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유목민 정착템 “베개로 유니콘 가겠습니다”

후두·경추·양 측면부 4분할 맞춤 베개…올댓필로우 유승표 대표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두상과 체형은 각기 다릅니다. 10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0가지의 베개가 필요할 정도로 천차만별이죠.”

맞춤 베개 전문브랜드 필로미(pillomy)를 운영하는 올댓필로우(ALLTHAT PILLOW)의 유승표 대표가 평소 베개에 가지고 있던 지론을 밝히며, 중기이코노미에 이렇게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거북목과 목 디스크로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다는 그는 수많은 베개를 써 가며 자신에게 맞는 베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한다.

유승표 대표는 “대학생이었던 15년 전부터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베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그때부터 좋다는 베개는 엄청나게 찾아다녔다. 실제로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베개를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절실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케팅에 의한 과장광고에 속는 기분이었고, 정작 그럴듯한 효과는 누려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정말 제대로 된 베개는 없는 걸까? 실망감과 의구심이 들었다”며, “이럴 바에야 내가 직접 내 몸에 맞는 베개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베개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창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베개 때문에 밤마다 뒤척인다면…체형 따라 베개 높이 다르게

의료기기공학을 전공한 뒤, 의료기기 회사에서 서비스 엔지니어로 일했던 유 대표는 원래 창업에 뜻이 있지는 않았다. 단지, 거북목과 디스크로 인해 잠자리에 민감했던 탓에 항상 ‘좋은 베개’에 대한 관심은 컸다고 한다. 

베개에 대한 관심은 이직으로도 이어져, 베개 전문매장에서 일년 넘게 직원으로 일했다.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그가 느꼈던 점은 기능성 베개라며 이름을 떨쳤던 글로벌 기업의 베개들이 사실 ‘최적의 선택지’는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유승표 대표는 “10여년전만 하더라도 일본이 우리보다 베개산업에서 앞서 있었기 때문에 일본 제품을 많이 선보였다”며, “하지만, 매장에서 하나하나 커스터마이징하며 판매하던 제품이고, 가격대는 30~40만원대의 고가에 형성돼 있어 국내 실정과는 잘 맞지 않았다. 소재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유 대표에 따르면, 베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높이’다. 사람들이 베개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역시 높이가 맞지 않아서다. 자기 몸에 딱 들어맞는 베개일 때 자연스러운 C 커브가 만들어져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그래서 큰돈을 주고 매장에서 맞춤형으로 베개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집에 오면 매장과 똑같은 느낌을 받을 수 없다는 게 함정이다. 이유는 매장의 매트리스와 고객이 집에서 사용하는 매트리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베개의 높이는 신체뿐만 아니라 자기 몸이 매트리스에 얼마큼 잠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최근 많이 쓰이는 메모리폼 베개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모두의 체형을 일일이 다 맞출 수 없어 ‘평균치’를 계산해 맞추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가장 낮은 베개에서 적합한 사이즈를 하나 만들고, 이보다 조금 높이가 있는 베개를 만들다 보니, 각양각색의 두상 형태와 깊이를 세밀하게 쫓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뒷통수만 하더라도 짱구 형인 사람, 보통의 사람, 납작한 사람 등 여러 가지고, 목의 길이와 깊이도 제각각”이라며, “즉, 기성 베개는 다수의 사람이 만족할 수 있게끔 만든 거지,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징을 모두 반영해 만족시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충진재를 넣고, 빼고 ‘내 맘대로’…베개 유목민 정착템 ‘입성’

현재 필로미는 베개 덕후들 사이에서 ‘찐 맞춤 베개’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실제로 필로미의 사용 후기들을 보면 모두가 진성 고객임을 눈치챌 수 있다. 특히 최소 5개 이상의 브랜드를 전전하며 자기에게 맞는 베개를 찾아다녔던 ‘베개 전문가’들이 인정할 정도다. 

매출도 점점 올라 2021년 7월 첫 제품 출시 이후, 매년 2배 이상씩 상승세를 보인다. 재구매율도 높아서 혼자 쓰다가 가족 전체가 교체하기도 하고, 외국의 지인에게 선물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필로미 베개가 정착템으로 인기를 얻은 요인은 뭐니 뭐니 해도 기능성이다. 경추부, 후두부, 측면부가 독립적으로 나뉘어 있는 4분할 구조로 돼 있어 잠자는 자세를 어느 방향으로 바꾸더라도 목과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베개 안은 지름 약 1cm 크기의 서포트 비즈로 채웠다. 비즈의 크기가 이보다 작으면 사용자가 덜어내기 쉽지 않고, 너무 크면 공간을 듬성듬성 채워 제대로 맞춤형 베개로서의 기능성을 누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는 경도와 우수한 지지력, 복원력으로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고, 구 형태의 소재로 돼 있어 빈틈없이 자기 신체에 맞게 넣었다, 뺐다 하며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특히, 비즈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어 탄력성과 내구성이 탁월하다. 이에 평균적으로 3년이 기대수명인 일반 베개보다 수명이 길어 5년 정도는 무리 없이 세탁까지 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필로미가 베개 덕후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완벽한 베개는 없듯이 필로미 역시 소비자의 모든 요구를 모두 담아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올댓필로우를 설립한 유승표 대표는 자신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능성에 대한 것들을 고민하고 정리해 나간 결과, 2020년에 4분할 구조 및 몸에 닿는 부분과 지지되는 부분의 이중구조에 대한 기능성 베개 특허를 출원했고, 2021년도에 첫 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고 한다. 기능성에만 집중한 나머지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유 대표는 되돌아봤다. 이어 리뉴얼 버전을 계속 선보이며 디자인은 물론, 사용감을 향상해 나갔다고 한다. 

100% 국산화, 라인업 확장…‘베개 유니콘 기업 간다

유승표 대표의 다음 스텝은 완전한 국산화다. 현재 베개 안에 들어가는 비즈는 일본 전문업체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1~2년 안에 자체적으로 만들어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며 기존의 비즈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 될 거라고 유승표 대표는 자신했다.

유 대표는 “원래 일본에서는 굉장히 비싸게 팔던 제품이었고, 한국에서도 가격적인 이슈가 가장 컸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보급화 하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좋은 소재의 맞춤 베개를 쓰길 바라는 마음에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고, 올해 안에는 베개 충진재도 국산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그의 계획은 라인업 확장이다. 현재 출시하는 제품보다 좀 더 라이트한 제품을 만들어 10만원 이하 대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더불어 주니어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예전에 베개 전문매장에서 일하며 손님들을 분석한 결과,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 50%는 아무 베개나 써도 수면에 지장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50%가 베개에 대한 불편함을 일상에서 느끼고 있었다. 그중 20%는 거북목과 목디스크, 통증 등으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었다”며, “즉, 이 말은 모두가 완벽한 기능성을 갖춘 맞춤형 베개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에 다양한 구조로 제품 타입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표 대표는 올댓필로우라는 기업명대로 베개에 집중해 사업 역량을 깊이 있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럼으로써 글로벌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베개 강소기업’, ‘베개 유니콘’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유 대표는 “제일 보람을 느낄 때가 나처럼 베개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고생하다가 드디어 정착한다고 했을 때”라며, “많은 사람들이 정말 편한 베개를 만나 잠을 잘 자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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