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일하는 로봇으로 중소업체에 힘 될래요”

한국형 농작물 수확 로봇…㈜메타파머스 이규화 대표 

 

“엔지니어로서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된 내용을 실전에 투입해 현실에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게 꿈이었습니다. 즉, 기술의 개발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이롭게 바꿀 수 있는 작업이야말로 저에겐 연구 그 이상으로 큰 의미입니다.”

메타파머스(META FARMERS) 이규화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연구실에서 스마트팩토리와 관련해 로봇 자동화에 대한 연구를 하던 그가 창업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연구원 시절에 느꼈던 ‘이론과 현실의 괴리

‘로봇’은 인류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자산이다. 특히 날이 갈수록 사람이 부족해 인력난에 허덕이는 산업군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처럼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현실의 상황과 맞지 않으면 쓰임새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2022년 9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연구진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메타파머스의 취지이기도 하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이들의 바람을 기술을 통해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고 있는데, 그 첫 번째 스텝이 농업에 특화한 로봇이다. 

하지만, 이렇게 방향을 정하기 전에 많은 과정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초창기 메타파머스 팀은 중소 제조업체에 로봇 자동화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높은 비용과 환경적인 제약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로봇에 대한 니즈가 높은 다른 산업군으로 눈을 돌린 케이스다. 

이규화 대표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로 구성된 제조업은 부족한 노동력을 로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니즈들이 많았다”면서도 “문제는 이미 사람을 기준으로 환경이 세팅돼 있어 당장 로봇 자동화를 도입하기 어려운 곳이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즉, 로봇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맞춰져 세팅된 환경을 고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연구원으로 투입됐던 공장을 기준으로 보면, 30~40명 근무하는 공장에서 물건을 다른 컨베이어벨트로 옮기는 등의 일부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만 1억5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겨우 작업자 1~2명 정도만 대체 가능한 수준이다 보니 자본이 부족한 중소업체에서는 그만한 설비를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중소형 공장과 같은 문제로 골머리 앓는 농업계

제조업 외 다른 분야에서도 로봇에 대한 수요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차, 견학으로 방문했던 한 스마트팜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이규화 대표는 “전북 익산에 있던 2만평(약 66,115㎡) 정도의 파프리카 온실이었는데, 그곳의 시설을 보니 바닥이 평평한 콘크리트로 돼 있고, 사람들이 카트를 타고 다니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즉, 야쿠르트 배달원이 도로를 지나는 것처럼 작업자들이 페달을 밟으며 앞, 뒤로 움직이면서 전동화된 시설에 익숙해져 있던 것이다. 문제는 수확해야 할 농작물 양이 방대했다는 점이다. 평균적으로 500평(약 1652㎡)당 한 명의 노동자가 투입되던 곳이었고,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하루 약 8시간을 수확 작업에만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전동화가 돼 있다 하더라도 꽤 많은 시간을 수확하는 데 소요하고 있었단 말이다. 

게다가 노동자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아서 100% 외국인 노동자로 구성할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또한, 농장주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최저시급 이상의 월급과 숙식을 제공하다 보니 매년 들어가는 고정비용만 1인당 약 4000만원이 넘어간다고 한다. 

이 대표는 “공장이든, 농장이든 뭔가 생산하는 시설이라 봤을 때 비슷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로 환경적인 특성은 극복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작지만, 섬세하다”…한국형 수확 로봇 탄생 

메타파머스의 로봇은 한국의 농장에 특화돼 있다고 이규화 대표는 자신했다. 이미 10여개의 글로벌 업체에서 농업용 로봇을 개발해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아 상용화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기업에서 만든 로봇은 규모가 커서 단과 단 사이의 거리가 아주 짧은 우리나라 농장에 적합하지 않다”며, “게다가 그들이 제시하는 가격이 1억원~2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우리 농민들이 쉽게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게다가 성능 면에서도 작업자 한 명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사람은 양손으로 작물을 수확하기 때문에 빠르게 일할 수 있는데, 로봇은 팔이 하나여서 효율성 면에서 떨어진다. 사람보다 약 80% 정도의 기능만 할 수 있어 보조자 역할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메타파머스의 로봇은 이런 기존 로봇의 단점을 극복했다. 

우선, 우리나라 농장 크기에 맞춰 소형화했다. 폭 90cm, 길이 1.2m, 높이는 리프트 형식으로 돼 있어 1m~2.5m까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다. 외관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나 로보틱스의 소프트웨어도 소형화해 작은 엣지 컴퓨터 안에서 실시간으로 로봇의 동작을 사람이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표는 “고사양 컴퓨터에서는 인공지능 같은 프로그램이 빠르게 잘 돌아가지만, 가격 측면에서나 전력 효율 면에서 고사양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엣지 컴퓨터라고 부르는 소형 컴퓨터에서도 실시간으로 동작할 수 있게끔 해주는게 중요하다”며, “우리 로봇은 이런 점을 고려했기 때문에 농장에서도 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또한 대시보드 형태의 컴퓨터를 통해 농장과 로봇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원격으로 보면서 작업하기에 편리하다”고 자신했다. 

수확 작업에서도 다른 글로벌 로봇과 차별화가 뚜렷하다. 농장 환경에 최적화된 엔드 이펙터(그리퍼)로 딸기와 같은 예민한 농작물도 상처 없이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엔드 이펙터란 로봇의 끝단에 장착돼 각종 작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사람의 손 역할을 한다. 

이 대표는 “사람의 손은 관절이 많아 섬세한 콘트롤이 가능하지만, 로봇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에 걸맞은 로봇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며, “딸기를 예로 들면, 상처 없이 수확하도록 딸기를 집지 않고 그 줄기를 자르면서 수확하도록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안전성도 담보한다. 메타파머스에서는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 로봇’을 쓰기 때문이다. 협동 로봇은 안에 센서들이 많이 내장돼 있어 사람의 몸에 충격이 가해지면 알아서 멈춘다. 이는 산업용 로봇과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타개할 대안…“사람처럼 움직일 때까지”

메타파머스의 농작물 수확 로봇은 농작물을 따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일단, 농장에서 자율주행을 하며 작물들을 관찰한다. 이를 예찰이라고 하는데, 농작물의 건강 상태는 어떤지, 꽃이 피었는지, 작물 숙성도와 병해충을 판별해 익은 과일만 선별하는 등 세부사항을 파악한다. 또한, 수분을 해야 할 시기인지 여부도 관리자에게 알려준다. 

이규화 대표는 “수분용 엔드 이펙터로 갈아 끼우면, 로봇이 알아서 꽃 뭉치을 잡고 진동을 시켜준다. 그럼 꽃가루가 날아서 수분이 된다. 즉, 벌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로봇이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농작물 수확 로봇 한 대는 전체 작업의 50% 정도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에서 생산하는 로봇보다 가격은 1/3 정도 더 저렴하다.   

메타파머스의 로봇은 방울토마토 농장을 시작으로 딸기 등 수직 농장에 적응할 수 있는 농작물에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스마트팜 외에 일반 밭과 과수원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토경재배보다 고설재배가 많은 딸기 농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파머스 역시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에 수직 형태의 딸기 농장시설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로봇과의 통합이 훨씬 더 유연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월에 기획해 4월에 완공한 딸기 농장은 35평(115㎡) 규모에 5000주의 딸기가 자라고 있다. 랙이 5단으로 쌓여 있기 때문에 하우스 시설로 치면 약 200평(661㎡)의 규모라 할 수 있다. 

이 대표의 최종 목표는 지금의 로봇들을 좀 더 다듬어 진짜 사람과 같은 로봇으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직농장 형태에서 일하는 로봇의 해외 진출도 희망했다. 

그는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이고, 행동하려면 로봇에 대한 행동 데이터들이 많이 필요하다”며, “행동 데이터들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이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농업 분야뿐만 아니라 인력난에 힘든 중소 제조업체에도 사람이 하는 역할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도록 우리가 힘을 보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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