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사가 교육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교사 매칭 플랫폼…㈜티처라인 김경룡 대표 

 

“제가 교사를 그만둔 지 10년이 지난 즈음이었어요. 예전 동료들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방식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겁니다. 학교 바깥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데, 학교는 여전히 똑같은 시스템으로 비효율적인 채용구조 문제를 안고 있더군요.”

김경룡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티처라인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학교의 티오(T/O)는 정해져 있지만, 매년 교사는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기간제 교사의 비중은 늘 수밖에 없다. 즉, 기간제 교사는 채용에 대한 불안감을, 학교는 인력 충원에 대한 문제를 항상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교사에게는 지원의 편리성을, 학교에는 채용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부여하면 최소한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교육 공백과 일자리 문제는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며, “올바른 교사를 학교와 연결해 준다는 가치 아래 어린이집, 초등학교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고, 계약직 교사 수급 문제를 겪고 있는 해외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파편화된 공고 시스템…매년 써 내려간 원서만 60군데 이상

사범대에서 지리교육을 전공한 김경룡 대표는 2009년부터 4년간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를 가르쳤다. 학교생활은 즐거웠지만, 그를 괴롭힌 유일한 것은 ‘공고 시스템’이었다고 한다.

김경룡 대표는 “계약과 동시에 종료일자가 정해져 있는 계약직 교사들은 매번 방대한 수량의 원서를 써서 내야만 한다”며, “문제는 교육청별로 들어가 내 과목의 공고가 뜨는지 손품을 팔아 검색해야만 했다는 점”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며 “나 같은 경우 다음 해 2월에 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에 3월부터 일할 수 있는 공고를 보기 위해 전년도 12월부터 3개월 동안 매일 공고가 떴는지 검색했다”며, “이후, 학교 목록이 뜨면 해당 게시물에 들어가 첨부파일을 일일이 열어 근무 기간과 학교 위치 등을 파악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학교마다 이력서 양식이 다 달라 지원할 때마다 복사 & 붙이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했고, 이메일 접수나 방문 접수를 해야만 했다. 즉, 지원과정 자체가 시간적, 육체적으로 품이 많이 드는 노동인 셈이다. 

김 대표의 경우에는 그나마 나은 케이스다. 많은 수의 계약직 교사가 6개월, 3개월, 1개월 단위로 계약하거나, 심지어 몇 주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계약직 교사의 위치가 워낙 불안정하다 보니 학기 중간에 조건이 더 좋은 학교로 옮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데,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교에서는 계속해서 취업 공고를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즉, 통계상 전국 기준 초중고 50만명 교원 중 계약직 교사는 8만명이지만, 실제 올라오는 채용 공고는 3배수 이상이라고 한다. 

이에 김경룡 대표는 카카오톡처럼 누구나 삶의 편리성을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IT 직종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대학교 때 IT를 배우고 싶어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공부했었다는 김 대표는 이를 발판 삼아 특기병으로 군대도 갔다 오고, 대학 졸업 후, IT 회사의 기획 직무 파트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다. 

기간제 교사를 그만둔 후, 10년간 IT 업계에서 근무하면서 더 늦기 전에 스타트업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선배 회사에 투자하면서 합류해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초기 스타트업이 빌드업을 이루는 모습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학습할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교사 동료와의 만남이 크게 작용했다. 시스템의 복잡함과 불편함 때문에 원서를 부지런히 넣는 교사의 수가 줄다 보니 결국 학교 현장에는 교사 부족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교사가 교실 공간에 없다는 것은 교육 공백이 발생한다는 얘기”라며, “교사와 학교 양쪽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플랫폼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렇게 김경룡 대표는 2023년 6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교사 매칭 플랫폼을 만들었다.

앱으로 공고는 한눈에, 학교홍보는 자연스럽게…교육계 ‘관심’ 

티처라인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디서나, 편하게 채용 공고를 볼 수 있습니다’라는 콘셉트의 앱을 출시한 것이다. 회원가입 후, 주소와 과목을 등록하면 20km 반경에 있는 자신의 과목에 대한 채용 공고를 매칭해 자동으로 알려준다. 

이 서비스를 작년 11월 론칭 후,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현재 5400명의 교사가 쓸 정도로 단시간에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게다가 전국 단위의 교사들이 회원으로 있다 보니 학교 역시 교사를 서치하고, 해당 공고를 홍보까지 할 수 있는 이 앱으로 자연스레 모이고 있다. 이는 교육 관련 박람회만 가봐도 알 수 있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김경룡 대표는 학교 내 인사 책임자인 교감 선생님과 교무부장 선생님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현직 교사 중에도 채용 관련된 어려움을 주변에서 워낙 많이 보다 보니 자연스레 2차 바이럴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티처라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학교가 채용 공고를 얼마나 홍보하고 있고, 누구에게 도달됐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8월 말까지 앱을 업데이트해 추석 전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김경룡 대표는 “현재 티처라인은 학교에서 구인 공고를 등록하면 자동으로 교사에게 공고를 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기존보다 많은 부분을 간소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용자는 얼마나 편리한지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에 UI를 변경해 ‘이 공고는 학교 주변 60km 반경에 있는 5명의 선생님과 매칭이 됐습니다’라고 앱 내에서 좀 더 상세하게 안내함으로써 고객 경험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60km 반경 안에 5명의 선생님과 매칭이 됐습니다. 그분들에게 이 공고를 홍보하겠습니까?’라고 물어보는 등 사용자가 좀 더 직관적으로 도달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즉, 이전에는 구직자와 컨택하려면 카톡방에 묻거나 지인을 통해야만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채용 공고가 반드시 지원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그럴 경우, 앱 시스템 내에서 ‘전국적으로 봤을 때 몇 명의 선생님이 더 있는데 이분들께도 홍보하겠습니까?’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기존 교육청 인재풀의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도 해소할 방침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학교에서 특정 과목의 교사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교육청 인재풀에 들어가 그 과목으로 검색해 나오는 기간제 교사 리스트를 전부 확인하는 일이다. 이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설명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문제는 전화하기 전에 해당 기간제 교사가 근무 중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티처라인은 특정 교과목을 검색하면 해당 과목의 기간제 교사 위치를 km 단위로 보여주고, 일하는 중인지 아닌지 표기할 예정이다. 게다가 현재 일하고 있더라도 기간제 교사의 계약종료 시점을 보여줌으로써 학교가 원하는 일자에 일할 수 있는 기간제 교사로 추려서 소팅해 보여줄 방침이다. 기간제 교사 입장에서는 기본 이력서만 등록해 놓고, 경력이 추가될 때마다 해당란만 업데이트하면 되기 때문에 편리성은 극대화됐고, 학교 입장에서는 더 다양한 인재에게 공고가 도달할 수 있도록 홍보가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정성평가를 통해 학교에서 원하는 지원자를 가려내는 AI 서비스도 앱에 녹여낼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학교에서는 ‘누가 우리 학교에 적합할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교감 선생님마다 ‘그때 그 교사가 우리 학교와 잘 맞았었는데’ 하며 아쉬워하는 교사들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라며, “이에 해당 교사의 이력서를 모범 이력서로 등록해 놓으면 AI가 이력서를 보고 성향 등을 분석해 유사한 인재를 도출해 내는 추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로 확장하며, 글로벌 시장에도 ‘노크

김경룡 대표는 연말까지 티처라인의 인재풀이 2만명으로 확대될 거라 예상했다. 또한, 내년 3월까지 티처라인 서비스 경험 학교를 5000곳으로 내다봤다. 이중 학교 홍보까지 가능한 유료 가입 학교는 500곳 달성이 목표다. 앱이 더 편리해지기도 했고, 서비스 가능 대상자를 초등학교, 어린이집까지 넓힐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초등학교는 늘봄학교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고, 어린이집의 경우 출산율 하락으로 인해 32만명 교사 중 절반 정도가 계약직 교사”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어쩔 수 없이 경력 단절된 교사를 위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학교에서 공급하는 일자리 수보다 교사의 수가 더 많다. 교사가 100이라고 했을 때, 학교 일자리는 60밖에 되지 않는다. 즉, 나머지 40에 해당하는 교사들은 경력 단절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들에게 교육 분야 출판사, 교육 관련 기업, 학원, 일대일 과외 매칭 등을 통해 일자리를 공급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해외 진출도 바라보고 있다. 교육계가 지니고 있는 계약직 교사 수급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계속 있었던 문제이고, 출산율이 높은 동남아 국가들은 더 많은 수의 인력 수급 문제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티처라인이 진출할 첫 국가는 계약직 교사 비중이 65%에 육박하는 인도네시아로 론칭 시기는 내년으로 잡았다. 이를 시작으로 북미, 유럽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김경룡 대표는 “전통적으로 학교에 교사를 공급하는 일은 나라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나라에서도 하지 못하는 범위를 관리해 줌으로써 학교와 기간제 교사 간 풀지 못했던 문제를 해소해 주고 있다”며, “어디서든 올바른 교사를 연결해 준다는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학교 전문 교사채용 서비스로서 입지를 다질 것이다. 또한, 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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