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좋아하는 공학도…기념품 사업에 뛰어들다

이전에 없던, 지역이 살아있는 감성 오브젝트…사우스엔드 이훤 대표 

 

눈이 부시게 푸르른 바닷가와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그리고이따금 그사이를 부서지듯 휘몰아치는 새하얀 파도와 빼꼼히 머리를 내미는 검은 현무암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며 수많은 여행객의 마음을 홀리는 곳바로 제주도다그래서일까제주도는 많은 여행객이 한달살이를 꿈꾸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기도 하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사우스엔드(South End) 이훤 대표 역시 여행과 자연을 사랑하던 도시인이었다그러다 더 늦기 전에 목가적인 분위기와 환경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어 제주살이를 선택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여행을 갈 때마다 항상 그 여행지를 대표하는 굿즈들을 사 모았다이런 것들이 오히려 사진보다 더 여행의 추억을 오래 가져갈 수 있게 하더라, “내가 느꼈던 이런 감성을 다른 사람에게도 느끼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기념품 사업을 시작했다고 회사 설립취지를 밝혔다.

 

굿즈를 좋아하는 공학도기념품 사업 뛰어들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훤 대표는 건설회사에서 해외플랜트를 설계하던 부서에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그러던 그가 과감히 사표를 쓰고 건설과 관련 없는 기념품’ 사업에 뛰어든 것은 오로지 그의 성향과 삶을 대하는 자세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건설회사 특성상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머물러야 하는 해외 출장이나 파견이 잦았다그곳은 대부분 사막이나 정글 같은 오지였고심지어 와이파이도 잘 터지지 않아 삭막하고단절된 느낌이 컸다, “이런 생활은 비단 말단 직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장들도 똑같이 해야 한다그때 느꼈다이 상태로는 행복한 가정생활은 어렵겠다고그래서 언젠가는 업종을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강도 안 좋았다위장장애로 한 달에 10kg씩 빠질 때도 많았고어지럼증으로 인해 대학병원도 여러 군데 다녔다모두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회사생활이 10년이 넘어가면서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안정적이라는 삶의 키워드에 대해 자신의 소신도 밝혔다. “물론 직장인이 안정적이다하지만안정적이라는 것이 꼭 샐러리 측면에서만 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그것이야말로 진짜 안정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마음의 안정을 찾아 떠난 곳은 제주도였다캐나다 어학연수 시절시골에서 생활했던 기억이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 다시 캐나다로 가고 싶었다하지만외국인이 현지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정착을 위한 삶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이미 제주도를 수도 없이 다녀본 결과나와 너무 잘 맞아 제주도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기념품을 만들어 보이겠다

 

이훤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아기자기한 굿즈를 좋아했다고 한다특히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와 디즈니 작품을 좋아해 피규어도 따로 사 모을 정도였다고 한다하지만처음부터 기념품 사업을 준비했던 건 아니라고 한다.

 

이 대표는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다 보니 디저트에도 관심이 많았다그래서 디저트 카페를 할 생각으로 회사에 다니면서 제과 과정도 듣고개인 클래스도 다녔다하지만제주도로 넘어가던 2018년에는 이미 카페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폐업하는 가게도 많았다, “이런 이유로 당시 뜨고 있던 기념품 가게로 눈을 돌리게 됐다처음에는 직접 기념품 가게를 내려고 했다가 기념품 가게를 타깃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B2B 사업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매장 자리를 알아보고계약하고인테리어를 하는 것보다 기념품 가게를 고객사로 사업을 하는 것이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도생산성 측면에서도 훨씬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제주도의 기념품 업체들은 항상 새롭고좋은 제품에 대한 니즈가 강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기념품 업체들이 거의 SNS로 영업하고 소통한다내가 SNS에 제품을 올리는 이유 역시 거래처를 위한 것이라며, “신제품이 나온 후 SNS에 업로드하면 기념품숍 사장으로부터 항상 연락이 온다덕분에 시장에 어렵지 않게 진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여기에 사우스엔드 제품만의 독창성과 높은 퀄리티도 한 몫한다이훤 대표의 목표도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고이런 전제조건 아래 제품을 기획디자인하기 때문이다.

 

처음 사우스엔드가 선보인 제품은 바당 등불이라는 캔들홀더다원래 이 캔들홀더는 독일에서 시작해 미국캐나다프라하호주일본 등으로 퍼져 나가며 세계적으로 그 인기가 검증된 기념품이다하지만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아쉬운 기념품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유럽에서 본 제품들은 추상화 같은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다이에 캔들홀더를 제주도 버전으로 만들면 참 예쁘겠다고 생각했다, “돌담집하루방한라산해녀 등 제주스러운 오브젝트를 넣고이름도 바다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을 넣어 바당 등불이라 지었다이 제품은 우리나라에선 없는 유일무이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불량률이 70%를 기록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이 대표에 따르면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은 전 세계에 독일과 중국뿐이다제품 특성상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폴리머 클레이(Polymer clay)를 도자기 굽듯이 구워 만드는데불량률과 파손율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이에 이훤 대표가 중국 현지공장에 가서 주문물량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등 검수를 철저히 해야 했다고 한다.

 

우드 마그넷 역시 이훤 대표의 완벽주의가 빛을 발해 최근 가장 인기있는 제품으로 등극한 기념품이다합판처럼 얇은 나무로 만든 것이 아니라레이어가 입체감 있게 표현되도록 제작했다나무의 특성상 마감처리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을 수도 있는데사우스엔드의 제품은 조금의 까끌까끌한 흔적도 없이 말끔하게 마감 처리된 것이 강점이다.

 

이에 거래처에서도 저가로 쉽게 만든 것 같은 제품들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좋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고객 만족도도 큰 편이다사우스엔드의 모든 우드 마그넷 종류를 구입해 제주도 지도 위에 표기한 후 포토샵으로 만들어 보내올 정도로 빅팬이 된 고객도 있을 정도다.

 

 

이훤 대표는 이런 감사함을 담아 세계자연기금동물자유연대동물행동권 카라와 제주 유기동물 시민단체 등 환경단체와 동물단체에 5년 동안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념품을 만드는 것이 

 

 

현재 사우스엔드의 제품은 제주도의 각 관광지에 위치한 기념품숍 30군데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21년 3월에는 강원도 지역에도 진출해강릉과 속초 등 4곳의 기념품숍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기념품이라는 특성상 환경의 영향을 안 받을 순 없다사우스엔드 역시 코로나19와 불경기라는 위기를 넘겨야만 했다이는 매출만 봐도 알 수 있다처음 회사를 설립한 2018년부터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해 2019년도에는 전년도 대비 두 배 성장하며 승승장구했지만코로나로 인해 2020년에는 제자리 걸음을 보였다코로나가 풀린 후, 2021년도에는 전년대비 20% 정도 성장했고, 2022년도에도 직전연도 대비 2배 성장했다하지만지금은 해외여행이 다시 풀리면서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에 이 대표는 지역을 늘려 나가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문제는 아무리 유명 관광지라고 하더라도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돼 있으면 진입할 수조차 없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제주도를 예로 들면 하루방을 캐릭터화하기 위해 지자체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해녀도 마찬가지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해녀를 캐릭터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최근 유행하고 있는 부산 갈매기 빵의 경우에도 이 제품을 만들기까지 지역에서 큰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며, “지역을 관광화하기 위해 각 지자체와 단체들의 노력이 절실하다그래야 우리도 여기에 탑승해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 예비창업자에게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이미 레드오션인데 제주도에서는 아직 블루오션인 것들이 많다내 경우엔 이전 회사에서 외국 발주처와 설계를 했던 경력 등이 인정돼 엔지니어링사의 브로슈어 번역부터 기술회의 통역 등의 일도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어떤 분야에서 능력이 있다면 뭔가 해볼 기회는 많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훤 대표의 최종 목표는 기념품으로 한국을 알리는 것이다. “각 동네의 특색을 살린 기념품을 만들고 싶다이후엔 한국과 관련된 대표적인 것을 만들어 인사동삼청동처럼 외국인이라면 반드시 걸어야 하는 거리 한 가운데에 숍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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