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분석으로 발달장애 아이의 ‘삶의 질’ 올린다”

연령 등 특화 프로그램…더자람 ABA 발달심리연구소 허은정 소장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등에서 한번쯤 볼수 있는 광경이 있다. 바로 바닥에 누워 허공을 향해 울고, 떼 쓰는 아이들이다. 놀이시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친구에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대화보다는 꼬집거나 때리고, 옷을 잡아당기는 행동을 먼저 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들의 의사소통 방식은 어른들의 것과 다르다. 

ABA(Applied Behavior Analysis)는 사람들이 생애별 단계에 걸쳐 하는 일상생활의 모든 행동을 분석하고, 좀 더 사회적인 방식의 행동을 하도록 교육하는 학문이다. 우리말로 ‘응용행동분석’이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학습과 행동에 대한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 일산의 발달심리치료실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더자람 ABA 발달심리연구소 허은정 소장은 “응용적이라는 것은 말하고, 듣고, 보고, 생각하는 등 실생활과 관련된 모든 행동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말을 못 하니까 꼬집거나 물고, 우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실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며, “ABA 전문가들은 ‘왜 이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거지?’라고 깊게 들어가 보게 된다. 이후 ‘아! 이 아이는 관심을 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거구나’ 혹은 ‘뭔가 원하는 게 있어서 물고, 우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행동의 원인을 알게 되면 좀 더 좋은 방식의 행동을 하도록 바꿔줘야 한다. 언어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도록 언어를 끌어내 주고, 학습적인 기술이나 상호작용을 할 때 하는 사회적 기술들을 차곡차곡 배워 채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무는 행동 대신 살짝 노크하듯이 친다거나, 손을 벌리는 등 긍정적인 방식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이런 발달 과정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 

조카를 살피다 특수교육 공부…‘ABA’ 초창기 멤버로 활약 

허은정 소장이 특수교육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에는 조카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의 유치부 교사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회 학교의 교사를 하며, 평생을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살았다는 그는 조카가 생긴 후 자연스럽게 조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허 소장은 “조카의 발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지 걱정이 드는 포인트가 있었다. 그래서 직접 관련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미술치료를 하다가 2~3년 후 ABA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했다.

허 소장은 국내에서 ABA라는 학문이 생소했던 20년 전부터 공부했던 초기 멤버로, 2009년도에 국제응용행동분석전문가 자격증을 획득했다. 국내에서 3번째였다. 

그렇게 ABA 분야에 몸 담은지도 20년이다. 서울시 서초동의 아동병원에서 15년간 발달장애 아동을 돌봤던 그는 2024년 3월 사회적기업인 ‘함께하는 우리’의 부설기관으로 ‘더자람 ABA 발달심리연구소’를 열면서 일산으로 터를 옮겼다.

허 소장은 “장애인 전 생애주기별로 이뤄지는 서비스와 가족 지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함께하는 우리의 기업이념, 가치관과 잘 맞았다”며, “영유아부터 학령기 아이들 모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품고 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저런 거 아냐?”…의미 없는 행동 지속한다면 ‘주의’

허은정 소장은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조기에 발견해 중지하게 되면 예후가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말로 번역해도 어려운 ‘응용행동분석’을 전문가도 아닌 보통의 부모가 알아채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 애 아빠도 이랬대요.’ 혹은 ‘저도 말도 늦고, 다른 애들과 잘 안 놀았대요’라며, 아이들은 으레 그러려니 하다가 시기를 놓쳐 늦게 전문가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자폐스펙트럼에 있는 아이들에게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행동 양상을 알고 있다면 도움이 된다. 일단, 아이들은 누구나 어른들의 시각에서 봤을 때 이상 행동을 한다. 뭔가가 자기의 뜻대로 안 됐을 때 상대방을 때리는 등의 행동은 당연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주변에서 ‘그러면 안 돼’라고 피드백을 주면 큰 중재나 도움 없이도 자연스럽게 그 시기를 지나간다. 

의미 없는 이상 행동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신체 행동을 뜻하는 ‘상동 행동’의 경우에도 다른 놀이나 장난감을 가지게 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행동이 놀이로 전환이 된다. 

문제는 아이들이 계속 특정 행동에 고착돼 반복적으로 할 때다. 일례로 손을 계속 흔든다든지, 자동차 바퀴만 계속 돌리고 노는 식이다. 

허은정 소장은 “누구나 거쳐 가는 발달의 단계지만, 너무 길게 특정 행동을 한다거나, 하루 종일 사람을 물거나 울고, 누워서 특정 행동만 반복적으로 하는 등 그 행동이 일상을 방해한다면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른둥이·느린 학습자 등 전문가 손길 사각지대까지 세세하게

최근에는 ABA를 하는 기관이 많아졌고, 스크리닝(screening) 기법도 발달하면서 이른 시기에 발달 장애 관련 유병률을 잡아내는 시기가 예전보다 빨라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른둥이와 성인기 이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프로그램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더자람 ABA 발달심리연구소는 이런 전문가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더자람 ABA 발달심리연구소만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이른둥이 대상의 조기교실인 ‘조기 집중 중재’다. 

허 소장은 “37주 미만으로 태어났거나, 2.5kg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워낙 저체중아이다 보니 아이를 살리는 것에 집중한다. 가령 호흡이 딸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등 건강과 관련된 측면을 더 보살피는 것”이라며, “이후 건강하게 퇴원했다 하더라도 간혹 기기, 빨기 등 운동 능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경우, 두 돌~세 돌 후부터 언어나 인지, 소근육과 대근육을 사용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등 발달 장애나 발달 지연이 올 수 있다. 이에 발달 지연의 소견을 보이는 아이들의 발달을 끌어 올려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ABA 조기교실은 전문가가 일대일로 투입되기 때문에 치료비용 자체가 높아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가격적인 허들을 낮추고자 더자람 ABA 발달심리연구소는 ‘사랑의 열매’와 손을 잡았다. 

 

허은정 소장은 “사랑의 열매로부터 지정 기탁을 받아 해당 프로그램의 치료비 중 70%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더불어 느린 학습자라고 불리는 ‘경계성 지능 장애’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스퍼거 증후군 특화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보통 지능이 70~90 사이에 있는 아이들을 경계성 지능 장애로 분류한다. 이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학습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허 소장은 “대개 초등학교 때까지는 사회성도 좋고, 공부도 잘 하지만, 중고등학교에 가면 문제가 드러나곤 한다. 하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많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 아이들은 지능이 완전히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지능이라고 보기에는 떨어져서 학습이 빨리 안 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아이들 시각에서 보면, 여기에 속하지도 못하고, 저기에 속하지도 못하는 경계에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 우울함이 동반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노인 맞춤형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더자람 ABA 발달심리연구소가 분야별로 특화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전문가마다 고유의 전문분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 치료사는 의사소통, 인지가 스페셜리티(specialty)라면, B 치료사는 자조, 언어, 학습 기술이 스페셜리티인 것이다. 언어 치료사 중에서도 무발화가 전문이라거나, 자조 중에서도 배변에 특화하는 등 굉장히 세분화돼 있다. 

허은정 소장은 “사설센터에서 각 분야의 선생님들이 모여 협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더자람 ABA 발달심리연구소는 전문가들이 모여 사례 회의를 정기적으로 하고, 연구모임도 갖는다”며, “그런 과정에서 최근 트렌드와 연구 동향, 치료 동향 등을 공유한다. 이들과 함께 다른 치료센터와는 차별을 둔 특화된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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