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내 피부를 이롭게…“귀차니즘도 이겼다”

고체화장품 ‘이로운지’ 샤워타월 ‘이거한장’…㈜라비스코 양재현 대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사업을 하는 게 꿈이었어요. 백화점이나 마트를 갈 때마다 ‘이런 게 있다면 굉장히 편할 텐데’라는 생각을 계속해 왔거든요.”

인천시 강화군에 위치한 ㈜라비스코(Labisco) 양재현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즉 그가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로움’이다. 사람들의 귀차니즘을 해결해 주면서 피부에도 좋고, 지구까지 배려하는 착한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이 라비스코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내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상품화할 수 있다면

초등학교 6학년 때 백화점 관련 책을 읽은 후 줄곧 사업가를 꿈꿨다는 양재현 대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 전공도 경영학으로 일찌감치 정했다고 한다. 창업 아이템을 정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불편함을 느끼며, 의구심을 품었던 쪽을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그 마음이 아이템으로 자연스럽게 정해졌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내 피부가 굉장히 예민한 편이어서 뭐 하나만 바꿔도 트러블이 심하게 나는 타입이다. 그럴 때는 어떤 화장품을 써도 진정이 되지 않았고, 괜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며, “그럴 때마다 이 세상에 정말 좋은 화장품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마케팅으로 유명한 화장품 말고, 정말 우리 피부에 좋은 화장품이 있을까 고민을 깊게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선, 피부에 관해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에 피부미용사 자격증을 획득한 그는 숙명여대 대학원 향장미용학과에 진학하며 화장품 전문가로서의 계단도 하나 하나 밟아나가고 있다. 

양재현 대표는 “사업을 시작했을 때가 25살이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나이 어린 여자가 제조업을 한다는 것 자체에 비판적인 시각과 잣대를 들이미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전공과 무관한 화학제조쪽에서 창업하다 보니 제약도 많았고, 무시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회상했다.

게다가 ‘브랜드사를 하지, 굳이 제조업을 하려고 하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그대로 실현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던 그는 2019년 5월, 강화에 법인을 설립했다. 

 

양 대표는 “OEM으로 진행하면 그 과정에서 내 아이디어가 1차 가공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내 아이디어가 가공되지 않은 채로 상품화가 되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또, 현장을 직접 보면서 깐깐하게 제품을 살피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고 말했다.

이어 “강화에 공장을 마련한 건 현실적인 문제가 컸다. 친오빠가 김포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김포 쪽을 알아봤는데 임대료가 어마어마했다”며, “좀 더 저렴한 곳을 찾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됐다. 게다가 강화도에 훌륭한 원물들이 많다. 강화 쑥, 강화 섬쌀 등을 활용해 제품 개발도 하고 있어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해했다. 

현재 공장이 들어선 곳의 대지 규모는 1200평(약 3967㎡)이고, 공장 건물은 400평(1322㎡)에 달한다. 제조업 특성상 많은 부자재와 완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무엇보다 바로 옆 동네인 김포에 비해 2~3배 정도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생산동, 부자재 창고, 의약외품동으로 나눠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운 포인트 중 하나다.

세상에 이런 제품이 있다고?…“귀차니즘도 이겼다”

‘LAB IS OUR CONFIDENCE’라는 뜻을 지닌 라비스코는 이름처럼 회사가 연구하는 모든 제품에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실험적인 아이디어 한 스푼은 기존 제품과 커다란 차이를 가져왔고, 곧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라비스코=특이하면서도 편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그중에서도 라비스코의 이름을 20~30대에 알리게 된 계기는 코로나19가 주효했다.    

양재현 대표는 “코로나19 때 위생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누구나 손소독제를 사용했는데, 항상 주변에서 손 소독을 하고 나면 손이 건조해지고 그 특유의 향도 싫다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펌프형의 커다란 통에 담겨 있어서 갖고 다니기 불편해했다”며, “그래서 미니 포켓 스타일의 손소독제를 개발해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손소독제 부문에서 1위를 하는 등 회사 설립 첫해부터 매출액이 크게 올랐다”고 떠올렸다.

라비스코 퍼퓸 핸드 클리너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이 제품은 20대인 양 대표가 만든 만큼 20~30대가 좋아할 만한 트렌디한 향과 깜찍하고 예쁜 디자인으로 금세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다. 

가로 5.5cm, 세로 8.5cm의 크기와 납작한 형태로 파우치나 셔츠 주머니에 넣어 다니기 편했고, 플라워향, 과일향, 아쿠아향과 글리세린 함유로 피부 보호에도 신경을 썼다. 실제로 손소독제 자체를 향수 대용으로 쓰기도 하고, 옷이나 공간 등을 소독할 때 탈취제 대용으로 쓰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크기는 작지만, 들어 있는 양은 많아서 300회(15mm 기준) 정도 쓸 수 있다고 한다. 인기가 높았던 만큼 포켓몬스터 측에서 의뢰가 들어와 협업 제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올인원 샤워 타월인 ‘이거한장’ 역시 획기적인 아이디어 상품으로 라비스코의 대표 제품이다. 파우치 안에 등까지 닦을 수 있는 긴 샤워타월과 액상 샤워젤이 들어있는데, 이를 이용해 바디는 물론 샴푸와 세안까지 한번에 끝낼 수 있다. 

양 대표는 “외출할 때 여자들은 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세안하려고 해도 1차 클렌징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모든 용품을 파우치에 담아서 물기 있는 곳에 풀어놓고 쓰기가 참 귀찮고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며, “이거한장은 제품명처럼 이 한 장으로 다 해결된다. 쓰고 남은 타월은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쿠팡에서도 PB 브랜드인 탐사 이름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업계의 관심을 받았고, 신세계와 신라 온라인 면세점에도 입점해 유의미한 제품 판매율을 올릴 정도로 대중성도 잡았다. 특히, 여름철 여행시즌을 맞이하면서 제품 판매율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라비스코의 효자 제품인 만큼 양 대표는 뿌듯해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죄책감 아닌 죄책감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환경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는 “샤워 타월의 경우 2000원 이상이면 구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해 생분해 부직포를 쓰려고 알아보니 판매가가 2000원이 훨씬 넘어가 고민이 됐다”며, ”하지만, 내년쯤에는 생분해 가능한 제품으로 변경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후속 제품인 샤워 티슈는 100% 생분해 가능한 부직포로 생산 중이다. 온몸을 닦아내는 제품으로, 등산이나 노지 캠핑을 즐기는 사람, 병원에 입원하거나 간호해야 하는 사람들, 소방대원처럼 바깥에서 오래 머물러야 하는 사람들처럼 씻을 수 없는 환경에서 샤워한 것처럼 뽀송뽀송함을 유지해 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지구와 피부에 ‘이로운지’…우리의 자신감은 ‘레시피’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를 가진 양재현 대표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첫 제품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그 기세를 몰아 기초화장품 라인을 냈다가 좌절의 쓴맛을 본 것이다.

그는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 마스크팩 등 피부 기초 라인 전 품목을 냈지만 잘되지 않았다.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라인업을 확장한 것이 컸다”고 뒤돌아봤다. 

하지만, 실패라고 생각했던 이 제품은 그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 준 작품이 됐다. 

양 대표는 “퇴근하는 길에 문득 내가 너무 많은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구매하고,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에 좋지 않은 일에 내가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에 소위 말해 현타가 왔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뚜렷하게 있던 것도 아니었다. 환경에 도움이 되는 용기는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게 고체 화장품이라고 한다. EASY와 Round를 합쳐 이로운지(EROUNZ)라는 브랜드명으로 출시한 고체 화장품은 생분해 속도가 빠른 식물 유래 원료를 사용해 클린뷰티를 실천하고자 했다. 

양재현 대표는 “코코넛에서 유래한 계면활성제를 사용하는 등 화학적인 원료를 모두 뺐다. 향료조차 조합향을 쓰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피부에는 자극이 덜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샴푸바를 쓰고 나서 두피의 고민이 많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고체 샴푸로 머리를 감은 지 2년 됐다는 양 대표는 실험을 위해 일반 액상 샴푸를 써봤는데, 하루 만에 피부가 뒤집어져서 깜짝 놀란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샴푸바이지만, 바디와 세안까지 가능해서 올인원으로 사용 가능하고, 단발머리 기준으로 한 달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후, 고체형 컨디셔닝바에 이어 설거지 워싱바, 팻 제품 등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현재, 바 제품의 경우 강화의 유명한 특산물인 섬쌀, 쑥 등으로 제품 개발을 완료했고, 다음 달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게다가 라비스코와 이로운지 모두 해외에서도 수출 문의가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중이다. 양재현 대표에 따르면, 이거한장 제품으로 베트남과 계약을 맺은 상태고, 현재 위생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고체 화장품을 특히 좋아해서 논의 중이다. 

그는 “우리 회사의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귀차니즘을 해소해 주고 싶다는 열망으로부터 나온다. 앞으로도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계속해서 출시할 것”이라며, “동시에 나도 건강하고, 지구도 건강하고, 환경에도 해가 되지 않는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 꿈”이라며, 아이디어와 지속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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