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에 신기술 융합해 기술 ‘사각지대’ 없애다

산업별 맞춤형 자동화 시스템 구축…디비안츠 허빈 대표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삶은 더욱 편리해졌다. 하지만, 그로 인해 소외된 계층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비단, 디지털에 취약한 노인이나 장애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디비안츠(Deviantce) 허빈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있던 기술에 신기술을 더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지금까지 우리 회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이미 있던 기술에 신기술을 녹여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며, “앞으로는 AI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의 삶을 더욱 나아지게 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옛것에 신기술을 융합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허빈 대표는 2014년 판교공공지원센터 SMART 2030 청년 사업가로 뽑혀 2년간 학생 창업가로서 회사를 운영했다. 그러면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마음 역시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이후, 개발 관련 공부를 독학으로 시작한 허 대표는 졸업한 후 서울시 대치동의 코딩 학원에서 1년간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강사로 일하며 프리랜서로 웹 개발을 시작한 게 인연이 돼 본격적으로 개발자의 길로 들어섰다.

허 대표가 주로 맡은 일은 관공서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2018년 프리랜서 및 아웃소싱 플랫폼을 통해 한국도로공사 차량에 들어가는 전광판·경광등을 제어해 줄 프로그램을 만들 전문가를 찾고 있다는 글을 보고 메시지를 보낸 게 인연이 돼 약 6년간 40여개의 공공기관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허빈 대표는 “고속도로에 떨어진 낙하물을 제거하거나 교통사고 여부를 체크하는 안전 순찰차를 보면 전광판과 경광등에 안내문구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시 기계식에서 태블릿 시스템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운 좋게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후 계속 한국도로공사 일을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관공서 일을 주로 맡아 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2021년 디비안츠를 설립한 허빈 대표는 ▲한국도로공사의 순찰차 제어 및 모니터링 시스템과 제설 차량 안내 시스템 ▲한국전력공사 작업 차량 제어 시스템 ▲소방청의 구급대원 폭행 방지 장치 ▲환경부 대기상태 모니터링 시스템 ▲경수고속도로의 순찰 차량 제어 시스템 ▲공군본부 항공기 유도 차량 제어 시스템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디비안츠가 컨트롤러 모니터링 시스템 통합 개발 및 임베디드 컨트롤러 보드 통합 관련 시스템에 있어 신뢰성을 인정받은 주된 이유는 이전에 있던 기술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창의력 덕분이다. 또한,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직관화된 디자인도 한몫했다.  

허빈 대표는 “일례로 도로공사 순찰자 대원들은 어느 IC(Inter Change)로 들어가서 어느 JC(Junction)로 진입해 몇 시간 동안 근무했다는 작업일지를 써야 한다. 조수석에 있는 대원이 일일이 손으로 쓰는데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에 자동으로 일지가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로공사에서 겨울에 하는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제설작업이다. 그때 한시적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해 일용 근로자를 쓰는데, 가장 힘든 점이 근로자들이 다녀야 하는 구간을 설명하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태블릿을 통해 경로를 만들었다”며, “제설 시작점부터 끝까지 안내 멘트가 자동으로 나오게 했다. 작업자들은 네이버 지도 보듯이 휴대전화를 보며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럼으로써 인수인계도 쉬워지고, 작업의 정확성도 높일 수 있었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며 “공공기관에서 대략적인 콘셉트를 전달해 주면, 우리는 앱이나 웹에서 사용자 경험을 녹여 편하게 쓸 방법을 최대한 고민한다”며,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이라고 하는 나이가 많은 근로자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디비안츠의 트렌드를 읽고, 빠르게 기술로 융합해 녹여내는 능력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사기업과의 프로젝트에서도 빛을 발했다. 비트코인이 열풍이던 2019년 코인에 스토리를 붙여 제작한 ‘블록체인 연동 소셜 방송 플랫폼 Touch’와 챗 GPT를 활용한 ‘Chat GPT 연동 워드프레스 자동 블로그 봇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AI 비서’ 등 디비안츠만의 서비스로 트렌드 확장

허빈 대표가 최근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는 ‘디비안츠 만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사회가 발전해 나가듯이 고착화된 현상을 프로그램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스토리 게임에서 차용한 디비안츠라는 회사 이름에서도 잘 나타난다. 디비안츠는 ‘일탈’이라는 사전적 의미 외에 게임에서 나온 명칭이기도 하다. 한 회사가 만든 게임 내 인공지능 로봇에 ‘내가 왜 인간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하지?’라는 자의식이 생기면서 프로그램 오류가 생긴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자의식이 생긴 로봇을 게임 안에서 디비안츠라고 부른다. 

허빈 대표는 “지금은 AI 시대다. 기존의 서비스에 AI 툴을 합치면 이전보다 훨씬 더 확장성이 높아진다”며,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TO DO 앱’이다. 이는 허 대표의 개인적인 불편함에서 비롯됐다. 사실 사람들 역시 TO DO 앱을 쓰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이유가 일일이 체크하기 귀찮고, 하나의 일정이 밀리기 시작하면 앱을 구동하는 것조차 버거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디비안츠의 스케줄 앱은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비서 채팅’ 시스템을 구현했다. AI가 자동으로 스케줄표를 보고 먼저 알려주는 식이다. 예를 들면, 미팅이 끝나면 자동으로 일정을 체크해주고, 시간이 밀리면 자동으로 일정도 조정해 주는 식이다. 

또한, ‘1시간 뒤 미팅 시작입니다. 잊지 않으셨죠?’, ‘미팅 전에 메일 보냈는지 꼭 확인하세요’, ‘다음 일정은 물류 시스템 점검 작업이 3시간 동안 있을 예정입니다’ 처럼 채팅으로 알려준다. 

허빈 대표는 올 하반기 안에 이 앱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함께 AI 에이전트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력사무소에 AI 개념을 더한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공통으로 하는 업무가 있다면 분명히 자동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일례로, 항상 자료조사만 하던 직원이 있다면, 자료조사를 하는 과정은 거의 정해져 있다. 이를 자동으로 조사를 해오고, 취합해서 그 직원에게 알려주면 직원의 생산성은 올라가고,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의미에서 허빈 대표는 최근 변화하고 있는 사회현상에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장담했다. 

허 대표는 “요즘에는 확실히 직업적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개발자를 예로 들자면, 누구나 개발 관련 툴을 이용해 개발할 수 있다. 전문 개발자처럼은 못하더라도 이렇게 시도할 수 있는 자체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융합해 사회에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고 희망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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