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릇과 빨래를 헹궈내도, 세제 잔여물이 남는 것 같아 찝찝하다’, ‘집안일을 하다 보면 손이 건조해지고, 주부습진까지 생겨 괴롭다’며, 세제를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불편감’에는 이유가 있다.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당연하게 해왔던 모든 행동은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세제의 찌꺼기들이 알게 모르게 체내에 쌓여 피부와 장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물과 함께 버려진 세제 잔여물은 환경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수연 대표 역시 이런 이유로 가족이 쓸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것이 지구맘이라는 브랜드로 이어졌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지구맘(JIGUMOM) 이수연 대표는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던 남편을 위해 순비누 제품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다. 그래서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환경을 지키려는 엄마의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회사 설립취지를 밝혔다.
‘N잡러’로 전국을 누비던 ‘워킹맘’…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이수연 대표는 N잡러다. 잡지사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언론홍보대행사에 스카우트되면서 대행사 일이 자기 적성과 딱 들어맞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1년 후인 2005년에 언론홍보대행사를 차린 그는 27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져나갔다.
당시 유행하던 디저트 브랜드 등을 고객사로 두며 꽤 번창하던 회사는 이 대표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보는 일은 행복했지만, 본의 아니게 ‘경력단절맘’이 되면서 ‘내가 여기서 주저앉는 건 아닌가?’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 이유로 이 대표는 ‘나를 위한 곳이 없을까?’ 이곳저곳 찾아봤지만, 2008~2009년도만 하더라도 경력단절맘을 위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만든 곳이 ‘한국워킹맘연구소’다.
‘아무도 나를 써주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고용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연구소를 설립하고, 자신을 소장으로 고용한 이 대표는, 5년간 수입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워킹맘·워킹대디 축제 ▲워킹맘 토크 콘서트 등 각종 콘텐츠를 개발 및 진행했다. 설문조사를 토대로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제공하고, 책을 쓰면서 이름을 알렸다. 14년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노하우는 현재 업계 최고의 회사로 거듭났고, 대기업·공공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초청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 이 대표가 ‘친환경 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남편의 급작스러운 피부질환 때문이었다. 관련 공부를 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순비누’라는 성분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이 대표는 “2020년 5~6월쯤부터 갑자기 남편의 피부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햇빛 알레르기인줄 알았는데 팔, 손등, 목뒤 등 특정 부위를 중심으로 심한 아토피 환자처럼 심각해졌다. 진물이 너무 많이 나서 갑티슈 한 통을 20분이면 다 쓸 정도였다”며, “피부과에 가도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스테로이드제 처방이 다였다. 약을 바르면 간지러움이 덜했다가 또다시 심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로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가 되자, 이 대표는 여러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남편의 피부질환이 환경호르몬 독성에 의한 경피독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남편의 피부질환 계기…간절한 마음이 ‘지구맘’ 제품으로 탄생
남편의 피부질환을 계기로 관련 공부를 시작한 이 대표는 샴푸, 바디워시, 치약, 세제 등 모든 제품이 체내로 흡수되며 피부, 장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꿨지만, 남편의 피부질환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비싸더라도 친환경 마크가 있는 제품만 썼다. 처음에는 남편의 피부질환도 호전되는 듯했다. 하지만, 피부질환이 재발했다”며, “성분을 찬찬히 살펴봤더니 친환경 마크를 단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합성제가 들어있었다. 그래서 친환경 마크보다는 성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여러 자료조사를 통해 천연오일과 가성소다로만 만드는 ‘순비누’가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표백·살균 효과까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순비누로 제품을 만드는 기술력을 가진 공장이 광주광역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2020년 7월에 그곳을 찾아갔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우리 식구가 쓸 제품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주변에 남편 같은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품을 생산하려면 기본 수량은 맞춰야 하니, 제품으로 생산하기로 했다”고 지구맘 탄생 계기를 설명했다.
2020년 8월에 사업자등록을 낸 지구맘의 첫 제품은 ‘와우 이엠 가루비누’였다. ‘아빠’의 아픈 과정을 모두 지켜본 두 아들이 용돈을 털어 주주로 참여했고, 제품 모델로도 활동했다. 순비누를 특허기술분쇄공법으로 곱게 빻아 햇빛에 20일간 자연건조해 만든 이 제품은 합성계면활성제, 인공색소, 방부제 등을 첨가하지 않아 아기 옷이나 속옷, 면 생리대도 안심하고 세탁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합성성분이 들어간 세제로 세탁하면 아무리 헹굼을 해도 옷감에 스며든다. 세탁한 옷을 입어도 가려운 이유는 옷감에 묻은 세제가 피부와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흡수된 합성물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곡차곡 쌓여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제품의 전성분을 보면 ▲EM 식물성 유지비누 ▲정제수 ▲페퍼민트 향이 전부다. 이 대표에 따르면, 페퍼민트 향을 넣은 이유는 소비자 의견 때문이다. 순비누로 만들다 보니 ‘삶은 빨래 냄새가 나 좋다’는 의견이 있던 반면, ‘비누 냄새가 익숙하지 않다. 좀 더 향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낸 소비자도 있었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향만 넣었다고 한다.
“불편한데 누가 써?” vs “건강에 좋은 제품이 환경에도 좋아”
야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 대표의 큰아들 유니폼도 깨끗하게 세탁될 정도로 ‘와우 이엠 가루비누’의 우수한 세척력이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자, 이 대표는 주방세제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곧바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이 지구맘의 시그니처 제품인 ‘순비누 주방 설거지바’다. 녹색인증을 받은 고체 주방비누인 이 제품의 전성분은 ▲식물성 유지비누 ▲구연산 ▲쑥가루 ▲정제수다. 화학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글리세린까지 풍부해 맨손에 사용해도 피부 건조함이 없고, 아기젖병이나 과일, 채소를 씻어도 된다. 적은 양으로도 세척력과 헹굼력이 우수해 물 사용량까지 줄여준다. 비누바 한 개에 250g으로 4인 가족이 한 달 쓸 정도로 용량도 크다.
특히 이 제품은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한 요리연구가 문성실 씨가 직접 써본 후, 거품이 풍부하고 뽀득뽀득 기름때도 잘 닦인다며, 그 효능을 인정해 공구까지 진행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이 대표는 “요리 후 삼겹살을 구운 그릇을 닦은 후 놀란 문성실 씨가 ‘이 제품 뭐냐’며 직접 연락이 왔다”며, “이런 게 바로 찐 홍보가 아니겠느냐”고 당시의 반응을 전했다.
이외에 고체바와 가루비누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위해 순비누를 액체로 만든 주방용 액상비누와 세탁용 액상비누도 판매하고 있다. 세탁용 액상비누는 오리엔탈허브 향과 무향 두 가지로 출시했는데, 전국에 향료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찾아다니며 직접 시향을 거쳐 알러지프리로 향을 넣었다. 액체비누 용기는 리사이클링이 가능하도록 완전한 투명 플라스틱으로 제작했고, 라벨지도 수분리 라벨로 만들어 한 번에 잘 뜯어지도록 했다. 이외에 핸드워시 역시 얼굴에 사용해도 될 정도로 순해서 인기다.
현재 지구맘 제품은 지구맘 공식 웹사이트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공영홈쇼핑 등에서 만나볼 수있다. 오는 7월에는 공영홈쇼핑 라이브 방송도 할 예정이다. 키드키즈(kidkids), 산모피아(sanmopia)와 같은 유치원 교사나 산모 관련 커뮤니티 등 틈새시장도 노리고 있다. 또, 제품의 취지와 효능을 인정한 기업에서는 로비에 제품을 비치해 놓고 판매도 하고 있고, 실제로 명절에 선물세트로 대량 구매를 하기도 한다.
지구맘 제품의 주 고객층은 30~50대의 자녀를 키우는 주부지만, 최근 들어 남성들의 구매가 늘고 있다. 특히 그중에는 SNS DM(Direct Message)으로 궁금증을 자세히 물어보는 고객도 많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우리의 주 고객일 수밖에 없다”며, “‘와우 이엠 가루비누’의 경우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계량컵을 과감히 뺐다. 또, 세제 자체의 입자가 워낙 곱고 부드러워 세제 투입구에 바로 넣으면 뭉침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사용할 때 물에 풀어줘야 한다. 액체로 된 비누 역시 제형의 점도를 올리는 합성성분을 첨가하지 않아 펌핑 입구가 막힐 수 있어 중간중간 닦아줘야 한다. 하지만, 기꺼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고객이 지구맘의 충성고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그는 처음 지구맘 제품을 출시할 때 주변으로부터 ‘안 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편리한 제품들이 얼마나 많은데’ 혹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가루비누를 쓰냐’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먹어도 될 만큼 안전해야 한다”라는 사명감 아래 버텨온 결과, 주부들과 환경에 관심 많은 사람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이 대표의 명함은 하나 더 늘었다. 올 2월부터 경인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라디오 DJ로 일하고 있는 그는, 라디오 코너를 통해 지구 지키는 팁 등 환경운동 캠페인도 진행한다. 이런 그의 환경 사랑과 가족 건강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제품에 계속 녹여내는 것이 이 대표의 목표다.
이 대표는 “앞으로 지구맘 브랜딩을 강화해 순비누 시장에서 일등을 하고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주방 설거지 비누 하면 지구맘이지’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싶다”며, “지구맘 제품은 몸에 닿아도, 먹어도 안전한 제품이다. 건강에도 좋은 제품이 환경에도 좋은 법이다. 지구 위에 슈퍼맨 복장을 한 엄마가 서 있는 지구맘 심볼처럼 앞으로도 건강과 환경을 위해 좋은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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