 운동할 수 있다는 점과 반경 200m 이내에 위치한 접근성은 운동 마니아뿐만 아니라, 운동을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을 충족시킬 만하다. 게다가 쓸모없어 보였던 동네의 유휴공간이 트렌디한 운동 공간으로 리모델링되기 때문에 도시의 지속가능성 면에서도 뛰어나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딱두패밀리 정희연 대표는 “동네마다 사용하지 않는 유휴공간을 찾아 프라이빗 운동 공간으로 꾸며 주민들에게 대여하고 있다”며, “혼자서 혹은 친구와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싶고, 지역사회에는 활기를 불러일으켜 주변 상권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홈짐’ 로망에 창고방 개조…SNS 업로드 후 대여 문의 이어져
평소 운동을 좋아해 헬스장 마니아로 소문났던 정희연 대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유명 연예인들이 TV를 통해 ‘홈짐’을 공개하는 것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 끝나고 나면 한창 헬스장 피크타임이라 러닝머신조차 뛰지 못할 때도 많고, 휴일에 가면 몸 좋은 사람들이 좋은 운동기구를 차지하고 있어 기죽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정희연 대표가 낸 아이디어는 안 쓰던 공간을 홈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정 대표는 “부모님이 집 앞에 위치한 빌라를 전세를 주고 있었다. 1987년에 준공된 구옥빌라다보니 지금은 생소한 창고방이 있었는데, 마침 그 공간이 비어 있어 개조해 운동방으로 만들었다”며, “거미줄과 곰팡이로 엉망이었던 창고를 예쁘게 꾸며 사진 찍어 SNS에 올렸더니 주변에서 ‘돈 내고 쓰고 싶다’는 등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이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때 정 대표는 ‘사용자가 원하는 헬스장’이란, 자신이 사용한 만큼 돈을 지불하고, 그 공간을 사용할 때는 완전한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되길 원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운동을 할 때도 자신만을 위한 시·공간을 필요로 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일례로, 요즘에는 운동복도 개인 옷을 입지 빌려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샤워도 헬스장에서 하지 않고 집에 가서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여자 샤워실을 없애고 대신에 에스테틱룸 등 다른 공간으로 바꾸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년간 몸담은 대기업 과감히 사표…학부 때 창업 경험 밑받침
정희연 대표는 창업한 경험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카이스트에서 건설 및 환경공학과와 기술경영학과를 복수전공한 그는 대학시절 교육 관련사업을 2년 정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사업을 운영하면서 학점관리를 하려니 힘들었다. 또, 대학교 1~2학년이다 보니 회계·세무적으로 아는 지식이 없어 공부를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선, 해당 사업은 접고, 기술경영학과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석사도 비슷한 계열로 선택해 차근차근 준비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졸업 후 서울대 공학석사를 취득한 그는 대기업에 취직했고, 신사업개발팀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 관련업무를 진행하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그는 입사 면접 때부터 3년간 열심히 배워서 나가겠다고 큰소리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특히 창고방을 개조해 만든 운동룸의 폭발적인 반응이 주효했다.
정 대표는 “일주일간 휴가를 내고 운동룸 업무에만 매달려 봤는데, 하루에 7팀 정도가 찾을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원래 수입이 없던 공간이었는데 수익이 발생하는 모델 아닌가. 이 사업의 장래성이 보였다”고 했다.
5.5평(약 18.18㎡) 크기에 20가지 정도의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인 멀티랙과 유산소·무산소 기구가 들어선 작은 공간이 뜻하지 않게 인기를 끌자, 정 대표는 작년 7월에 퇴사하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공간을 좀 더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한 정 대표는 고객 설문조사에서 나온 피드백을 반영해, 5.5평에서 8~10평(약 26~33㎡)으로 면적을 늘려 서울대벤처타운역에 A룸, B룸으로 된 두 공간을 만들었다. 여기에 올해 서울디자인재단이 추진하는 ‘중소기업 산업디자인 개발 지원사업’에도 선정돼, 샘파트너스 공간팀과 함께 솔로핏만의 특색을 가득 채운 힙하고, 경쟁력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구성하고 있다. 또한, 운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체성분 분석 전문기구 ‘인바디(InBody)’존도 별도로 구성해, 보건소나 대형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언제든지 측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정 대표는 “카이스트 시절에 동문학술장학생이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 있던 인바디의 차기철 대표를 찾아가 지원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인바디를 무상으로 제공해 줬다”며, “사무실도 내줘서 덕분에 사업 초창기에 인바디 벤처센터에서 사무실도 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인바디 사업혁신팀·DB 담당자와 계속 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협업 중이고, 미래에는 솔로핏과 인바디가 상생하는 구조로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1:1 PT도 앱으로 편하게…“‘솔세권’ 구축해 지역 활성화할 것”
솔로핏의 목표는 확고하다. 운동 초보자에게는 운동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고, 유휴공간이 고민이던 임대인에게는 수익을 발생시켜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에 딱두패밀리는 올 7월에 신림동에 또 다른 솔로핏을 오픈할 계획이고, 이외에도 올해 안으로 3개 지점을 더 낼 예정이다. 특히 솔로핏의 취지는 유휴공간을 찾아 지역민에게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비역세권에 반지하 혹은 바닥층을 위주로 확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정비도 낮아졌다.
운동이 처음이거나,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면 퍼스널트레이닝(PT)도 받을 수 있다. 공간 대여비 1만원(50분)에 PT 비용 4만5000원만 추가하면 트레이너의 특징, 경력 등을 확인한 후 원하는 트레이너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솔로핏에서 제공하는 각종 쿠폰을 적용하면 더 저렴한 금액에도 받을 수 있다. 솔로핏 PT의 가장 큰 장점은 1회 PT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트레이너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다른 트레이너로 바꿔도 부담이 없다.
트레이너 입장에서는 일하지 않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수익도 낼 수 있어 ‘윈윈’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서울대벤처타운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트레이너는 6명이다. 여기에 솔로핏의 공간관리는 근처에 소일거리를 필요로 하는 지역민이 맡아서 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성과를 인정받아 딱두패밀리는 지난 5월에 소셜벤처인증을 받았다.
현재 솔로핏 예약은 전용 앱에서 손쉽게 할 수 있다. 작년 12월부터 앱 기획을 진행해 올 4월에 출시했는데, 6월 중순 기준으로 180~190명 정도가 가입해 이용하고 있다. 반경 200m 이내의 주민을 목표로 한 플랫폼치고는 꽤 많은 고객을 유치한 셈이다. 매출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다. 카카오채널과 앱을 통해 들어오는 고객 문의만 1주일에 100건 이상에 달하고, 매출은 올 1월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솔로핏을 찾는 고객의 나이대도 다양하다. 그중 눈에 띄는 점은 나이 든 주부들이 PT 요청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헬스장에서 하기에 어렵고, 부담스러웠던 점들이 해소되기 때문이라고 정 대표는 그 이유를 분석했다. 이런 점으로 인해 솔로핏을 찾는 고객의 92%는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이 중 86%는 재방문 의사를 밝혔다.
정 대표는 “코로나로 헬스장이 문을 닫았을 때는 소위 ‘헬짱’으로 불리는 고객이 80% 정도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여성 고객의 비중이 높고, 다회권을 끊는 고객도 느는 추세”라며, “설치돼 있는 모니터를 통해 홈트 채널을 틀어놓고 따라 하거나, 친구와 운동하며 남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임대인들이 포기한 공간은 부동산 앱에도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정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골목마다 다니며, 공간을 찾고 있다고 한다. 현재 딱두패밀리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도 관련 내용으로 논의 중이다.
정 대표는 “운동바우처 등을 연계하면 저소득층에게도 저렴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SH가 매입한 빈 지하공간을 리모델링해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계획과 솔로핏의 취지가 부합한다”며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정 대표의 목표는 먼저 서울시 관악구를 ‘솔세권’으로 만드는 것이다. 강남으로 출근하는 사회 초년생과 어르신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인 만큼 솔로핏의 취지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기존에 저평가돼 있던 공간이 지역의 트렌디한 공간으로 변신하면 주변 상권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거 밀집지역뿐만 아니라 원룸 밀집지역에도 솔로핏이 여러 군데 생겨 고객의 선택지를 넓히고 싶다. 또, 훗날에는 해외에도 진출해 각 나라의 사용자와 라이브로 함께 운동을 즐길 기회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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