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를 센트럴파크처럼 공원화하고 싶어요”

누구나 쉽게 조경공간 접할 수 있도록…㈜루트릭스 안정록 대표 

 

사람들은 일부러 푸른 나무를 보기 위해 공원을 찾기도 하고트레킹이나 등산을 하기도 한다그만큼 자연이 주는 청량감과 힐링의 감성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루트릭스(ROOTRIX) 안정록 대표가 조경산업에 뛰어든 이유다어린 시절을 파주와 뉴질랜드에서 지내며 자연의 혜택을 듬뿍 받은 그는모든 환경이 커리어와 한 줄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행운아라 할 수 있다하지만이런 행운을 알아채고 잡기까지 그가 기울인 열정과 노력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모든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루트릭스 안정록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조경은 사람들에게 자연을 경험하게 할 뿐만 아니라기후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그만큼 소중한 산업이라며, “하지만그동안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산업계 전반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은 걸 봤다생산설계시공에 이르기까지 산업계 전반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대중에게는 더 높은 퀄리티의 조경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연은 아름답다자연에 심취한 소년조경 전문가로 거듭나다

 

나는 완전 시골사람이다산 중턱에 자리한 집 옆으로는 포도밭이 있었고그 뒤로는 푸른 산이 펼쳐졌다우리 가족은 그 산을 등산하는 것으로 매 주말 아침을 맞았다.”

 

 

안 대표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파주에서 자란 그는 비가 오면 온몸으로 빗방울의 선율을 느끼며 놀았고할머니가 키우던 닭장이 그의 놀이터였다고 한다당연한 줄만 알았던 그의 일상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중학교 때 일산으로 학원을 다니면서다더욱이 용인외고에 입학하고 나서는 학교 친구들이 벌레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고이를 실감했다고 한다하지만그는 이런 점을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만들었다고등학교 때 생태탐사대라는 팀을 만들어, DMZ에서 식생조사를 진행한 안 대표는 지역별로 어떤 나무와 풀이 있는지 탐구하고겨울에는 월동하는 조류의 개체수를 조사했다고등학교 내내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한 그는유니세프에서 주관한 세계 청소년 기후변화 포럼에 한국 대표로 뽑혀 참석했다그 포럼에서 그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또래 친구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환경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것을 알았다.

 

안 대표는 보통 북미 쪽 친구들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케냐나 몰디브에서 온 친구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집이 없어지거나물 부족 등 기후 위기를 직격탄으로 맞은 경험을 얘기했다하지만내가 환경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다라며, “자연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그래서 환경 활동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그의 철학을 알렸다.

 

소복이 눈이 쌓인 논밭에서 두루미 떼가 두룩두룩’ 우는 모습을 보고 경탄한 그는 자연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다짐했고대학 전공도 환경생태공학부로 선택했다특히 환경조경학 수업을 듣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학문으로 만들어 놓은 느낌을 받았다는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교 GSD 조경설계 석사를 취득했다.

 

일원화되지 않은 수목 데이터시장의 근본적 문제 해결이 관건

 

하버드 시절그는 산업 전반적으로 뿌리 깊게 박혀있는 문제점을 발견했다동기 30명 중 2~3명 빼고는 나무에 대해 아는 친구가 없었고그러다 보니 설계 단계에서부터 어긋나는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미국의 경우 생태복원까지 조경의 범위에 들어있다 보니 각각의 관심사가 특수한 범위로 치우칠 수 있다하지만이를 차치하고서라도 나무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루트가 부족했다두꺼운 사전을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을 해야만 했는데 매번 이렇게 하면서 설계하는 것은 힘들다라며, “이 때문에 보통 공간을 기획한 후식물을 설계한다그러다 보니 시공업자가 도면을 받고 이 나무 없다고 하면 설계가 다 바뀔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100의 노력을 기울여 설계하더라도 결국 대중이 보는 것은 10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군대 전역 후 미국으로 가 창업할 계획이었던 그는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이 닫히자 2021년 11월 한국에 법인을 설립했다루트릭스의 초기 아이디어는 우리나라 전체 수목농장의 데이터를 수집해 정립하는 일이었다수목은 등록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조차도 어디에서누가어떤 나무를 키우는지 모른다게다가 담당부처도 국토교통부산림청환경부 등으로 흩어져 있어 각 데이터를 일원화하기도 힘들다또 생산자 중에는 60대 이상의 고령자가 대부분이라 웹사이트를 개설한 곳도 드물고나무의 수특징 등을 문서화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기초 데이터가 없는 시장인 셈이다.

 

수목 관련 온라인 쇼핑몰의 문제점도 상당했다사진의 포맷이 다 달라서 제대로 비교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격 기준도 없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기 때문이다안 대표는 이런 이유로 조경산업의 문턱은 높아져 산업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루트릭스는 단순히 농장의 데이터를 모으는 일에서 그치지 않았다나무는 수형이라고 하는 형태가 매우 중요해서 똑같은 2m 크기의 소나무라도 어떻게 굽었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이에 드론과 라이다(LiDar) 기술을 활용해 나무마다 3D 스캐닝을 시도해 각 나무의 특징을 잡아냈다.

 

 

건강과 경제성도심의 경제적 가치에 결정적 영향 미치는 조경

 

창업 후 약 1년 반 동안 데이터 수집을 해온 루트릭스는 현재 조경 설계와 시공을 아우르는 턴키(Turn key) 서비스로 확장해 나아가고 있다고객의 대부분은 인테리어나 건축사 혹은 조경은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을 호소하는 개인이다나무거래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던 루트릭스의 사업방향이 바뀐 것은 이런 고객의 니즈때문이다현재 루트릭스는 각 프로젝트에 맞는 시공팀과 설계팀을 선정해 이들에게 나무를 공급하며 협업한다이는 조경산업계에 없던 서비스 형태다산업구조 자체를 바꾼 것이다.

 

루트릭스는 올 상반기에만 6곳의 공사를 완공했다매출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12월을 시작으로 프로젝트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일감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록 대표는 도심 속의 자연은 우리 삶의 가치와 연관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여기에는 건강과 경제성이 모두 포함된다그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유지관리 비용만 일 년에 1300억원이고인원은 600~800명에 달한다더 놀라운 점은 이 비용의 80~90%가 기부금으로 유지된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센트럴파크를 유지하는 것이 건물의 경제적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안 대표는 우리 팀에는 꿈이 있다바로 테헤란로를 센트럴파크처럼 공원화하는 것이다도로를 지하화한 후그 부지를 조경공간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돌려주고 싶다, “그때까지 좋은 조경문화를 만들어서 누구나 편하고쉽게 자연공간을 들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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