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있는 자녀 위해 ‘자연’ 그대로 담았어요”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수제잼·젤리…㈜마노아컴퍼니 유수현 대표 

 

“얘~ 이거 박람회에 한 번 출품해봐. 엄청 잘 팔릴 것 같은데?”

1인 기업으로 회사를 설립한 지 10개월 정도 됐을 때, 유수현 대표가 지인에게서 들은 말이다. 마케팅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온라인상에서 ‘건강한데, 맛있는 디저트’로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고 있던 차였다. 

반신반의하며 처음으로 대구의 한 캠핑박람회에 잼을 출품했고, 반응은 초대박이었다. 주변 부스에서도 구경 올 정도로 ‘아이돌급’ 화제성을 낳았고, 매출 역시 예상치의 3배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이 박람회를 계기로 마노아컴퍼니(MANOAH)는 좀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가는 신호탄을 울릴 수 있었다.  

경기도 동탄에 위치한 마노아컴퍼니 제조공장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유수현 대표는 “아토피가 있는 세 자녀를 위해 모든 음식을 손수 만들어 먹일 정도로 신경쓰고 있다. 특히 당 성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 디저트를 먹일 때는 더욱 그렇다. 우리 아이들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잼과 젤리를 수작업으로 만든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부모뿐만 아니라 20대의 젊은 층에서도 구매율이 높다”며 소비자의 반응을 전했다. 

평범한 ‘잼’도 특별하게…초대박 터트리며 ‘젤리’까지 확장

유수현 대표의 첫 제품은 꿀이었다. 3대째 양봉장을 운영하며 꿀 가게를 했던 아버지가 모티브가 됐다. 하지만, 사업 초기 30대였던 유수현 대표가 판매하기에는 제품이 ‘올드’하다는 판단이 들어, ‘잼’으로 아이템을 변경했다고 한다. 

경상도, 안산시, 서울시 등을 넘나들며 2년간 잼 기술을 배웠다는 유수현 대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보통의 아이템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 고군분투했다. 특히 그가 가장 신경 쓴 점은 재료와 텍스처였다. 

먼저, 과일의 풍미를 한가득 느낄 수 있도록 과육을 70% 이상 함유했고, 모든 과육은 수작업으로 분리해 제품마다 고유의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화학적 정제를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사탕수수 당 100%를 사용한 유기농 비정제원당을 활용해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은 물론, 당뇨가 있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종류도 딸기와 크랜베리 과육이 함유된 크리스마스잼을 비롯해 ▲라즈베리 ▲레몬커드 ▲말차 ▲ 밀크 ▲블루베리 ▲얼그레이 ▲애플망고 ▲초코 ▲카야 ▲딸기 파인 등 12종류로 세분화했고, 220g의 잼을 육각형의 병에 담아 디자인적인 감각도 살렸다. 

덕분에 2020년 9월 첫 출시 때만 하더라도 ‘잼 숍’에 대해 사람들이 생소해했지만,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들도 늘었다. 특히 처음 나갔던 대구의 한 캠핑 박람회에서는 개당 1만2000원짜리 잼을 하루 만에 300만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그는 “3일치 예측 판매수량을 하루 만에 다 팔았다”며, “이후 다른 박람회에도 나가기만 하면 나흘 동안 기본 1000만원의 매출을 찍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람회, 백화점 등의 납품 요청도 늘어나면서 8.5평(약 28㎡)이었던 천안의 매장에서 46평(152㎡) 규모의 동탄으로 회사도 옮겼다. 하지만,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유수현 대표에게도 상처는 있었다. 법인 전환하기 전, 품목을 넓혀 젤리를 생산하고자 지인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했지만, 구상 단계에서 엎어졌기 때문이다. 재료도 100만원어치를 사 놓은 상황이었다. 

그는 “그때 정말 힘들었지만, 청을 만들던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곤약을 넣고 이리저리 레시피를 바꿔가며 하루에 500개씩 만들어냈다”며, “그 과정에서 재료도 30만원치나 버려야 했지만, 두 달의 고생이 빛을 발해 지금의 젤리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2021년 6월에 세상의 빛을 본 젤리는 서울, 대구, 부산 등 가져가는 박람회마다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이후 제품 가짓수도 늘리고, 스틱 모양으로 나올 수 있도록 마노아컴퍼니만의 커스터마이징한 기계도 들여오고, 잼과 젤리 모두 해썹(HACCP) 인증도 받으며 차별화를 쌓아나갔다. 

마노아컴퍼니 젤리의 가장 큰 강점은 과채가공품이라는 점이다. 55g짜리 스틱에 과일 함량이 19.8%나 차지한다. 곤약으로 만들어 포만감도 높였다. 사탕수수 당 100%로 만들어 캔디류와 달리 비타민과 미네랄 등 영양소도 챙겼다. 종류 역시 다양해 ▲망고 후르츠 ▲복숭아 ▲자몽 ▲파인애플 키위 ▲파인애플 후루츠 ▲딸기&라즈베리 등 6가지다. 특히 라즈베리는 kg당 1만2000원으로 원재료 값이 비싼데도 시중에 라즈베리 맛의 과일 젤리가 없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비건 제품·농협 OEM 등으로 시장 넓혀…글로벌 진출 ‘꿈’

품질에 대한 신뢰도로 인해 마노아컴퍼니의 제품은 백화점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갤러리아 백화점 천안점에 입점해 있고, 한 달에 2회씩 갤러리아, AK 백화점 각 지점에 팝업스토어 형태로 나가고 있다. 

고객층도 다양하다. 6개월간 3회 이상 구매한 소비자층을 살펴보면 자녀가 있거나 당뇨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20대의 구매 비율도 전체 고객의 30%나 차지한다. 유수현 대표는 낮은 칼로리로 인해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인식이 MZ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판매량도 상승세다. 작년에 법인으로 전환한 지 6개월 만에 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3억원이 목표라고 한다. 

올 2분기 마노아컴퍼니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 먼저, 8월에는 잼에 들어가는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바꾸고, 카야잼에 들어가는 계란을 배제해 비건잼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커피밀크잼, 쌀잼도 함께 출시할 계획이다. 

농협 OEM으로 경상도 지역 초중고교 급식 시장에도 진출한다. 작년 9월 농협 R&D팀과 미팅을 거쳐 현재 젤리 시생산을 2회 마쳤고, 농협이 보내온 재료 200kg을 가지고 5월 말부터 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브랜딩도 새로 정비한다. 식품진흥원과 판판대로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에 선정된 마노아컴퍼니는 3년 만에 패키지를 변경하고, 젤리 부분을 특화해 별도로 브랜딩할 방침이다. 

유수현 대표는 글로벌 진출에 대한 꿈도 내비쳤다. 그는 “뉴욕 맨해튼의 한 카페에서 요즘 한국 카페가 유행이라며 우리 젤리를 이벤트성으로 판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었다”며, “단가 문제로 성사가 되진 않았지만 너무 신기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이를 계기로 수출에 대한 꿈이 생겼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비건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지만, 외국에는 비건숍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스 젤리와 같은 우리 제품을 해외의 비건숍에 입점해 한국의 젤리를 세계인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노후’ 대비로 창업했지만…‘여자’가 일하기 좋은 기업 만들 것

히브리어로 ‘편안한’, ‘평온한’이라는 뜻의 ‘마노아’는 평소 유수현 대표의 삶의 철학이 깃든 네이밍이다. 성향상 자연을 온전히 느끼며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의 고객도 잼과 젤리를 먹으며 자연의 평온함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을 이름에 담았다고 한다. 

그가 ‘평온한 상태’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 데는 성향 탓도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워라밸에 대한 중요함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보건 계열을 전공한 후 병원에서 의무기록사로 3~4년간 일하며 주말 근무와 잦은 당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던 그는 세무회계 사무원으로 이직해 10년을 일했다. 

그러며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유 대표는 소위 잘 되는 회사는 ‘사장님 마인드’가 남달랐다고 한다. 대부분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낼까’만 고민할 때, 그들은 정석대로 일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이 전체의 15~20%에 불과했지만, 유 대표는 이런 기업에 집중했다. 

그는 “사업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고 그때 느꼈다. 세수도 잘 걷히고, 기업 복지도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며 법인 전환의 이유를 밝혔다. 

2020년 9월에 개인사업자에서 2023년 2월에 법인으로 전환한 후, 유수현 대표가 가장 먼저 신경 쓴 점은 ‘여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다. 

그는 “육아휴직을 못 주겠으니 회사에서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기도 하고, 애가 있는 것은 괜찮으나 일에는 지장을 주지 말라며 새벽 2~3시까지 일해야만 했던 곳도 있었다”며, “그 시간 동안 애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당시 힘들었던 점을 토로했다.

이어 “여자로서 느꼈던 부당함도 크다고 느꼈다. 하물며 학원에서조차 문제가 생기면 아빠보다 엄마에게 연락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돼 있다”며, “20년 후 우리 딸아이가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이런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부터라도 여자가 다녀도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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