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차별화해 ‘전통 떡’이 더 사랑받도록”

떡류업 소상공인의 대변자…(사)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 정원섭 회장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하지 않고 이라 말할 것이다백일·혼례제사상부터 설날·추석과 같은 주요 명절을 비롯해 개업이나 시험과 같은 일생의 중대한 일을 앞두고 항상 식탁 위에 올라오는 음식이 떡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떡은 잔치나 행사 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라고 오해하기 쉽다하지만맛과 디자인을 변화시켜 젊은 층의 트렌드에 맞추려고 노력한 끝에 최근에는 떡이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 정원섭 회장은 예전에는 떡이 동네 사람들과 정을 주고받는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이었지만지금은 젊은 층의 입맛을 잡기 위해 보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되고 있다,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협회인 만큼대기업과 차별화된 방식과 재료로 모든 사람이 즐기는 떡으로 특성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골목 떡집·방앗간대형 프랜차이즈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최근 우리 전통식품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뜨겁다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거리에 떡류나 한과류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만 봐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하지만이런 인기의 중심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형 프랜차이즈가 늘어난 것도 한 몫 한다.

 

이 때문에 떡류업을 하는 소상공인 역시 젊은이들의 트렌드에 발맞춰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변화하는 식품산업 환경에 대응하지 않으면베이커리나 디저트 가게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바로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1990년 탄생한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는 동네 떡집과 방앗간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세워졌다.

 

정원섭 회장에 따르면동네 떡집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운영하는 방식부터 제조기술까지 차별화돼 있다우선동네 떡집은 즉석 제조식품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법적으로 판매기한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당일 제조당일 판매가 원칙이다.

 

 

정 회장은 떡은 위생관리에 철저해야 한다제조해서 10~11시간이 지나면 세균 증식이 시작되기 때문에 떡류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은 당일 만들어 당일 소비한다, “이런 원칙은 주문생산이나 판매하는 떡도 마찬가지다이런 점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지만소비자는 당일 빚은 신선한 떡을 맛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떡의 주요 재료인 쌀은 모두 국내산을 사용한다는 점도 제조업과는 다른 점이다제조업에서는 운영 특성상 박리다매일수밖에 없다 보니 수입쌀을 쓸 수밖에 없다동네에서 떡집을 하려면 기술력도 남달라야 한다레시피대로 떡을 만들면 100%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떡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떡집을 하려면 기술력이 필요하다떡마다 기본적인 레시피는 있지만실전에서 떡을 만들 때 이 레시피대로만 하면 잘 안 만들어진다이유는 떡의 주재료인 쌀의 습도가 매일 매일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그때그때 물양도 달리해야 하고햅쌀인지묵은쌀인지에 따라서도 레시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이어 이런 이유로 떡을 빚을 때레시피만 가지고는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떡집에서 어느 정도 근무를 하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창업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부자재 공급부터 대국민 홍보 등 소상공인 권익증진에 기여

 

소상공인을 위해 설립한 만큼협회는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가공용 곡물과 원·부자재를 회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정 회장은 쌀 이외에 떡에 들어가는 고명은 국내산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렵다이런 이유로 미국볼리비아인도중국캐나다페루 등에서 수입한 각종 고명의 원두를 회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협회 회원들은 팥콩 등 각종 원두를 거의 반값에 구매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협회 회원들이 일 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위생교육도 협회에서 주관하고 있다정 회장은 권역별로 나눠 일 년에 약 50~60회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식약처의 법이 개정되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교재로 만들어 전국적으로 찾아 다니며 교육하고 있고동영상으로도 제작해 온라인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위생교육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도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인원수 제한 등 규정에 맞춰 교육을 진행했다고 한다.

 

우리 전통의 떡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역할도 협회의 일이다대표적으로 매년 진행하는 명장대회가 있다정부 보조금 60%를 포함해 총 소요되는 비용이 1억원 정도 되는 작지 않은 규모다명장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까다로운 조건과 심사를 거쳐야 한다협회 안에는 19개의 지회, 160개의 지부가 있는데그곳에서 경력이나 기술력 등을 따져 추천서가 협회로 올라온다. 1차 심사를 거쳐 최종 출전자들이 확정되고, 2차 실전대회를 거쳐 위생표현력(창의성등의 심사요건을 통과해야 명장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국내 떡 명장은 30명이다명장들은 전국 행사마다 모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화려하고디자인적으로 특이한 떡을 만들어 전시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홍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재난이 있을 때도 협회가 나서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코로나19가 극성이던 시기에는 경영난에 힘들어하던 회원들을 위해 정부 지원금을 받아주는 중간 역할을 수행했고수해나 화재로 힘들어하는 회원에게는 지원금을 모금해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고령화가 가장 큰 숙제젊은이가 창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

 

현재 협회의 정회원은 8400곳이고비회원까지 합하면 전국의 떡집과 방앗간은 17000~18000곳이 된다현재 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업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점점 고령화가 돼가고 있다는 점이다그나마 떡집의 경우에는 40~50대도 더러 있지만방앗간은 거의 70대가 주를 이룬다고 한다.

 

 

 

 

대전에서 33년째 떡집을 운영하는 정원섭 회장의 고민도 같다그는 각 대학에도 개설이 돼 있을 정도로 젊은 층의 관심은 제과제빵 쪽에 몰려 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행사를 주최하다 보면 식품 관련 전공을 하는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의 참여율도 꽤 높다이를 보면서 아직도 우리 전통식품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이어 앞으로 작은 교육장을 만들어 떡류업에 뜻이 있는 전국의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2025년에는 그동안 멈춰져 있던 교육시스템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떡 전문성을 놓지 않으면서 젊은 사람들이 창업하기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정 회장의 장기적인 목표다전문화되고세분화되는 요즘 맛에 대한 트렌드와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고 있는 시류에 발맞춰 다이어트나 당뇨에 좋은 건강 떡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떡 등을 개발해 보편화할 계획도 있다.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장의 임기는 4년 중임제다. 4년 차로 접어든 정원섭 회장은 연임에 대한 총회 인준을 받은 상황이다그런 정 회장의 각오도 남다르다. “이전에는 협회를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했다면앞으로는 협회를 더 키우고우리 전통 떡이 사람들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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