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술’로 지속 가능한 ‘양식장’을 꿈꾼다

AIoT 기술을 활용한 양식장 솔루션…㈜하마랩 김민선 대표 

 

“우리나라에서 노지 양식을 하는 대부분의 어민은 노지 양식을 일컬어 ‘로또’라고 칭합니다. 대박이 나면 정말 크게 터지는 거고, 아니면 망하는 거죠.”

하마랩(HAMALab, 이하 HAMA) 김민선 대표가 바다 환경에만 의지하며 농사짓듯이 양식업을 하는 어민을 향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HAMA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양식장 관리 솔루션을 개발한 이유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김민선 대표는 “현재 국내 수산 양식장이 봉착한 큰 문제 중 하나는 국내 수산물 소비량은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어촌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고, 양식 경영비는 급등하고 있는 점”이라며, “스마트 기술을 양식장 산업에 접목해 생산량은 증가시키고, 그에 따른 비용과 노동력은 감소시켜 수산산업 부흥에 기여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노지 양식 어떻게 하나 봤더니비닐 깔고 물 붓고 끝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김민선 대표는 졸업 후 SI(system integration) 업체에서 3년간 개발자로 일했다. 중학교 때부터 코딩에 관심이 많았고, 2000년대 중후반 개인 페이지 붐이 불면서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 관련 공부를 끊임없이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회사 대표의 추천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고 한다.

김민선 대표는 “회사의 대표님도 개발자 출신이어서 개발자들이 신기술을 활용해 다른 기술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며, “후배를 지원하고자 창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항상 유심히 보곤 했는데, 어느 날 나에게 예비창업패키지라는 게 있는데 한번 도전해 보라는 추천을 해줬다”며 창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개발하고 싶은 걸 개발하고 싶다는 마음과 좀 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뜻이 통한 멤버들과 힘을 합쳐, 2020년 6월에 HAMA를 설립한 김민선 대표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스마트 양식에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김민선 대표의 친척 어르신을 비롯해 주변에서 노지 양식을 하다가 크게 망한 사람들이 있던 것도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왜 안됐는지 물었을 때 돌아오는 답을 들어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까지 어민들이 해오던 노지 양식이라는 게 땅을 파서 거기에 비닐을 깔고 물을 부은 뒤 새우를 푸는 게 끝이었다. 때 되면 밥 주고, 다 키우면 수거를 하는 식인데, 그 안에서 새우가 살면 사는 거고, 죽으면 어쩔 수 없는 거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비닐하우스 같은 것도 안 치니까, 이물질이 들어가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폭우가 내리거나 바이러스를 가진 새가 지나가다 똥을 싸면 바로 망하는 거다”라며, “하다못해 내 업장의 환경이 어떤지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잘 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로 어민을 이롭게…자동화·데이터화가 중요한 이유

AIoT 기술을 통해 ‘인류를 위한 화목한 발전’을 이루고 싶다는 뜻을 지닌 HAMA(Harmonious Advancement for MAnkind)는 강원도 지방의 사투리로 ‘벌써’라는 뜻에 우리 어미(語尾)의 변화 중 ‘○○ 하마’라는 말을 합쳐 ‘과학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마~’라는 팀의 의지를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회사명에 걸맞게 HAMA는 어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아쿠아누리’라는 A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양식장 환경 관리 솔루션’을 개발했다. 양식장 업무의 자동화와 생산과정을 데이터화해 인건비와 생산비용을 절감할 방법이 양식장에 절실했기 때문이다. 

김민선 대표에 따르면, 대부분의 양식장은 올해 매출이 얼마이고, 얼마나 팔았는지는 장부에 기록돼 있다. 하지만, 올해 몇 마리가 죽었고, 사료를 언제, 얼마나 어떤 것을 줬는지, 백신은 언제 얼마나 처방했는지, 작업자가 누구였고, 근무일이 언제였는지 등 업무 전반적인 활동이 디지털화돼 있지 않다. 심지어 김이나 굴을 양식하는 곳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엑셀이나 수기로 기록하는 일부 업체가 있긴 하지만, 어떤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분석을 한다거나 가치 창출로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됐다”며, “많은 어민이 감으로만 파악을 했다. 그런데 이 감이라는 것도 5~10년 이상씩 꾸준히 관련 일을 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물론, 양식장 컨설팅 서비스가 있어서 컨설턴트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려는 어가의 노력은 있다. 가령, 새우나 넙치를 하는 양식장에서 이상하게 올해 새우와 넙치가 많이 죽었다든지, 잘 안 컸다든지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컨설턴트에게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컨설턴트가 가장 먼저 질문하는 내용이 ‘기록이 있는지’ 여부다.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기록할 의향이 있는지’ 물은 후, 기록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분석이 들어간다.

김민선 대표는 “양식장 업무가 데이터화 되면, 굳이 컨설턴트를 찾아가지 않아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컨설팅을 받을 때도 피상적인 단계에서만 받던 조언을 좀 더 심도있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3년 이상의 숙련된 노동자가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노동자가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 효율성이 올라간다”고 자신했다. 

씨를 뿌리는 것처럼 종자 역할을 하는 치어의 생존율도 높일 수 있다. 보통 치어의 생존율은 50% 정도로 굉장히 낮다. 양식장에 넣어 키우는 치어의 생존율도 70~80% 밖에 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관리를 통해 생존율을 10%만 늘려도 양식장의 수익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일 년을 기준으로 기존 매출보다 최소 10% 오를 것이라 분석했다.  

“바다에만 의존하면 안 돼”…어가별 수산물 브랜딩에 기여할 것

급격한 환경 변화와 기후 문제로 인해 어종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고, 데이터화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김민선 대표는 “육상 양식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물을 끌어와 한 바퀴 돌리고 물을 그대로 버리는 활동을 24시간 내내 하는 방법과 순환여과양식시스템이라고 해서 물을 한 번 끌어온 후 그 물을 정화하면서 몇 번 쓰고 다시 정화해 내보내는 방식이 있다”며, “전자의 방식은 수온이 올라갈 경우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국가적으로도 외부 환경변화에 덜 민감한 순환여과양식으로 옮기려고 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HAMA의 기술도 순환여과양식을 기준으로 잡았다고 한다.

HAMA의 아쿠아누리는 넙치, 조피볼락, 참돔, 감성돔, 돌돔 등 국내 주요 5개 양식어종의 성장단계와 어병 등을 식별하기 위해 AI hub 데이터를 사용하고, 이를 통해 50만2000개의 어류 학습용 데이터와 79만7259개의 수질환경 데이터를 제공한다. 일례로 시시각각 변하는 수조 내의 수온과 pH, 전기전도도, 탁도 등을 30초~5분 단위로 수집 및 저장해 실시간으로 업주의 휴대전화나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다.  

또한, ERP 시스템을 연동해 ▲상품, 판매, 사료, 약품 관리 등 생산 관리서비스 ▲인증 데이터 관리, 인증 서류 템플릿 제공 등의 인증 관리 ▲입하 및 출하 관리, 양식장 수질 예측 서비스 등 사육 관리서비스 ▲양식장 자금 현황표와 매입·매출 관리 및 거래처 관리 등 경영관리 시스템도 제공한다. 

이런 기술은 무인 급이 시스템도 가능하게 한다. 이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음향탐지와 영상 인식을 통한 급이 대상 검출로 급이 필요량을 산출하고 최적의 급이를 추천함으로써 운영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HAMA의 다음 단계는 수산물 이력제다.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수산물 이력제를 활성화하면 어가에서 브랜딩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고, 이는 곧 수익창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선 대표는 “요즘 농어촌과 소비자 간 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때 이 양식장에서 나온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데이터를 담아 소비자에게 바로 보여줄 수 있으면 해당 수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간다”며, “이렇게 되면 어가별로 브랜딩을 직접 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HAMA는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업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쿠아누리만 보더라도 하드웨어를 다룰 수 있는 기술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 기술,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HAMA는 그 세 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주도에 제2연구소가 있는 HAMA는 양식장 업주들이 요청하면 직접 파견을 나가 현장 파악부터 설치까지 진행하고, 애플리케이션과 사이트를 통해 업장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해준다. 현재 아쿠아누리가 주로 설치돼 있는 양식장은 대하 대체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흰다리새우 양식장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HAMA의 기술은 CRM, CMS 시스템과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OT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과 인프라 개발에 활용되기도 한다. 

매출도 매년 상승해 재작년 6억원에서 작년 10억원으로 올랐고, 올해는 15억원~17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선 대표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양식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술 발전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나 기후 문제 등을 봤을 때 언제까지 바다에만 의존해 양식을 할 순 없기 때문”이라며, “축산업보다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식이 수산 양식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장기간의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양식장 전 과정의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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